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직원들, 협박·갑질 회사 메일에 "잠재적 범죄자 취급"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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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 직원들, 협박·갑질 회사 메일에 "잠재적 범죄자 취급" 분노
  • 박주범
  • 승인 2021.12.21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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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 직원들이 회사가 보낸 메일에 분개하고 있다.

지난 17일 오후 LG전자 A부서는 전 직원에게 '일부 임직원이 불법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것에 대해 최근 손해배상을 당했다. 소프트웨어 정책을 준수하지 않는 직원에 대해서는 사내 징계, 민형사상 책임을 물을 것'이라는 메일을 보냈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에 실린 해당 메일 내용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에 실린 해당 메일 내용

메일을 받은 직원들은 '잠재적 범죄자 취급을 당했다', '이런 메일을 쓰는 사람은 어떻게 입사했나' 등의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해당 메일을 살펴보면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회사 내에서 쓰는 업무용 PC나 노트북에 외부 소프트웨어를 별 다른 사전절차나 제지 없이 사용할 수 있게 한 것 자체가 큰 보안 이슈다. 

국내 IT기업에 근무하고 있는 한 직원은 "업무용 컴퓨터는 흔히 쓰는 프로그램이라도 함부로 깔아 쓸 수 없다. 보안부서 등의 사전 승인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LG전자처럼) 구글 등에서 다운 받아 업무용 컴퓨터에서 별다른 절차 없이 쓸 수 있는 환경이라면 보안면에서 최악"이라고 전했다. 즉, 특정인이 불특정 LG전자 임직원 컴퓨터에 마음만 먹으면 어렵지 않게 해킹 프로그램을 몰래 심을 수도 있다는 의미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에 게시된 LG전자 직원들의 반응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에 게시된 LG전자 직원들의 반응

회사가 손해배상을 당했으니 직원들에게도 민형사상 책임 등을 지우겠다는 으름장도 문제다. 일부 직원들이 협박 메일이라며 분노를 표하는 이유다. 잠재적 범죄자 취급을 당한 것 같이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는 의견도 상당하다.

또한 징계 대상으로 삼겠다고 나열한 소프트웨어들은 대부분 쉐어웨어 형태이며, 예전부터 회사 업무용으로 쓰던 프로그램들이라 메일 내용 자체가 당황스럽고 황당하다는 반응도 많다. '내가 설치한 것도 아닌데 왜 내가 징계 받아야 하나', '사내 툴 현황도 모르나', '다 사내 소프트웨어다' 등의 불만을 통해 LG전자 직원들의 황망함을 읽을 수 있다.

LG전자 한 직원은 "해당 메일을 받고는 경악했다. 월급 받은지 10년이 넘었지만 이렇게 협박과 갑질 내용으로 점철된 회사 메일은 처음"이라며 황당함을 전했다.

해당 메일에 대한 입장을 LG전자 관계자들에게 문의했으나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박주범 기자 kdf@kdf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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