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갑 교수 "정부, 거리두기 이미 포기한걸로 보여…위기라고 얘기해도 그냥 밀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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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갑 교수 "정부, 거리두기 이미 포기한걸로 보여…위기라고 얘기해도 그냥 밀고 간다"
  • 김상록
  • 승인 2022.03.17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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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 사진=JTBC 캡처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가 거리두기를 점점 완화하고 있는 정부의 방역지침에 불만을 나타냈다. 

이 교수는 16일 방송된 CBS 라디오 '한판승부'에 출연해 "의료전문가들 입장에서 막연하게 밤 12시, 8인 이렇게 풀면 안 된다는 인식을 하고 있지 않나"라는 진행자의 물음에 "(정부가) 거리두기는 이미 포기한 걸로 보인다"고 했다.

이어 "정부에서 이제 거리두기를 강화하라고 하겠나. 의료체계 붕괴된다고 거리두기 강화하라면 현 정권은 이제 끝날 거니까 안 할 것"이라며 "다시 들어오는 정권은 그 욕을 먹어가면서 거리두기 강화하라면 강화할 거라는 생각은 안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료체계 붕괴돼도 조이지 않을 거고 하루에 500명씩 죽어도 몇 주 지나면 지나갈 거니까 그냥 그렇게 보는 것"이라며 "거리두기 조이는 건 얘기도 하고 싶지 않다. 다만 현 체제만 유지해 주든지, 메시지라도 정확하게 전달하라는 것이다. (정부에서) 지금 위기라고 얘기를 해 주셔야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가 자영업자의 고통을 덜기 위해 거리두기를 완화하는 것이라는 반응에 대해 "솔직히 (정부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다. 보건복지부나 질병관리청 분들 만나면 자기네도 이렇게 하는 거 원치 않는다 그런다. 정권의 의지라고 한다"며 "지금 유행 규모가 커지고 문제가 된다는 걸 질병관리청이 모르겠나. 아무리 얘기를 해도 대통령부터 총리까지 '나는 정했어. 계속 밀고 가' 이런 얘기한다. 보건복지부에 아침마다 브리핑하는 반장까지도 그냥 일관되게 이런 식으로 사인을 내보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지난번 6인 모임·10시 영업 제한을 만들 때 (일상회복지원위원회 자문위원직을) 관둔 이유도 그거였다. 논의도 하기 전에 먼저 흘린다. 방향성을 정해 놓고 언론, 전문가들이 어떻게 얘기하나 간을 보는 것"이라며 "반발이 심하면 좀 움크렸다가 반발이 별로 없으면 밀고 간다. 중대본에서 그냥 그렇게 발표하려고 이미 사전에 깔기 시작한다"고 전했다.

이 교수는 "젊고 건강한 사람들은 심하게 앓지 않는다. 하지만 그 사람들 때문에 유행이 커진 상황이 아이들하고 어른들한테 올라가면 심각한 상황이 되는 것이다. 가족 중에 한 분이라도 코로나 때문에 죽은 분이 있으면 그런 얘기 못 하실 것"이라며 코로나에 대한 경계를 당부했다.

한편, 정부는 오는 21일부터 적용할 사회적 거리두기 조정안을 두고 고심을 거듭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날 열린 정책 자문기구인 일상회복 지원위원회에서 거리두기를 완화해야 한다는 요구와 현행 거리두기를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맞섰기 때문이다. 사적모임 인원 6명, 식당·카페 등의 영업시간을 밤 11시까지로 제한하는 현행 거리두기는 20일 종료될 예정이다.

김상록 기자 kdf@kdf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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