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위아더 조형일 대표, "아이디어만 갖고 오세요. 옷은 만들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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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위아더 조형일 대표, "아이디어만 갖고 오세요. 옷은 만들어 드립니다"
  • 박주범
  • 승인 2022.02.17 14: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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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아더 조형일 대표

재봉틀. 1960~70년대 결혼할 때 혼수품 1위가 재봉틀이었다. 공업화가 이루어지기 전 모두 힘들고 어렵던 시절 집에서 옷이나 식탁보 등 천으로 된 모든 일상용품을 만들었던 시기다. 당시 어르신들은 일본말인 미싱이라고 했으며, 미국 싱어사에서 제작한 '싱가 미싱'은 고급 혼수품이었다.

날이 조금씩 풀리기 시작한 지난 11일 서울 성북구에 있는 위아더 사옥을 찾았다. 로비에 들어선 순간 가장 먼저 보인 것은 한쪽 벽면에 가지런히 진열된 재봉틀 미니어처들이었다. 

위아더 사옥 1층 로비에 진열된 재봉틀 미니어처들 중 하나
위아더 사옥 1층 로비에 진열된 재봉틀 미니어처들 중 하나

위아더 조형일 대표(36)는 "여기는 '공장'이다. 꿈이 실현되고 뭐든 만들 수 있는 그런 공장"이라고 사옥을 소개했다. 스타트업이라면 첨단 기술을 자랑하고 스마트한 뭔가를 내세울 법도 한데 조 대표는 '공장'이라는 표현을 좋아했다.

'아재식 단어 아닌가'라는 물음에 조 대표는 "우리가 하고 있는 사업을 이처럼 잘 표현하는 단어는 없다. 어떤 기술이나 마케팅, 디자인, 아이디어든 모두 이 단어에 녹아들 수 있다"고 말했다.

로비에는 커다랗고 깨끗한 기계 한 대가 길게 놓여 있었다. 국내에 몇 대 없다는 수 억원대의 의류 샘플 제작 기계다. 조 대표는 "일감을 의뢰할지 어떨지 왔다가 이 기계를 보고는 당장 계약하자는 고객이 꽤 있을 정도로 세상이 알아주는 기계"라고 설명했다.

위아더가 운영하고 있는 의류제작 플랫폼 '오슬'
위아더가 운영하고 있는 의류제작 플랫폼 '오슬'

Q. 위아더가 운영하는 '오슬' 플랫폼은 어떤 서비스인가요?

A. 한마디로 설명하면 '패션디자이너의 아이디어만 있으면 어떤 옷이든 만들어주는 플랫폼'입니다. 공장도 소개해주고, 원부자재 소싱, 샘플도 만들어줍니다. 잘 팔릴 옷인지 테스트 해볼 수 있게 소액, 소량 제작이 가능해 많은 디자이너들이 이용하고 있습니다. 기존 의류시장에서는 한 디자인의 옷을 만들려면 최소 주문량이 수 천 장이었지만 오슬을 통하면 100벌 이내도 가능합니다.

Q. 오픈마켓 같은 중개 플랫폼으로 보입니다.

A. 판매자와 구매자를 연결해준다는 점에서 같은 구조입니다. 오슬은 공장과 디자이너를 연결해주죠. 현재 오슬에 등록된 옷 공장 회사가 2천여 곳이 넘을 정도로 판매자(공장)는 풍부합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오슬은 자체 디자이너도 있고 샘플이나 완성품을 제작하는 공장도 갖고 있습니다. 또한 관계기관의 섬유 시험분석, KC인증도 도와줍니다. 모든 리소스를 활용해, 의뢰한 디자이너가 순수한 아이디어로 시작한 옷을 실제 매장에 판매할 수 있게 모든 과정을 도와줍니다.

Q. 국내 의류공장 대표들 연령대가 높아 온라인이나 디지털에 익숙치 않은 분들이 많았을텐데...서비스 진행에 어려움은 없었나요?

A. 처음 시작할 때는 산업단지나 의류공장이 모여 있는 곳으로 가 무작정 방문해 전단지로 보여드리며 설명 드렸습니다. 패션 트랜드는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지만 실제 옷을 생산하는 곳의 분위기는 아직도 70~80년대입니다. 방문할 때 차나 커피를 주시는 분들이 업체 막내분들이셨는데 연세가 60대 이상일 정도였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스마트폰에 공장 등록 과정을 일일이 설명하며 설득했습니다. 다른 업체가 알 수 있을까 염려하셨는지 처음에는 견적 조차 쉽게 내주시지 않으셨습니다. 지금은 디자이너가 오슬에 옷을 의뢰하면 여러 공장 대표님들이 한꺼번에 견적을 주실 정도로 서로 신뢰가 쌓였습니다.

Q. 오슬의 수익 구조는 어떻게 되나요?

A. 공장들이 지불하는 광고비, 외부 고객의 의류시험, KC인증 의뢰 관련 매출 등입니다. 

Q. 사옥 규모나 직원 수 등을 고려하면 그 정도 수익으로 회사를 유지하기 힘들게 보입니다.

A. 오슬은 이익을 보는 구조가 아닌 일종의 산업 종사자들에 대한 서비스 개념입니다. 위아더의 주요 비즈니스는 OEM, ODM입니다. 현재 국내 유명 패션브랜드들과 협업하고 있습니다. 위아더의 강점은 한 디자인의 옷을 3주 안에 제작해 전국 각지의 대리점에 납품까지 완료할 수 있는 점입니다. 여기에 유니폼이나 근무복, 작업복 제작도 매출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의뢰 받은 옷 생산 전에 가상현실에서 미리 착장 모습을 볼 수 있는 프로그램.
의뢰 받은 옷 생산 전에 가상현실에서 미리 착장 모습을 볼 수 있는 프로그램.

조 대표는 주요 사업을 설명하면서  '한 개의 스타일을 3주 내 100벌 만들어 전국 매장에 배송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일종의 '반응형' 생산구조라는 것이다. 잘 팔리면 대량 생산으로 가고, 안 팔리면 재빨리 다른 디자인이나 스타일의 옷을 만들어 선보이는 방식이다. 일반 패션기업에서는 겨울 옷을 여름에 만들고 여름 옷을 겨울에 미리 만든다. 반면 위아더는 짧게는 2~3주 안에 옷을 만들기에 겨울 옷은 겨울에, 여름 옷은 여름에 만들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재고나 판매 리스크 부담을 덜 수 있는 것이다.

옷 하나 만드는데 거치는 과정은 대략 40단계 정도다. 위아더는 '아이디어'만 빼고 나머지 39단계가 가능하다고 한다. 얼마 전에는 달랑 사진 5장만 들고 온 디자이너도 있었다. 어느 길거리에서 찍었다며 본인이 그린 그림 한 장 없이 사진과 말로만 원하는 옷을 설명했다고 한다.

Q. 사진만 갖고 옷 만들어 달라고 한 것은 다소 황당하네요.

A. 아닙니다. 종종 있습니다. 아이디어만 확실히 갖고 있다면 회사 디자이너와 전문가들이 의뢰인과 머리를 맞대며 그 생각을 실현합니다. 최종적으로 옷 샘플이 나올 때는 정말 재미있습니다. 매번 하는 일인데도 그때마다 신기하고 재미있고 그렇습니다.

조 대표는 인터뷰 도중 '아이디어, 도전, 편견'이라는 단어를 여러 차례 되풀이했다.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패션산업에서 아이디어부터 납품까지 한 곳에서 '원 스톱 서비스'가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이들은 거의 없습니다. 지금의 위아더와 오슬은 이런 시장의 편견을 깨고 아이디어로 시작해 도전한 결과물입니다"

흔히 나이나 성별에 대한 편견을 갖게 마련이지만 조형일 대표는 의식적으로라도 이런 편견을 갖지 않으려고 애쓴다고 했다. 조 대표의 부모님은 가내수공업 형태의 조그마한 의류공장을 하셨다. 그는 태어나자마자 옷, 실, 재봉틀, 바늘, 패턴, 샘플 등을 국어책이나 산수책보다 더 많이 접하며 자란 셈이다.

"어머니와 아버지 모두 너나 없이 옷을 만드셨습니다. 그런 모습에 익숙해서 그런지 일을 잘 하고의 문제는 연령이나 성별이 아니라는 의식이 자연스레 생긴 듯합니다. 지금 회사 30여명 직원들 연령대가 57년생부터 98년생까지 다양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다시 재봉틀과 공장이다. 조 대표는 "패션분야에서 유통은 커지는데 국내 제조업은 쇠락 중인 것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당연한 얘기이지만, 국내 패션산업에서 제조업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5년 내 중국 제조 단가를 위아더가 따라 잡는 것이 목표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에 '왜 '공장'인가요?'라는 질문에 조형일 대표는 "'만드는 곳'이니까요"라고 답했다. 우문에 현답이다.

지난 11일 방문한 위아더 사옥 전경. 서울 성북구에 위치하고 있다.
지난 11일 방문한 위아더 사옥 전경. 서울 성북구에 위치하고 있다.

사진=위아더

박주범 기자 kdf@kdf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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