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 일본을 생각한다 [안창현의 돋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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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절, 일본을 생각한다 [안창현의 돋보기] 
  • 박홍규
  • 승인 2022.08.16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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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광복을 맞이한 날이자 일본이 패망한 날인 8월 15일 77주년 광복절을 맞이해 일본을 다시 생각한다. 우리는 1910년부터 1945년까지 36년간 치욕의 일제 강점기를 겪었고 그 상처의 흔적은 100년도 넘게 치유되지 않고 우리 가슴 속에 남아있다.

수많은 열혈애국지사가 독립운동에 목숨을 바쳤고 헤아릴 수 없는 국민이 일제에 의해 징용으로, 위안부로 끌려갔고, 그 악몽은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우리나라와 지정학적으로 가장 가까운 이웃인 일본은 1965년 한일협정으로 국교를 정상화한 이후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교류를 확대하며 공동 발전을 모색해 왔다.

코로나19와 일본의 경제제재 이전에는 연간 수백만 명의 관광객이 양국을 오가며 인적, 물적, 경제적 교류를 이어갔지만, 종군위안부 문제와 징용 노동자 문제로 양국은 평행선을 달리며 치킨게임을 하듯이 외교적으로 벼랑 끝에 서 있는 형국이다. 

강제징용 노동자들이 신일본제철과 미쓰비시중공업에 대한 1억 원의 손해배상청구소송과 관련해 일본의 관련 회사에 대한 재산 압류 절차로 현금화 절차가 가시화하며 지난 2019년 일본은 한국에 대한 경제 보복을 전격 단행, 우리의 수출 주력상품인 반도체와 관련한 소재, 부품, 장비의 수출을 규제한다고 발표했고 우리나라는 일본 상품 불매운동이 전국으로 들불처럼 번져나갔다.

약 3년이 지난 지금은 어떤가? 그렇게 야단법석을 떨던 일본 불매운동은 지금 어떻게 되었나? 불매운동은 1년이 지나면서 흐지부지됐고 일본 자동차와 각종 상품은 국내에서 사상 유례없는 호실적을 올리고 있다.

1965년 이후, 2021년까지 우리나라의 일본에 대한 무역수지는 해마다 적자이고 점점 늘어나고 있다. 2021년 245억 달러(약 32조 원)로 우리나라 1년 예산의 약 5% 정도를 차지한다. 이는 대부분 소재, 부품, 장비에 대한 수입이 많기 때문이고 앞으로도 특별한 대책이 없는 한 대규모 무역 역조는 지속할 것이다.

우리는 남을 탓하기 전에 흥분하면 물불 안 가리며 달려들고 돌아서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잊어버리며 냉탕 온탕을 오가는 국민성을 반드시 되새겨 보아야 할 일이다. 그런 국민성과 자세로 일본을 극복하고 이기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또, 우리는 가장 가까운 나라인 일본에 대해 잘 안다고 착각하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든다.

매사에 우리가 즉흥적이라면 일본은 치밀하게 준비하고 확인하며 온 나라의 시스템이 촘촘한 매뉴얼에 따라 가동하고 움직인다.

일본을 다녀온 사람은 잘 알겠지만, 전자제품 상가에서 1000엔짜리 전자시계를 하나 사도 그 포장지 안에 전 세계 주요국 언어로 되어 있는 제품설명서가 얇은 종이에 빽빽하게 인쇄되어 있고 그것을 작게 접어서 포장해 놓았다.

비단 그런 상품뿐 아니라 대학교의 학사일정이나 회사나 관공서 등의 크고 작은 행사 일정도 모두 매뉴얼대로 돌아가는 사회다.

일본은 수년간 매년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고 있다. 수십 명의 수상자가 나온 것은 바로 그런 사회적인 기반을 바탕으로 한 기초 학문이 탄탄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어떤가? 국가적으로 빨리빨리 문화에 젖어 기초는 부실하고 겉치레만 강한 것은 아닐까? 과정보다는 결과 지상주의에 빠져 모래성을 쌓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

해마다 반복되는 광복절에 일본의 국왕이 어떤 말을 했고, 총리가 어떤 사과를 했는지도 중요하지만, 우리에게 더 중요한 것은 일본을 제대로 알고 그들을 이기기 위한 와신상담(臥薪嘗膽)의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국력이 일본보다 강해지고 경제력이 커지면 자연히 우리의 일거수일투족이 일본에 강하게 작용하겠지만, 지금과 같은 망각의 늪에서 헤매며 우리가 일본보다 낫다고 착각 속에 빠져있는 한 100년 전의 악몽은 또다시 현실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중국 춘추전국시대 진나라 승상이었던 여불위가 주도해서 쓴 ‘여씨춘추(呂氏春秋)’에 이런 말이 나온다.

‘故欲勝人者 必先自勝, 欲論人者 必先自論, 欲知人者 必先自知(고욕승인자 필선자승, 욕론인자 필선자론, 욕지인자 필선자지 : 남을 이기려는 사람은 반드시 자신 스스로부터 이겨야 하며, 남을 비평하려는 사람은 반드시 자기반성을 먼저 해야 하고, 남을 알고자 하는 사람은 반드시 자신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

광복절 77주년에 일본을 생각하며 우리 모두 마음속에 깊이 새겨야 할 금과옥조(金科玉條)다. 

한국면세뉴스 kdf@kdf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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