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의 재앙’ 5년 면세점 특허, “시한부 계약직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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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의 재앙’ 5년 면세점 특허, “시한부 계약직 만든다”
  • 김선호
  • 승인 2015.12.21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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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선 “곧 문 닫을 매장, 왜 우리에게 이런 시련이...”
관세청 “오히려 고용 확대 기회”, 현장과 온도차 보여

‘12년부터 정부부처가 서울에서 대전·세종으로 이사를 진행, ‘14년 완료가 됐다. 그리고 수많은 공무원들은 때 아닌 ‘기러기 아빠’가 됐다. 평일에는 대전·세종, 주말에는 서울로 옮겨 다니는 공무원들이 생겨난 것. 현재 특허를 잃은 서울 시내면세점 직원들이 똑같은 위기에 놓였다. 특허를 획득한 신세계·두산은 각각 워커힐면세점과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직원을 ‘고용 승계’하겠다고 나섰으나, 현장 직원들은 “5년 시한부 계약서 작성 때마다 직장을 옮겨 다녀야 해 ‘고용 불안’이 심각하다”고 외치고 있다.

PO_002 사진=김선호 기자/ 특허를 잃은 워커힐면세점의 현장 모습. 면세점 오픈과 함께 근무지를 지키는 현장 직원들.

평일엔 수많은 공무원들이 대전·세종시 정부부처 인근에서 거주한다. 가정이 있는 서울에서 출퇴근이 불가능하기 때문. 주말에만 간신히 자녀들의 얼굴을 볼 수 있다. 때문에 정부부처 이전 시 공무원들의 ‘불만’이 상당했다. 그래도 정부의 정책상 어쩔 수 없이 현실을 받아들여야 했다.

이제 그 화살이 면세점 직원들을 향하고 있다. SK네트웍스 워커힐면세점은 23년의 막을 내리게 됨에 따라 현장 직원들은 다음 둥지를 어디로 정해야 할지 막막한 상황이다. 또한 롯데면세점은 월드타워점 특허가 12월 31일 만료돼 근무자들을 소공점(본점) 혹은 인천공항으로 이전 배치를 진행해야 되는 상황이다.

사회적 불이익을 우려해 익명을 요구한 면세점 직원 C씨는 “지금도 면세점까지 출퇴근 왕복 4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당장 다른 곳으로 배치가 되면 기러기 신세가 돼 당장 자녀들을 어떻게 돌봐야 할지 막막하다”고 전했다. 면세점 직원들은 판매직을 포함해 약 80%가 여성들이다. 가정이 있는 어머니들은 ‘5년 시한부 면세점’ 제도로 평일마다 때 아닌 ‘생이별’을 겪게 생겼다. 마치 ‘12년부터 시작된 공무원 아빠들의 ‘생이별’을 떠올리게 한다.

대전에서 근무하는 관세청 관계자는 “면세점 직원들의 불만은 직장을 잃는 것이 아니라 옮겨 다녀야 하는 문제로 여겨진다”며 “현장의 ‘고용 불안’ 목소리는 지나친 감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공무원들의 속내 또한 평일 동안 자녀를 볼 수 없는 서러움을 견뎌내고 있을 터다. 그래서인지 “직원들의 불만과 우려가 있는 만큼 이를 고려해 기획재정부 측에 5년 특허 기간을 늘리거나, 특허 갱신 제도를 도입하는 방향으로 건의 중에 있다”고 전했다.

PO_003 사진=김선호 기자/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의 모습. 관광객들로 북적이고 있으나 곧 문을 닫게 될 위기에 놓였다.

면세점 브랜드 담당자는 매장이 문을 닫게 되면 실직될 위기에 놓였다. 신규 면세점에 새로 채용되는 가능성도 있으나 5년 마다 ‘고용 불안’을 체감해야 한다. 대전·세종의 공무원들은 ‘이제 옮겨졌으니 여기에 터를 잡아야지’라고 여길 수 있으나, 면세점 직원들은 5년마다 떠돌이 인생으로 내몰렸다.

C씨는 “우리가 무엇을 잘 못 했는지 모르겠다. 매출 실적이 나빴던 것도 아니고, 열심히 일을 하지 않은 것도 아니다”며 “당장 이곳을 떠나게 되면 어디로 가야 될지 모르는 상태다. 다른 곳으로 가게 되면 이제 자녀들 볼 시간도 없을 것 같다”고 밝혔다.

서울에서 지방으로 이사한 정부부처. 이에 따른 진통 또한 여간치 않았다. 이와 같은 고충이 면세점 현장에서 다시금 터져 나오고 있다. 관련 ‘동병상련’격인 당국의 조치와 대책으로 ‘고용 불안’의 현장을 해결해야 된다는 목소리가 일고 있다. 또한 제도적 보완을 통해 면세점 고용 시장을 안정화시켜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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