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전성분은 구매를 해야만 알 수 있는 것일까? 기업은 의무적으로 소비자에게 전성분을 안내해야 되며, 소비자도 당연히 문의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 그러나 이를 침해받는 상황에서 소비자의 알권리와 안전을 포기할 수는 없는 것. 에스티로더그룹(Estee Lauder Companies)의 각 브랜드 매장에서 성분을 안내받지 못한 소비자들의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화장품 전성분 표기 및 안내는 브랜드별로 각기 다르다. 제품 포장지 겉면에 전성분 표기가 돼 소비자가 바로 확인이 가능하거나 판매직원이 포장 내에 있는 ‘성분표’를 꺼내 확인을 시켜주는 경우도 있으나, 일부 대기업 브랜드 매장에선 전혀 확인할 수가 없다. 화장품 전성분 표시제에 내용량 50ml 이하 제품은 표기를 생략하고 ‘고객센터’ 전화번호만 안내하면 되는 불완전한 규정때문이다. 일부 대기업 화장품 업체는 이를 악용해 소비자의 성분 확인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에스티로더그룹의 랩 시리즈(Lab Series) 브랜드는 ‘파란병’(퓨처 레스큐 리페어 세럼)을 8월 27일에 출시해 각 매장에서 판매 중이다. 그러나 구매는 할 수 있어도 매장에서 그 성분을 확인할 수 없어 소비자의 원성을 사고 있다. 모 백화점의 랩 시리즈 판매직원은 “(제품 포장지의) 겉면에 표기된 ‘지정성분’만 있고, 따로 전성분은 매장에서 확인할 수 없다”고 전했다. 앞서 에스티 로더(Estee Lauder) 브랜드의 ‘갈색병’(나이트 리페어 싱크로나이즈 리커버리 콤플렉스Ⅱ) 또한 포장속지에도 성분이 표기되지 않아 문제된 바 있다.

기자는 에스티로더그룹의 에스티 로더(Estee Lauder), 크리니크(Clinique), 아라미스(Aramis), 랩 시리즈(Lab Series), 아베다(Aveda), 바비 브라운(Bobbi Brown), 맥(M·A·C), 오리진스(Origins), 라 메르(La Mer), 달팡(Darphin), 조 말론 런던(Jo Malone London), 톰 포드 뷰티(Tom Ford Beauty) 등 화장품 브랜드를 전격 조사했다. 취재결과 대부분 내용량 50ml 상품은 전성분이 포장 겉면에 표기돼 있지 않았으며, 각 브랜드 공식 홈페이지에도 성분을 확인할 수 없는 정황이 포착됐다. 단, 자연주의를 표방하는 브랜드의 일부 제품의 포장지에서만 전성분이 확인될 뿐이다. 즉, 에스티로더그룹 내의 성분 표시 방침 또한 ‘의도적’으로 성분을 생략했다는 의혹을 낳고 있는 것.

에스티로더 브랜드의 한 판매직원은 전성분을 문의하자 오히려 기자에게 반문을 하며 “매장에서 아무리 찾아봐도 보이지 않는다”며 헤맬 뿐이다. ‘맥’ 브랜드는 제품을 가져와 효능과 효과를 설명할 뿐 전성분의 정확한 표기는 온데간데없다. ‘바비 브라운’ 및 ‘아베다’ 브랜드 또한 마찬가지. 오직 오리진스 브랜드 제품에만 포장지 겉면에 성분표기가 돼 있어 확인이 가능할 뿐이다.

용량에 관계없이 모든 화장품의 성분은 소비자의 피부 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또한 모든 기업은 소비자에게 전성분을 자세히 안내해야 될 의무가 있으나, 일부 기업이 현행 법의 사각지대를 이용해 소비자의 안전을 도리어 위협하고 있다. 이로 인해 정직하게 제품을 판매하고 있는 화장품 업계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낳고 있다.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브랜드만 믿고 화장품을 구매하면 안 된다”며 “오히려 브랜드만 믿고 고가의 정책을 펼쳐 소비자를 우롱하는 경우도 있다. 꼭 성분을 확인하고 자신에게 맞는 제품을 선택하는 구매방식이 합리적인 소비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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