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사칭' 삼성전자 임원 사직, '어닝 서프라이즈' 축배에 찬물…꼬리 자르기로 끝나선 안돼
상태바
'기자 사칭' 삼성전자 임원 사직, '어닝 서프라이즈' 축배에 찬물…꼬리 자르기로 끝나선 안돼
  • 김상록
  • 승인 2020.10.09 15: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삼성전자가 8일 3분기 잠정 실적 12조 3000억원의 영업이익으로 당초 시장 기대를 뛰어 넘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코로나19라는 악재 속에서 거둔 호성적이지만 마냥 웃을 수만은 없었다. 같은날 삼성전자 임원이 기자 출입증을 이용해 국회를 드나든 것이 발각돼 사의를 표명했기 때문이다. '일류 기업'을 표방하는 삼성전자의 체면이 완전히 구겨졌다.

앞서 정의당 류호정 의원은 지난 7일 "삼성전자 임원 한 사람이 언론사 기자 출입증을 가지고 매일 의원실에 찾아왔다"고 폭로했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1급 국가보안시설인 국회가 삼성에 의해 유린된 것에 참담하다"며 진상규명과 당국의 수사를 촉구했다. 여기에 더불어민주당까지 가세해 강력한 대응을 촉구했으며 국회 또한 진상조사와 재발방지 방안 마련에 착수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논란이 불거지자 "삼성전자 임원이 기자 출입증을 이용해 국회를 출입해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국회가 정하고 있는 절차를 지키지 않은 것은 명백히 잘못된 일"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외에도 국회 절차를 위반한 사례가 더 있는지 철저히 조사 중이다. 잘못된 점이 있으면 반드시 바로잡겠다"며 "다시는 이런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필요한 모든 조치를 다하겠다"고 했다.  

변명의 여지가 없는 행위였기에 삼성은 고개를 숙였고, 해당 임원은 즉각 사퇴 의사를 밝혔다. 그가 기자 출입증을 들고 국회를 오간 이유를 섣불리 추측할 수는 없으나 단순히 국회를 둘러보고 싶어서 그런 행동을 했을리는 만무하다. 1년 동안 100여회에 걸쳐 국회를 출입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한 달로 계산하면 10번에 가까운 적지 않은 횟수다.

이번 사건은 삼성전자를 탐탁지 않게 여기는 이들에게 먹잇감을 던져준 꼴이 됐다. 삼성전자를 비난하는 이들은 주로 '삼성이 경제를 살리고 있다는 점을 무기 삼아 법을 지키려 하지 않는다. 삼성공화국이나 다름 없다'고 외친다. 

이달 22일과 26일 각각 경영권 불법 승계 문제와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공판에 이어 다음달에는 이재용 부회장이 출석해야 하는 본재판을 앞둔 상황에서 '기자 사칭' 파문은 창립 이후 줄곧 도덕성 문제에 시달려온 삼성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릴 수 밖에 없다. 현 정부 들어 기업을 옥죄는 무리한 수사가 계속된다면서 삼성을 응원하던 사람들의 눈에도 해당 사안은 도저히 감쌀 수가 없는 수준의 문제인 것이다.

지난달 9일 강남구 삼성디지털프라자 삼성대치점을 찾아 프리미엄 가전제품 판매 현장을 점검하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삼성전자 제공

흔히 외국에서 '한국은 잘 몰라도 삼성은 안다'는 소리가 있을 정도로 삼성이 국내 뿐만 아니라 세계에 미치는 영향력은 상당하다. 삼성전자는 최근 글로벌 인적자원(HR) 컨설팅 업체 '유니버섬'(Universum)이 발표한 '2020년 세계에서 가장 매력적인 고용주(World's Most Attractive Employer 2020)' 공학 및 IT 부문에서 전공 학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기업 9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는 톱 50내 유일한 한국 기업이며 세계적인 기업 페이스북(26위) 보다 높은 위치에 해당한다.

삼성전자가 진정 한국을 대표하고 전 세계에 이름을 알리는 기업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임원의 기자 출입증 악용 사건을 계기로 기업 내 도덕성 확립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할 필요가 있다. 

임원의 국회 출입이 개인적 차원에서 벌인 일이었는지, 회사에 보고가 들어간 사안이었는지, 회사가 알고도 이를 묵인했는지 여부에 대해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 

사직이 별도의 징계나 처벌없이 순식간에 진행돼 '꼬리 자르기'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가 직접 "국회 절차를 위반한 사례가 더 있는지 철저히 조사 중이다. 다시는 이런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필요한 모든 조치를 다하겠다"고 언급한 만큼 앞으로 이번 일과 관련된 사안을 어떻게 처리할지 국민은 지켜볼 것이다.

그들의 약속과 달리 추후에도 이 같은 일이 반복되면 삼성전자의 이름 앞에 일류 기업이라는 말 대신 '돈만 잘 버는 기업'이라는 꼬리표가 영영 따라다닐지 모른다. 전날 유럽으로 출국해 글로벌 경영을 재개한 이 부회장에게 새로운 과제가 추가됐다.

김상록 기자 kdf@kdfnews.com


관련기사
더보기+

주요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