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k Free!] 짜장면 배달의 나비 효과(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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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k Free!] 짜장면 배달의 나비 효과(2)
  • 박주범
  • 승인 2021.01.27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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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은 가을보다 따뜻하다가도 갑자기 뺨을 때리듯 한파에 폭설이 내린다. 인간의 욕망이 훼손한 자연...자연은 무엇인가? 지구 빼기 인간은 자연인가? 자연은 인간을 빼고 원래의 자연으로 되돌아가려고 하는 것인가? 

우리 모두 백신만 맞으면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믿고 싶다. 그런데 더 쎈 변종 바이러스가 더 빨리 돌면? 지구 멸망 영화의 시놉시스 같지만, 실제로 지구는 전대미문의 바이러스로 인간에게 복수하고 있다. 

1년이 넘었다. 감염병 창궐로 전세계적으로 외식은 줄었겠지만, 우리가 어떤 민족인지는 배달 시장을 보면 금새 알 수 있다. 총알 배송, 번개 배달은 코로나 양극화 속에서 사상 최대의 호황, 아니 과잉을 달린다. 우리는 더 많은 플라스틱과 비닐을 뜯고, 벗기고, 버린다. 북극 빙하는 더 빨리 녹고 북극곰은 더 굵은 눈물을 흘리고 있다. 

짜장과 짬뽕, 양장피 세 가지 음식에 일회용 플라스틱 용기가 9개나 나왔다. 일상생활에서 많이 쓰는 플라스틱 재질은 페트, PP, PE, PS, PVC다.
 
1.   생수병 = 페트, 
2.   음식 포장용기= PP, 
3.   락스 같은 세제 통 = PE, 
4.   요구르트 병 같이 얇은 재질 = PS

플라스틱이 제일 많이 받는 오해는 ‘재활용 된다’는 거다. 되긴 된다. 하지만 생각보다 훨씬 미미하다. 재질이 섞여서 만들어진 제품은 재활용품 선별장으로 가더라도 골라내 폐기해야 하는 일거리다. 마트에서 삼겹살이나 생선을 포장한 플라스틱, 배나 사과를 감싼 스펀지 같은 느낌이 나는 플라스틱도 재활용되지 않는다. 샌드위치나 딸기, 포도를 담은 투명한 플라스틱도 여러 재질이 섞여 재활용되지 않는다. 복합 재질이나 기타 플라스틱 재질은 OTHER로 표시되는데, 이 역시 쓰레기로 처리된다. 한 차례 논란이 일었던 즉석밥 용기가 바로 이 경우다.

하지만 플라스틱 소재까지 일일이 구분하는 건 고역일 뿐 아니라 사실상 불가능하다. 애초에 플라스틱, 캔, 유리병에 분리배출 표시가 있다면, 기업이 생산 단계에서 재활용이 되는 제품을 만들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에 따라 기업은 포장재 재활용사업 공제조합에 돈을 내고 재활용을 위임한다. 분리배출 표시가 있는데도 재활용이 불가능하다면, 정부와 생산자가 제품 및 재질을 바꾸는 노력을 더 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런데도 기업은 분리배출 표시만으로 재활용이 될 것처럼 얼렁뚱땅 넘겨왔다. 지난달 초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엔 기업들의 이런 행위가 '국민을 기만하는 것'이라며 '재활용이 원천적으로 불가한 OTHER로 만든 모든 제품•포장재에 분리배출 표시를 없애달라'는 글이 등록됐다.

재활용품 선별장 컨베이어벨트 위에는 페트, 플라스틱, 캔, 유리병 등이 빠르게 지나간다. 페트, PS, PP, PE, 백색 유리병, 갈색 유리병, 녹색 유리병, 알루미늄, 캔 등 품목마다 담당자가 정해져 있다. 나란히 서서 자기가 맡은 품목을 골라낸다. 때문에 재활용품의 상태는 선별 노동자의 위생이나 안전과 직결된다. 분리배출이 잘 안 된 쓰레기더미를 헤치고 작업자들이 직접 품목들을 만져서 골라내야 하기 때문에 분리배출 전에 음식물이나 내용물을 반드시 비우고 씻어야 한다. 또 제대로 씻지 않은 재활용품은 다른 재활용품을 오염시키고, 재활용품으로 만든 원료인 재생 원료의 품질도 떨어뜨린다.

이쯤에서 보다 강력한 정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에 더욱 귀가 쫑긋하게 된다. G7, 선진국 운운 안해도, 케냐도 2017년 8월부터 플라스틱 비닐봉지 수입-유통-생산 전면 금지를 조치했다. 우리도 마트, 편의점에서 무상으로 비닐봉지를 못 받게 되자, 처음에 살짝 당황한 기억이 있다. 당시 우리는 1년에 1인당 평균 420장 넘는 비닐봉지를 쓰고 있었다. 독일(70장)의 6배다. 2019년 초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자원재활용법) 개정안이 시행되고부터 비닐봉지는 유료라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 그래서 장바구니 잘 들고 다니게 되지 않았나. 박스도 척척 잘 재활용 해 쓰게 됐다. 쇼핑한 걸 담지 못해 못 가져왔다는 이야기는 듣기 힘들다. 이제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실천도 해 볼 수 있지 않을까.

(다음 주 3편으로 이어집니다)

글. 이인상 칼럼리스트. 항상 세상과 사람과의 소통을 꿈꾸고 있다. 현재 문화미디어랩 PR컨설턴트로 근무하고 있으며, LG그룹 • 롯데그룹 등에서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했다. dalcom0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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