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앱 시장 '춘추전국시대' 도래...업계 "배민 · 요기요 '조건부 승인'갈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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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앱 시장 '춘추전국시대' 도래...업계 "배민 · 요기요 '조건부 승인'갈 듯"
  • 박주범
  • 승인 2020.08.05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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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앱 시장이 '양강구도'에서 '춘추전국시대'로 변하는 각축장이 되고 있다. 불과 1년여 전만 해도 '배달의 민족'과 '요기요'의 양강 구도였지만 쿠팡, 위메프, 네이버, 카카오 등이 막대한 실탄을 장전하고 한 고지를 차지하려 전투를 치루고 있는 형국이다. 국내 내노라 하는 IT업체들이 현재의 춘추전국시대를 '제2의 양강 시대'로의 재전환을 꿈꾸고 있는 것이다.

이커머스 강자인 쿠팡의 쿠팡이츠가 반란의 선두를 달리고 있다. 쿠팡이츠는 쿠팡이 지난해 5월 내놓은 배달 주문 앱 서비스로 초기 서울 강남 지역만 배달이 가능했지만 지금은 서울의 모든 지역과 성남, 용인, 수지 등으로 서비스 지역을 확대하고 있다. 또한 쿠팡이츠는 배달원 모집과 운영에 공격적인 가격을 책정하고 있다. 주문이 몰리는 점심과 저녁 시간대에는 5000원에서 1만원까지 배달비가 올라간다. 통상 주문당 배달비는 3000원에서 5000원인 것에 비하면 상당히 높은 편이다.

소셜커머스 강자인 위메프도 최근 위메프오를 론칭하며 업계 최저 수준의 수수료를 내세워 자영업자들을 모집하고 있다. 광고나 입점 비용은 없으면서 주문액의 5% 정도만 수수료로 책정해 기존 배달앱 서비스와 차별화를 꾀하고 있는 것이다. 

모든 국가에서 1위 포털 업체인 구글을 국내 시장에서 가볍게 제치고 1위를 차지하고 있는 IT업계 강자인 네이버는 지난해 배달앱주문과 같은 형식의 주문 결제 서비스인 ‘스마트주문'을 선보였다. 올해 연말까지 입점 업체에게 결제수수료를 전액 지원하는 한편, 모객을 위해 첫 주문 고객에게 네이버페이 포인트 3000원을 제공하며, 주문할 때마다 1000원을 추가 제공하는 등 고객 유치에 적극적이다.

카카오는 이미 3년 전부터 카카오톡을 통한 주문 배달서비스를 선보였다. 현재는 유명 프랜차이즈들을 비롯해 모두 2만5000여곳의 사업자가 카카오톡을 통해 고객에게 배달하고 있다. 입점 사업자는 중개수수료나 입점 비용 없이 월 이용료 3만원만 지불하면 별도 앱 설치 없이 카카오톡 안에서 주문을 받을 수 있다. 지난 5월에는 GS25 일부 편의점을 입점시켜 온라인 주문·배달 시장에서 영역을 점차 확대하고 있다.

(왼쪽부터) 위메프오, 쿠팡이츠, 네이버 스마트 주문, 카카오록 주문하기

이처럼 치열한 각축장으로 변하고 있는 배달앱 업계는 무엇보다 '배달의 민족'과 '요기요'의 기업결합(합병) 문제를 주목하고 있다. 이 사안을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어떻게 결론을 낼 것인가에 모든 이목이 쏠려 있다.

국내 배달앱 점유율 1위 배민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이 지난해 12월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에 인수되면서 기존 DH가 운영하고 있던 국내 시장 점유율 2, 3위 ‘요기요’와 ‘배달통’이 한 식구가 되면서 관련 시장의 독과점을 우려한 목소리가 많았다. 하지만 올 초부터 현재까지의 시장 상황을 보면 '조건부 승인'으로 기울 것으로 보인다.

합병 결정의 첫 단추는 '배달앱 시장을 어떻게 획정할 것인가'와 '신규 사업자의 시장 진입에 허들(장벽)이 있는가'에 대한 판단인데, 경쟁자들이 두각을 보이지 않았던 작년 연말까지는 배달의 민족에게 불리한 면이 있었다. 하지만 너도나도 배달앱 시장에 뛰어들고 있는 지금은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 

온라인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지금 형국은 이 시장에 누구나 진입할 수 있다는 점을 잘 보여주고 있다. 신규사업자 진출 이슈는 더이상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며, "어떻게 시장을 나눌 것인가에 대해서는 논의가 더 필요할 수도 있다. 하지만 손으로 꼽을 만큼의 사업자만 있었던 과거와 달리 현재는 시장을 어떤 식으로 획정하든 그리 큰 고민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작년 9월 취임한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당시 "혁신이 이뤄지는 시장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당국으로서의 역할을 적극적으로 수행하겠다", "시장의 구조적 변화를 유도할 수 있는 방안을 여러모로 모색하겠다" 등의 취임사를 전했다.

3년 전 공정위는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현 CJ헬로)의 기업결합을 불허했다. CJ헬로비전이 진출해 있던 전국 23개 유선방송권역 가운데 21개 권역이 독점화할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그런데 조위원장 취임 후 작년 11월 공정위는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 LG유플러스와 CJ헬로의 기업결합을 조건부 승인했다. 그럼 그때는 틀리고 지금은 맞을까? 바로 ‘시장의 구조적 변화’를 본 것이다.

당시 공정위는 "한 마디로 유료방송시장이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큰 구조적 변화가 일어났다고 판단했다. SK텔레콤이 CJ헬로를 인수하려고 할 때와 지금은 근본적으로 시장이 달라졌다”고 밝혔다.

배달앱 시장은 이미 구조적 변화를 꾀하고 있다. 전문 배달 서비스 업체 뿐만 아니라 포털, 편의점, 오프라인 유통 업체 등 수많은 사업자들이 이 시장에 뛰어 들며 단순 배달만 하던 초창기 비즈니스 모델에서 식품이나 생활 밀접형 서비스를 접목하는 등 이미 변화는 시작하고 있었던 것이다.

유통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승인 후 분명 시장에 많은 구조적 변화가 있을 것이나, 공정위 입장에서 아무런 조건 없이 승인하는 것에는 부담을 많이 느낄 것"이라며 "과거 이베이의 G마켓 인수처럼 여러 조건을 달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플레이어가 상당히 늘어난 상황에서 불허하는 것은 과거 사례들과도 맞지 않아, 이는 (승인 결정보다) 더 어려울 듯 보인다"고 전했다. 

작년 12월 30일 공정위는 우아한형제들(배달의 민족)과 딜리버리히어로 요기요의 기업결합 관련 신고서를 접수한 후 현재까지 심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베이의 G마켓 인수에 조건부 승인이라는 묘수로 11번가, 소셜커머스들의 성장과 온라인 유통시장에서 긍정적인 변화에 충분한 시간을 제공했던 공정위가 이번 사안에 대해 어떤 결론을 내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박주범 기자 kdf@kdf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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