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현대차 전시장 앞 현수막의 속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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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현대차 전시장 앞 현수막의 속사정
  • 황찬교
  • 승인 2021.03.25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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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서울 서부지역의 한 현대자동자 전시장에는 '정의선 회장이 답하라'는 현수막이 걸린 적이 있다. 문구 아래 '서여의도 지점 일방 폐쇄'라는 또 다른 문구로 보아 본사와 노조의 갈등으로 추측됐다. 

당시 노조는 "서울 소재 한 전시장이 본사의 일방적 결정으로 폐점됐다. 향후 지속적인 폐점이 있을지와 본사의 판매 정책이 어떻게 변할 지에 대해서는 들은 바가 없다"라며 불안해 했다. 본사는 "일방적 퇴점이 아니라 매장을 대형화, 고급화 하는 차원인데...서로 이견이 발생해서 노조에서 현수막을 건 것으로 보인다. 일방적인 폐점이나 인원 감축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지난 24일 서울 서부의 또 다른 현대자동차 대리점 앞에 현수막이 내걸렸다. 

'지나가는 개도 웃는다. 전시장 없는 자동차 판매'

지난해 현수막은 서여의도지점 폐쇄에만 항의했다면, 이번 현수막은 이곳을 포함해 신길점도 일방적으로 폐쇄된다고 항의하고 있었다. 노조의 주장대로라면 그사이 1곳이 늘어났다. 1~2곳이 적다면 적을 수 있지만 서울 서부지역에 국한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간단치 않은 문제다.

노조는 "이번 건은 (작년과) 동일한 사안이다. 아직 회사측과 협의 되지 않아 항의 차원에서 걸고 있다"고 답답한 속내를 보였다.

이번에도 현대자동차 본사는 전시장의 대형화와 고급화를 통한 경쟁력 강화는 피할 수 없는 과제라는 입장이다. 덧붙여 노조와 좋은 해결책을 찾고 있다고 전했다.

현대자동차는 지난 2020년 9월 '현대자동차 송파대로 전시장'을 개소했다. 지상 4층 연면적 1461m2(442평) 공간에 총 8대의 전시차와 전 차종 컬러칩 등의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는 공간이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글로벌 경쟁에서 도태되지 않으려는 노력이 엿보였다.

최근 자동차업계는 전세계적으로 전기차와 온라인 거래 등으로 전환기를 맞고 있다. 전기차 업체 테슬라는 온라인으로만 차를 판매하고 있고, 다른 완성체 업체들도 하나둘 온라인 판매로 전환하고 있다. 토요타는 일본에서 온라인 구매사이트 마이토요타(My Toyota)를 확대 개편하면서 온라인과 오프라인 판매채널 간 고객 정보를 공유하는 방식 등으로 기존 딜러들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자동차업계 한 관계자는 "자동차 온라인 판매와 딜러들의 역할 재분배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 흐름"이라며, "국내 완성차업계 판매노조들이 딜러 감소를 걱정하며 온라인 판매를 반대하고 있는데, 해외 사례를 보면 대부분 안정적으로 상생하고 있다"고 전했다.

시대의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다. 하지만 일자리에서 그냥 내몰릴 수도 없다. 일방적으로 한쪽의 희생만을 강요할 수는 없는 것이다. 해외 사례처럼 서로 머리를 맞대면 상생의 해결책은 있기 마련이다. 하루 빨리 현수막이 겆히기를 바란다.

황찬교 기자 kdf@kdf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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