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온 '고객 잃고 돈도 잃어'...업계, "롯데쇼핑 경영진 소비자 몰라도 너무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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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온 '고객 잃고 돈도 잃어'...업계, "롯데쇼핑 경영진 소비자 몰라도 너무 몰라"
  • 황찬교
  • 승인 2020.09.28 11: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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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쇼핑이 망신을 톡톡히 당했다.

롯데쇼핑의 온라인 유통채널인 '롯데온'이 최근 어설픈 이벤트 진행으로 '명예도 잃고 돈도 잃고, 고객도 잃는', 그야말로 실속 '마이너스'인 행사를 기획한 것이다. 심지어 일부 고객들이 '순아마추어 업무 처리'라고 조롱하는 일까지 발생했다. 

2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온은 지난 17일부터 앱 이벤트 '엘포인트 X2 더블찬스'를 진행했다. 롯데온 앱에 있는 엘페이로 롯데백화점, 롯데슈퍼, 롯데마트, 롭스 등 4개 매장 모두에서 결제한 고객에게 엘포인트 2만5000포인트를 증정하는 행사였다. 엘포인트 제휴사나 협력사에서 사용할 수 있는 현금 2만5000원을 주는 셈이다. 이런 이벤트를 고객에 사전 통보 없이 5일만에 급히 내린 것이다.

롯데쇼핑의 롯데온은 신동빈 롯데회장의 야심작이다. 신 회장은 6년 전 2014년 롯데 사장단 회의에서 "롯데가 글로벌 이커머스 업체 아마존과 같은 유통업체가 되어야 한다"고 말할 정도로 온라인 채널에 애착을 갖고 있었다.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과 롯데쇼핑 강희태 대표이사(우)

하지만 롯데온은 5개월 전 오픈 초부터 접속 불통 및 지연, 롯데닷컴과 통합되는 과정에서의 회원 등급 강등, 정확치 않은 검색 결과 등으로 고객의 외면을 받은 적이 있다. 롯데온은 백화점, 마트, 슈퍼, 롭스, 홈쇼핑, 하이마트, 롯데닷컴 등 롯데 유통 7개사를 한 곳에 모은 일종의 '롯데 온라인 통합 플랫폼'이다. 

통합 과정에서 가장 기본적으로 염두에 둬야할 상품과 가격 통합이 이루어지지 않아 소비자가 헷갈리는 경우도 빈번하게 발생했다.

동일 상품이라면 최저가 상품만 보여주는 방법으로 (비록 동일 상품이 여러 개이더라도) 가격은 1개만 보여줘야 하는데, 가격을 채널별로 그대로 모두 노출시키는 바람에 롯데홈쇼핑에서 팔고 있는 A상품 가격이 10만원에 노출되었다면, 같은 롯데온에서 롯데백화점에서 판매되는 A상품의 가격은 15만원에 노출되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고객 입장에서는 어느 가격이 맞는 가격인지, 심지어 '그동안 롯데백화점에서 비싸게 산 나는 봉인가'라는 한탄도 쏟아졌다.

이런 부진 속에서 롯데쇼핑이 롯데온 활성화를 위해 던진 이번 승부수가 또 다른 기본을 놓친 우를 범한 꼴이 돼버렸다.

롯데온 이벤트는 진행 초기 폭발적인 반응이 쏟아졌다. 단돈 2~3000원만 결제하면 2만5000원을 버는 셈이라 고객들은 이를 놓치지 않았다.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롯데슈퍼 등에서 생수, 껌 등 500~1000원짜리 상품을 롯데온 엘페이로 결제하는 일이 폭증했다.

심지어 어느 부부는 "잠실 롯데에 가면 4곳이 모두 있다. 대학생인 딸, 아들과 함께 모두 결제한 후 10만 포인트를 받았다"고 전했다. 이들은 이를 위해 4곳에서 총 얼마를 결제했는지를 알려주진 않았지만 1인당 1만원 미만일 것으로 예상된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사이트 오픈 시 온라인 유통의 '기본 중의 기본'을 지키지 않은 롯데온이 이번에는 이벤트의 '기본 중의 기본'을 지키지 않았다. '결제 최소 한도'를 설정하지 않았던 것이다.

온라인 유통업체 관계자 A씨는 "1000원짜리 할인쿠폰 하나에도 최소 결제 금액이나 할인 한도 등 조건을 적용하는데, 이런 대규모 이벤트를 하면서 기본적인 부대조건을 살피지 않았다는 것은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며 "기본 중의 기본, 이벤트의 ABC를 살피지 않은 결과"라고 전했다.

또 다른 온라인 유통업계 관계자 B씨는 "얼마 전 롯데온 내부적으로 상사 폭언 등의 갑질이 일어나 한때 시끄러운 적이 있었다"며 "롯데온은 겉으로는 온라인이지만 속은 오프라인 마인드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롯데온 내부 의사결정을 좌지우지하는 경영층이 롯데쇼핑의 '오프라인' 강자인 롯데백화점 출신들로 이루어져 있어 온라인 행보를 따라가는 데에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더 큰 문제는 사후 수습이었다.

고객의 폭발적인 반응을 그냥 놔두기에는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모습을 도저히 지켜볼 수 없었던 롯데쇼핑 강희태 대표이사 이하 경영진은 급히 강수를 둔다. 원래 다음 달 18일까지 32일간 진행한다고 고지한 이벤트를 불과 5일만인 지난 21일 조기 종료해버린 것이다.

A씨는 "비록 초기 설정에서 실수가 있었지만 행사를 조기에 종료할 수 밖에 없었던 정황은 이해가 간다. 하지만 포인트 사용에 대한 조건을 임의로 변경한 것은 초기 실수보다 더 큰 실수"라고 지적했다.

롯데쇼핑은 이번 이벤트를 통해 증정한 엘포인트의 사용처를 롯데온으로만 부리나케 변경했고, 사용 유효기간도 14일로 제한해버린 것이다.

엘포인트 사용 및 적립처. 엘포인트 홈페이지 캡처
엘포인트 설명 중 일부. '50여개 그룹/외부 제휴사'에서 사용할 수 있다고 적혀 있다. 엘포인트 홈페이지 캡처

엘포인트는 롯데 그룹사를 비롯해 외부 파트너사 50여곳에서 사용, 적립할 수 있는 통합 포인트이다. 사용 유효기간은 5년이다.

이어 A씨는 "고객은 어찌 되었든 손해본 일이 없기 때문에 급히 이벤트를 끝낸 것에는 (서운해할 수는 있어도) 비난이나 비판을 하진 않는다. 그러나 5년 동안 시중 50여 곳의 롯데 그룹사와 제휴사에서 사용할 수 있는 조건을 롯데온에서만, 그것도 사용기간 2주로 급히 제한한 것에는 큰 불만을 품을 수 밖에 없다"며 "롯데쇼핑 경영진은 소비자를 몰라도 너무 모른다"고 설명했다.

B씨는 손실을 감당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의견을 보였다. 

그는 "롯데쇼핑 입장에서 외부 파트너사들에서 소진되는 이번 이벤트용 엘포인트는 고스란히 손실로 잡을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를 다른 유무형 서비스로 대체하기는 대단히 어려운 문제"라면서도 "다만 (사용처를) 롯데온에만 한정하지 말고 최소한 롯데 그룹 차원에서 좀 더 범위를 넓혔으면 하는 아쉬움은 있다"고 전했다.

본지는 관련 내용을 문의하기 위해 롯데쇼핑 내 롯데온 홍보담당자에게 연락을 취했으나 '회의 중으로 나중에 연락하겠다'는 메시지를 보낸 후 아무런 답변을 들을 수가 없었다.

롯데온은 신동빈 회장의 야심작으로 5개월 전에 출범했다. 하지만 그 어디에도 롯데온을 접하거나 롯데온 제품이 더 경쟁력이 있다거나 하는 소문을 들을 수가 없다. 이번 공격적인 이벤트로 전세 역전을 노렸으나 이마저도 헛발질로 나타나 소비자 마음에서 점점 잊혀져가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앞선다.

황찬교 기자 kdf@kdf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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