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k Free!] 가스라이팅(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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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k Free!] 가스라이팅(2)
  • 박주범
  • 승인 2021.05.12 15: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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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스마트폰에 고개를 떨구고 있지 않나? 우리 영혼이 폴짝 뛰어들어간 스마트폰 액정 안쪽은 어떤 세계인가. 이상한 나라의 폴처럼 신묘한 여행을 하고 있는 것일까. 

수채화나 기타 정도는 학원에 가지 않고도 유튜브로 초급을 쉽게 뗄 수 있다. 골프도 싱글 핸디까지 코치 없이 스마트폰만 가지고 정복했다는 사람도 있다. 하버드, 예일대 명강의를 유튜브로 죄다 청강할 수 있는데 대학 교육이란 게 더 이상 필요하겠느냐는 교수도 있다. 비행기를 타지 않고도 적도의 열대과일이나 북극의 빙하 조각에 혀를 댈 수 있을 것만 같은 신세계...우리는 정보와 지식의 파라다이스에 들어온 것만 같다.

하지만 스마트폰이 전세계 모든 영혼을 장악해 온 지난 10여년 동안, 세상이 얼마나 어떻게 바뀌었는지 데이터를 보면 더욱 경이롭다. 지구 어디에서건 전체 검색의 90%가 단 하나의 검색 엔진, 바로 구글에서 이뤄지고, 전 세계 신규 광고 지출의 약 90%가 구글과 페이스북으로 들어가며, 전 세계의 휴대전화 중 1%를 제외한 나머지 휴대전화는 모두 구글과 애플의 운영체제를 기반으로 한다.

유튜브 매출의 70%이상을 '추천' 영상이 이끌고 있다고 한다. 1.무엇을 2.어떤 순서로 추천할 것인지 결정하는 유튜브 알고리즘은 철저하게 방문자를 '얼마나 오래 머물게 할 수 있느냐'라는 한가지 목적을 가지고 있다. 체류시간은 결국 돈이기 때문이다. 시간을 광고비로 환산해서 팔고 있는, 지구에서 가장 거대한 '시간 거래' 시장! 그곳에 우리는 들어와 있다. 오해하지 말라. 우리는 무언가를 사기 위해 들어 온 것이 아니다. '사용자'라는 이름의 상품으로 진열돼 있는 것이다. 그리고 '몇 명이 몇 시간'이라는 단위로 기업에 팔리고 있다.

이 시장에서 우리는 '윤리'나 '상도의'를 감히 주장할 수 없다. 구글이나 페이스북에 항의하면 알고리즘이 하는 일이라 자기들은 모른다고 한다. 네이버가 네이버 임직원에게 편집권이 없으니 네이버는 뉴스 매체가 아니라고 주장해 온 것처럼 말이다.

그러므로 '다이어트'라는 키워드를 검색한 10대 소녀에게 거식증을 찬미하는 영상이, '삶의 의미'를 검색한 소년에게 자살 관련 영상이 지속적으로 추천되는 걸 우리는 막을 수 없다. 또한 서로 생각하는 차이가 아주 조금일 뿐인데, 그 차이가 점점 양 극단으로 브레이크 없이 달린다. 보수 성향의 유튜브를 보다 보면 극우 유튜브 콘텐츠가 사방을 에워 싼다. 진보쪽 의견을 시청하다 보면 어느새 좌향좌를 반복하다가, 왼쪽 어느 끝 지점에 와 있게 된다. '역시 내 생각이 맞았어'하면서 부지불식간에 어느 방향이든 너무 멀리 가 버리기 일쑤다. 

구글은 가짜뉴스나 음모론이 '사용자'를 더 오랜 시간 유튜브라는 가두리 양식장에 잡아 놓고 있다고 고백한다. 진실이냐 아니냐는 전혀 우선순위 척도가 아니다. 오히려 진실은 너무 지루하기 때문에 사용자들이 곧 떠난다는 걸 여러 통계들이 입증하고 있다.

오로지 두 곳. 불법 마약 산업과 소프트웨어 산업에서만 손님을 고객(customer)이라고 하지 않고 사용자(user)라고 한다.

가스라이팅. 타인의 심리나 상황을 교묘하게 조작해 그 사람이 현실감과 판단력을 잃게 만들고, 이로써 타인에 대한 통제능력을 행사하는 것을 말한다. 서로 가스라이팅한다고 삿대질하는 유튜버들 싸움 구경을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실제 가스라이팅 당하고 있는 사람은 누구인가.

사진=canva

글. 이인상 칼럼리스트. 항상 세상과 사람과의 소통을 꿈꾸고 있다. 현재 문화미디어랩 PR컨설턴트로 근무하고 있으며, LG그룹 • 롯데그룹 등에서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했다. dalcom0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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