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뷰티가 세계를 다시 누비려면...' [닥제 김효정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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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뷰티가 세계를 다시 누비려면...' [닥제 김효정 칼럼]
  • 박주범
  • 승인 2022.02.15 20: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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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제이코스 대표 김효정
닥터제이코스 대표 김효정

중학교 2학년을 마치면 알게되는 수학 용어가 하나 있다. 동전을 던지면 2가지, 주사위를 던지면 6가지인 바로 '경우의 수'다. 동전과 주사위를 함께 던지면 경우의 수는 얼마가 나올까? 계산은 아주 간단하다. 동전의 경우가 2이고, 주사위가 6이니 2 곱하기 6 해서 12가지가 나온다.

그럼 전세계 사람 피부의 경우는 수는 몇 가지일까? 여드름이 있거나, 기름이 흐르거나 하는 것을 다 따지면 무한대일까? 동전과 주사위 던지기와 똑같이 구해보자. 피부 경우의 수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통상적으로 업계에서는 인종(피부색), 수분량, 수분손실도, 탄력도, 주름도, 산도, 피지량, 모공분포도 등 8가지 정도로 본다. 각 요소의 약함과 강함을 5단계로 잡으면 5를 8번 곱해 피부 경우의 수는 무려 39만625가지나 된다. 3단계로 축소하면 6561가지로 대폭 작아진다. 

시중 화장품 회사는 과연 이 피부 경우의 수에 맞는, 즉 개인마다 천차만별인 피부에 적합한 화장품을 소비자에게 공급하고 있을까? 세계 명품 화장품들은 어떨까? 비싸고 고급지게 보이니 그만큼 나에게 맞는 화장을 할 수 있을까?

단언컨데 이런 화장품은 없다. 기존 화장품은 대량생산과 대량소비에 적합해야 하기에 피부 경우의 수를 무시해야 한다. 지성, 중성, 건성, 그리고 복합성 등 4가지 정도로 축소, 분류하는 이유다.  

특정 화장품이 히트 치면 바로 짝퉁이 나오는 이유 중 하나가 이처럼 피부유형을 너무 단순화하기 때문에 모방이 엄청 쉽다. 법적으로 공개된 성분을 갖고 이리저리 조합해보면 히트 상품의 4가지 유형은 금방 복제할 수도 있다는 사실은 업계에서 비밀도 아니다.

지난해 한국 화장품 수출액이 8조원을 넘었다. 수출액으로만 보면 세계 3위다. 한때 K-뷰티라 해서 국산 화장품이 중국은 물론 전세계를 누빈 적이 있었다. 지금도 '누비고 있다'고 할 수 있지만 이처럼 복제가 쉬운 특성 탓에 중국의 저가 짝퉁 화장품 때문에 그 기세는 한풀 꺾였다. 냉정히 생각하면 국산 브랜드는 명품과는 다소 거리가 멀다. 이미지에 기댈 수도 없다는 의미다.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순 없다. 매출의 문제가 아닌 생존의 문제다. 

지금 세계 화장품 소비자들의 화두는 '맞춤'이다. '내 피부 경우의 수에 맞게 해달라'는 것이다. 맞춤화장품은 따로 '고급이다, 명품이다'라고 떠들 필요 없이 그 자체가 '프리미엄'이다. 이미지는 그냥 따라온다는 의미다. K-뷰티 1차 붐이 가격 대비 고품질에 있었다면 미래의 2차 붐을 이끌 주인공은 '맞춤 화장품'이다.

업계와 정부는 이 흐름을 간과하지 않았다. 앞서 설명한대로 피부 유형은 산업측면에서 보면 거의 무한대에 가깝다.(특정 기능에 대해 수 천 가지의 화장품을 만들 회사는 지구상에 없다) 개별 회사가 팔 걷고 나서서 될 일이 아닌 것이다. 공적 지원과 민간 연구가 앞에서 끌고 뒤에서 밀어야 한다. 

최근 대한화장품산업연구원과 업계는 세계 23개 도시 소비자 피부를 공동으로 연구한 결과 피부를 81가지 유형으로 분류하는 데에 성공했다. 기존과 비교해 10~20배 넘게 피부를 디테일화한 것이다. 수 천, 수 만의 피부 경우의 수를 과학적으로 무의미한 분류를 제외하고 통합하면 거의 대부분의 전세계인의 피부에 맞는 화장품 개념도를 그린 셈이다.

하나 하나의 개념도에 차근차근 어울리는 색을 칠하면 된다. 유산균, 적합 성분, 제형, AI, 진단기술, 빅데이터, 제조시간 등이 물감이다. 하나의 색을 전체 구도에 맞게 칠하듯 소비자 한 명 한 명의 피부에 맞는 화장품을 이런 물감들을 갖고 만듦으로써 글로벌 화장품 패러다임과 화두를 선도할 수 있다.

애초 K-뷰티가 인기를 끈 요인으로 기성 제품에는 없는 '자신에게 어울리는 색조와 개별 기능성'이 꼽을 수 있다. 범용성이 강조된 '1세대 K-맞춤'이라고 할 수 있다. K-뷰티가 재도약해 또 다시 전세계를 누빌 해결책은, 중국의 저가 공세와 유럽 고가 화장품 사이에서 경쟁할 필요 없는 특별한 무엇을 만들면 된다.

바로 '2세대 K-맞춤'이다. '개인 피부별 맞춤 화장품'이 그것이다. 프리미엄 이미지는 덤이다.

#글. 닥터제이코스 김효정 대표
#김효정 대표는 국내 최초로 K-뷰티의 감성에 생명공학박사로서의 빅데이터 기반 맟춤형 화장품 개념을 도입한 스타트업 벤처 화장품 회사의 대표이자 연구소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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