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신동빈 회장, 온라인 '헛발질' 언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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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신동빈 회장, 온라인 '헛발질' 언제까지
  • 박주범
  • 승인 2020.05.14 17:1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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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신동빈 회장은 2014년 사장단 회의에서 "롯데가 글로벌 이커머스 업체 아마존과 같은 유통업체가 되어야 한다"고 말하며 롯데 유통 방향성으로 제시한 개념이 '옴니채널'이었다. 온라인·오프라인 등 장소나 환경에 상관 없이 같은 조건으로 상품의 거래가 이뤄질 수 있게 하나로 연결된 유통 체계가 옴니채널이다. 신 회장은 머릿속으로 '롯데백화점에서 산 물건을 집 앞 세븐일레븐에서 픽업하는 그림'을 그렸을지 모른다.

신동빈 회장의 온라인 유통에 대한 애착과 성공으로의 바램은 꽤 오래 전부터 있어 왔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 1심 판결을 앞둔 2017년 12월 신 회장은 재판 과정에서 "1997년 국내에서 처음 롯데닷컴을 설립해 전자상거래 시장에 뛰어 들었지만 그룹 내 다른 유통 계열사들이 우후죽순 자체 온라인 쇼핑몰을 만들었다"고 하며 "당초 내 생각과 다르게 온라인 유통사업이 진행됐다"고 말했다.

본인에게 그룹의 전권이 없었음을 항변한 말이었지만 이 말 속에는 롯데닷컴이 생긴 후부터 줄곧 온라인 유통사업에 상당한 관심을 갖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신 회장이 온라인유통에 관심을 갖은 시간은 지금으로부터 짧게는 6년, 길게는 24년 정도 된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그 동안의 롯데그룹 유통사들이 보인 이커머스 행보의 결과는 헛발질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2014년에 신 회장이 외쳤던 '롯데 유통의 옴니채널'은 2~3년 전부터 눈에 띄이지도 않는다. 언제 롯데가 옴니채널이라는 말을 했는지조차 기억나지 않는 듯하다. 어렴풋이 기억나는 점은, 온라인 롯데와 오프라인 롯데를 합친 것이라곤 마일리지나 포인트를 공동 적립하는 정도다.

4년 전인 2016년 2월에 신동빈 회장은 인도네시아 현지를 방문, 안토티 살림 살림그룹 회장과 '롯데의 인도네시아 온라인 쇼핑 진출'에 대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이후 2017년에 양사가 50% 출자해 '인도 롯데 막무르' 합작법인을 설립했고, 온라인쇼핑몰 '아이롯데'를 세워 한국 화장품과 의류 등을 판매했다. 하지만 신설 법인은 설립 후 줄곧 손실을 면치 못했다. 2017년 120억원의 영업손실이 났고, 2018년에는 186억원의 손실을 봤다. 결국 올해 4월 인도네시아 법인을 청산하기에 이르렀다.

2016년 초 롯데쇼핑은 '롯데 전자상거래 베트남 유한회사' 법인을 설립해 베트남 이커머스 시장 진출을 꾀했다. 오픈마켓 형태인 '롯데닷브이엔' 웹사이트와 모바일앱을 선보였다. 하지만 올해 1월 사업성이 없다는 판단에 베트남 이커머스 사업을 중단했다. 

지난 3월 일본에 머물던 신회장은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전자상거래 사업에 자원을 집중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옴니채널 선언, 베트남 시장 진출, 인도네시아 이커머스 진출 등 중요 시기마다 강조했던 말이라 새삼스럽지는 않지만 인터뷰 후 바로 시장에 선보일 '롯데온'에 대해 '이번에는 뭔가 달라지겠지'하는 기대감을 품었다.

롯데백화점에서 판매하는 게스 여성 린넨 싱글자켓 상품들의 롯데온 검색결과. 동일 판매 채널임에도 불구하고 7만원 가량의 가격 차이가 난다

롯데온의 결과는? 지금까지는 헛발질일 공산이 커 보인다.

오픈 초부터 접속 불통 및 지연, 롯데닷컴과 통합되는 과정에서의 회원 등급 강등, 정확치 않은 검색 결과 등으로 고객의 외면을 받고 있다. 롯데온은 백화점, 마트, 슈퍼, 롭스, 홈쇼핑, 하이마트, 롯데닷컴 등 롯데 유통 7개사를 한 곳에 모은 일종의 '롯데 온라인 통합 플랫폼'이다. 통합 과정에서 가장 기본적으로 염두에 둬야할 상품과 가격 통합이 이루어지지 않아 소비자가 헷갈리는 경우도 발생했다.

동일한 상품들 중 최저가 상품만을 보여주는 식으로 결과를 노출시켜야 하는데, 모든 동일 상품들과 가격을 노출시키는 바람에 고객들이 실제 어떤 가격이 맞는지 헷갈렸던 것이다. 심지어 ' 그 동안 롯데백화점에서 비싸게 산 나는 봉인가'라는 고객의 한탄도 쏟아 졌다.

검색 결과 화면(좌측)의 상품을 클릭하면 동일상품의 가격이 1~2만원(우측) 차이가 남을 알 수 있다

검색 첫 화면에 보이는 가격과 막상 상품을 클릭해서 본 상품 가격에 차이가 나는 황당한 상황도 비일비재하게 연출되곤 했다.

고객에게 보내는 마케팅 메시지는 솔직히 '웃픈' 상황이다. 초성퀴즈 마냥 'OOOO'식으로 받는 문자를 고객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난감해했다.

롯데온 오픈 초기 고객에게 전달된 마케팅 문자. 내용 없이 초성퀴즈처럼 'OOOO'로 채워진 메시지 

롯데온은 신동빈 회장이 줄기차게 외쳐온 '유통 온·오프라인 1위', '디지털 트랜스 포메이션 전략'의 기반으로서 그룹 내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다. 더불어 그룹의 유통사업을 총괄하는 강희태 롯데그룹  유통BU장(부회장)이 2년간 아심차게 선보이는 첫 결과물이기도 하다. 하지만 오픈 후 지금까지 보여준 롯데온은 이커머스 1위는 커녕 그동안 견고하게 다져온 '유통 롯데'의 명성에 전혀 걸맞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근 익명게시판 블라인드에 올라온 롯데온에 대한 설문

최근 커머스 종사자들만 참여할 수 있는 익명 게시판에 '롯데온 오픈 후 소감 어떤가요?'라는 설문이 올라왔다. 모두 507명이 응답했는데, '역시 대기업의 산물이다. 잘 안될 것 같다' 항목에 무려 93.7%(475명)의 응답자가 몰렸다. '차별성이 있고 발전 가능성이 있다'라는 항목에는 불과 6.3%인 32명만이 선택했다.

사진=롯데, 블라인드, 인터넷 커뮤니티 등 캡처

박주범 기자 kdf@kdf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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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득 2020-05-18 12:14:43
회장이 일,본에서 놀고있는데 제대로 돌아갈리가 있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