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싱에 악용당한' 면세점 가상계좌...진화하는 中피싱, 명품 세일 악용해 현지 '되팔이'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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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싱에 악용당한' 면세점 가상계좌...진화하는 中피싱, 명품 세일 악용해 현지 '되팔이' 中  
  • 박홍규
  • 승인 2020.11.02 2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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엎친데 덮친격이다. 울고 싶은데 뺨맞은 셈이다. 보이스 피싱이 갈수록 진화해 신라면세점 등 유명 면세점의 가상계좌를 악용한 정황이 포착돼 업계가 울상이다. 

보이스 피싱은 지금까지 주로 대포통장을 통해 돈을 가로채 왔지만 이제 원활치 않자 유명 면세점의 가상 계좌를 이용, 포인트로 전환해 면세 화장품을 구입했고 이를 되팔아 현금화한 것으로 경찰이 추정하고 있다. 

 

2일 저녁 MBC뉴스는 최근 경찰이 호텔신라 면세점 법인 계좌에 대해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다고 보도했다. 외국인 고객 편의를 위해 공개 운영하는 신라면세점의 가상 계좌가 보이스피싱 범죄에 악용된 정황이 포착된 것이다. 

신라면세점 관계자는 "(경찰에서 연락이 와) '계좌에 좀 문제가 있는 것 같다, (돈을) 누가 입금한 것인지' 등에 대한 영장 조사가 와서 거기에 대해 모두 협조를 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검사를 사칭한 보이스피싱 조직은 피해자 계좌의 6000만 원을 신라면세점 가상 계좌로 입금시켰다. 그리고 이 돈은 즉시 면세점 포인트로 전환돼 모두 면세 화장품 구매에 사용됐고 홍콩의 한 물류센터로 배송된 것이다. 이른바 '되팔이'다. 한국산 화장품이 중국 등에서 최고 인기 품목이니 이를 현지에서 되팔아 현금화한 것으로 추정된다.

신라면세점 자체 조사 결과 올 여름에만 이런 방식으로 2억여 원 상당의 한국 화장품이 보이스피싱 조직을 통해 중국 등으로 되팔이된 것으로 나타났다. 신라면세점 관계자는 "올 6월과 7월 사이에 10여 건 정도 있었던 것 갔다. 금액은 대략 2.8억 정도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또 신라면세점 뿐만 아니라 롯데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 등 업계 빅3 가상 계좌 모두 악용당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협조를 요청하는 한편 보이스 피싱 조직을 쫓고 있다. 이유는 지난 6월과 7월 창고에서 잠자고 있는 면세 물품 소비를 위해 당국의 허락을 받은 면세점들이 대대적인 명품 세일에 나선 시기이기 때문이다. 

기존 보이스피싱 범행은 주로 개인 명의를 도용한 '대포통장'이 이용됐다. 그러나 통장 개설이 어려울 뿐만아니라 인출책이 검거되는 경우가 많아지자 면세점 가상 계좌를 통한 되팔이 수법을 개발한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면세점 가상 계좌로 입금된 돈을 포인트로 전환시킬 경우 사실상 회수가 어렵다는 점을 범죄 조직이 악용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결국 신라면세점은 압수수색 이후 가상계좌 입금 후 결제하는 방식을 폐지했다. 또 신세계면세점 롯데면세점 갤러리아면세점 등 업계 전반 계좌에 대해 대대적인 점검이 예상된다. 

박홍규 기자 kdf@kdf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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