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평등이냐"…인천국제공항 보안요원 정규직 대거 전환에 반발 쏟아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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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평등이냐"…인천국제공항 보안요원 정규직 대거 전환에 반발 쏟아져
  • 김상록
  • 승인 2020.06.23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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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SBS뉴스 캡처
사진=SBS뉴스 캡처

인천국제공항공사가 보안 검색 근로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가운데 취업 준비생을 비롯한 일부 시민들의 거센 비판에 놓였다. 공기업 입사를 위해 스펙 쌓기, 시험 준비 등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는 이들 입장에서는 허탈하다는 주장이다. 높은 경쟁률을 뚫고 힘들게 입사한 기존 정규직 직원들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앞서 인천국제공항공사는 22일 1만여 명에 이르는 인천공항 비정규직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이 6월말에 공식 종료된다면서 정규직 전환 내용을 밝혔다.

공사에 따르면 총 9,785명의 정규직 전환대상자 중 공항소방대(211명)와 야생동물통제(30명), 여객보안검색(1902명) 등 3개 분야 2143명은 공사에서 직접 고용하며 공항운영(2423명), 공항시설/시스템(3490명), 보안경비(1729명) 등 7642명은 3개 전문 자회사로 각각 전환된다.

당시 공사는 이 같은 내용을 발표하면서 "정부의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정책을 적극 이행하기 위해 2017년 5월 12일 대통령 방문을 계기로 공공기관 최초로 '비정규직 Zero화'를 선언하였고 1만여 명에 달하는 인천공항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정규직 전환을 추진하여 왔다"며 "인천국제공항은 정규직 전환 1호 사업장이자 공공부문 파견․용역 정규직 전환의 9.3%를 담당하는 최대 규모 단일 사업장으로 노사협의를 통해 1만여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정규직 전환을 이루어냈으며, 특히 제3기 노사전 합의는 공공기관 최초로 양대노총(민주노총, 한국노총)이 함께 참여하였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했다.

또 "앞으로 정규직으로 전환될 것을 미리 알고 협력사에 입사한 근로자에 대해서는 투명하고 공정한 채용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공개경쟁 원칙을 준수하되, 채용공정성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기존 근로자들에 대한 보호조치를 병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공사의 발표 이후 네티즌들은 온라인을 통해 여러가지 의견을 남겼다. 비정규직의 정규화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형평성 문제와 부작용에 대해 우려하는 시선이 있었다.

취업준비생들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열심히 취업 준비한 사람만 바보되는 기분이다", "시험도 안보고 알바 경력을 호봉으로 인정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 "이럴 줄 알았으면 아르바이트 했다" 등의 의견을 남겼다.

2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공기업 비정규직 정규화 그만해주십시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아르바이트처럼 기간제를 뽑던 직무도 정규직이 되고, 기존 정규직과 동일한 임금 및 복지를 받고 있다. 이번 인천국제공항 정규직 전환은 정말 충격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노력하는 이들의 자리를 뺏는 게 평등이냐. 사무 직렬의 경우 토익 만점에 가까워야 고작 서류를 통과할 수 있는 회사에서, 비슷한 스펙을 갖기는 커녕 시험도 없이 그냥 전환하는 게 공평한 것인지 의문이 든다"며 "누구는 대학 등록금 내고 스펙 쌓고 시간 들이고 돈 들이고 싶었냐. 이게 과연 청년들에게 피해 주지 않고 모두가 잘사는 정책일까"라고 반문했다.

또 하태경 미래통합당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이번 정규직 전환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 의원은 "문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 방문했던 인천공항 비정규직의 무조건 정규직화가 결국 로또취업으로 드러났다. 청년들이 바라는 것은 준비한 사람에게 동등한 기회가 제공되는 것"이라며 "그런데 문 정권은 노력하는 청년들이 호구가 되는 세상을 만들었다. 대한민국 공정가치 말살한 문 대통령은 잘못을 인정하고 청년들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인천공항의 결정은 단순히 2143개 신규일자리를 없애 버린 게 아닌 수십만 청년들의 기회의 사다리를 걷어찬 것이다. 대한민국에서 열심히 사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의심하게 만들었다"며 "대한민국 공동체 질서 근간을 뒤흔든 반사회적 범죄를 저지른 것"이라고 비판했다.

인천국제공항공사 관계자는 한국면세뉴스에 "직고용 채용절차는 정부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 상 공정채용이 보다 엄격하게 요구되는 '청년선호일자리'에 해당하는 점과, 공정 채용을 요구하는 일반 국민들의 눈높이를 고려하여 제3기 노·사·전문가협의회 합의에 따라 공정하고 투명하게 채용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또 "금번 정규직 전환되는 보안검색요원의 경우 일반 신규채용에 준하는 절차를 거치게 될 예정이며 특히 ’17.5.12 이후 입사자의 경우 전국민에 채용 기회가 개방되는 점을 고려할 때 취업준비생에 대한 역차별 문제는 크게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인천공항 보안검색 근로자들이 단체 카톡방에서 성희롱 발언을 했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떠도는 '인천공항 검색대 대나무숲 단체 카톡방' 사진에 따르면 보안검색 근로자들로 추정되는 이들은 단체 대화방에서 '고졸출신 임원되면 스튜어디스 기쁨조 가능 ㅇㅈ?', '정규직 되면 승무원 먹기 가능?' 등의 성희롱성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상록 기자 kdf@kdf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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