면세점 “악성 재고 내국인에 팔게해달라".. 협력업체 "대기업만 혜택 NO. 모두 살게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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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세점 “악성 재고 내국인에 팔게해달라".. 협력업체 "대기업만 혜택 NO. 모두 살게해야"
  • 박주범
  • 승인 2020.04.17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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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 빈 면세점과 인천공항 전경
텅 빈 면세점과 인천공항 전경

코로나19로 생존의 길목에 서있는 면세업계가 수 조원에 달하는 재고물품을 한시적으로나마 내국인에게 판매할 수 있게 해달라고 정부에 요청했다.

면세품은 외국 입출국자에게만 판매할 수 있는데 팔리지 않는 재고는 폐기 외 달리 활용 방도가 없어 현 상황에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궁여지책을 내놓은 것이다.

17일 면세업계에 따르면, 한국면세점협회는 지난 7일 관세청과 회의를 가진 자리에서 보세물품 판매 규정 완화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 판매가 거의 힘들 것으로 보이는 현재의 재고 면세품을 내국인에게 팔 수 있도록 요구한 것이다.

업계 추산으로 작년 말 기준 롯데는 재고가 1조원이 넘고, 신라와 신세계는 각각 8000억원, 6000억원 정도의 재고자산이 있을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7년 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보복 조치 이후에도 같은 요청을 한 바 있으나, 당시 정부는 이를 거절했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국내 면세점 2월 매출은 1조102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반토막이 났다. 3월 매출은 1조원 미만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판매 허용을 요청한 것은 맞다. 하지만 아직 어느 유통 채널로 하는 것이 좋을지에 대해 논의한 바는 없다"며 "코로나 사태가 장기전이 될 확률이 높아진 만큼 업계 피해 최소화를 위해 정부가 뭐든 해줘야하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런 요청이 대기업 면세점만 혜택을 봐서는 안된다는 여론이다. 면세점에는 수많은 협력·공급업체들이 관련되어 있는데, 이 업체들의 요청이나 요구를 대기업 면세점과 정부는 함께 귀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국내 면세점에 물품을 공급하는 업체 관계자는 "최근 업계가 면세점업도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해달라는 요청을 했다. 당시에도 협력업체들의 실상도 함께 반영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며 "이번 요청도 대기업에만 혜택이 가서는 안된다. 공급·협력업체들의 처지도 반드시 고려하는 정책이 나와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재고 면세품의 내국인 판매처로는 백화점이나 아울렛 등이 거론되지만 아직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서는 정해진 바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주범 기자 kdf@kdf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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