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업계를 위한 밥상은 이미 차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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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세업계를 위한 밥상은 이미 차려졌다
  • 백진
  • 승인 2015.07.03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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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물품에 대한 구매정보 가진 면세업계…차려진 밥상에 수저만 들고 떠먹으면 되는 상황
빅데이터로 맞춤형 고객관리, 선택 아닌 필수된다
6월 마지막 주, 여름 정기세일에 들어간 각 백화점들은 메르스 악재 속에서 2~3% 매출신장을 보이며 회복의 신호탄을 쐈다. 주말을 기점으로 메르스 기세가 한풀 꺾이면서 국내 소비시장이 점차 살아나고 있는 것. 그러나 면세업계까지 그 훈풍이 도달하진 못했다. 매출의 대부분을 외국인들, 즉 중국인들이 장악하고 있는 탓이다. 때문에 대대적인 프로모션과 할인 이벤트를 진행해도 좀처럼 회복세에 접어들지 못하는 면세점들의 한숨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한국면세뉴스는 국내·외 크고 작은 사건들에 큰 영향을 받는 바람 앞의 등불처럼 위태로운 국내 면세산업의 현실을 진단해 보고, 업계가 외부충격 유연성을 어떻게 극복해 나가야 하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글 싣는 순서
1.학계의 주문 ‘메르스에 포위된 면세업계, 출구전략 있을까'
2.업계의 역할 ‘생존을 위한 다변화 전략, 빅데이터 분석부터 시작해야’
3.정부‧기관의 협조 ‘업계부양 위한 해결책, 결국 이곳에서부터 시작’


메르스로 냉가슴을 앓는 면세업계는 지금 ‘생존’이란 화두를 놓고 다양한 전략적 접근 필요한 시점이다. 외부요인에 대한 대비와 예측데이터가 없으면 위기상황 시 탄력적 대응이 어렵다는 사실을 경험적으로 배우게 됐다.

국내 면세업계는 그동안 매출과 마진률 높이기 위한 전략 위주로 마케팅을 전개해왔다. 매출비중이 높은 중국인을 대상으로 프로모션과 각종 서비스가 집중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그러나 한 업계관계자는 “흐름과 추이를 보며 전략을 짜는 것도 중요하지만 외부환경에 너무 속수무책이다”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로 인천공항에 있는 면세점들은 공사에 매출액정보만 제공하고 있다. 인천공항 관계자는 “공항에 입점한 각 면세점들이 자세한 매출정보를 공사에 제공하는 것은 의무사항이 아니며, 영업비밀로 여겨지는 측면이 있어 정확히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공항 입장에서도 단발성 할인이나 경품이벤트만 진행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때문에 공사는 매출정보 통합관리시스템 도입을 진행 중에 있다. 이용자가 공항을 들어와서 출국하는 순간까지의 모든 기록을 분석해 마케팅 전략에 반영하려는 목적이다. 인천공항은 이 통합정보가 빅데이터 활용의 일환이 될 것으로 기대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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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는 국내에서는 아직 개인정보보호 문제로 많이 활용되고 있지 않지만, 기업들은 비식별 데이터를 중심으로 마케팅에 적극 반영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최근 금융이나 보건‧통신 분야 등 비교적 개별 데이터 분류가 용이한 분야부터 빅데이터 활용을 시작하는 추세다.

대표적인 예로 KT에서 분석한 빅데이터 자료를 기반으로 서울시 심야버스 노선을 수립한 것과 SKT의 T-map의 GPS나 GIS을 이용한 에너지 절감 및 비용절감의 우수성을 나타낸 사례가 대표적이다. 정부에서도 빅데이터에 대한 중요성과 관심이 높고 활용 의지가 높다.

그러나 국내 백화점 및 유통업 구조의 특성상 아직 빅데이터 도입은 제자리걸음이다. 유통업체들이 입점 매장의 전체 매출액과 이익률만 파악하고 관리하는 운영시스템 때문이다. 어느 매장에서, 누가, 어떤 상품을, 얼마나 판매하고 있는지에 대한 세부적 판매데이터 없이 매출액과 마진만 기록된다. 고객카드를 통해 회원데이터를 지니고 있다곤 하나 전체 이용자 수에 비하면 그 비율은 일부에 불과하다. 유통업계가 단기간 안에 빅데이터 도입이 어려운 이유다.

한국빅데이터연합회 정우수 팀장은 “빅데이터를 활용하려면, 많은 기업들은 현재 운영 중인 시스템 전반을 재설계해야 될 수 있다. 또 우선적으로 개인정보 문제부터 해결해야 된다. 특히 유통업은 개인정보보호법에 저촉되는 식별데이터 활용에 제약이 많기 때문에 제도적으로도 많은 검토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반면 국적, 성별, 나이 등 고객정보와 물품정보가 하나하나 정확히 기록되는 면세업의 특성상,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효과적인 마케팅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가령 면세점 쇼핑을 하는 50대 여성이 동남아를 여행할 때와 유럽을 갈 때 주로 구매하는 물건과 구매액은 다를 수 있고, 시내면세점과 출국장에서 구매하는 품목도 상이할 수 있다. 또한 이 여성이 어느 국가 사람이고 그 나라의 면세한도는 얼마인지, 주로 이용하는 항공기 수하물 기준은 어느 정도인지에 따라서도 구매품목과 구매액은 달라지게 된다.

지금 면세점들이 가장 접근하기 좋은 채널은 온라인이다. 온라인 쇼핑몰의 빅데이터 활용 시 벌어지는 마케팅은 실시간 맞춤형으로 진화하고 있다. 구매자 대부분이 로그인을 하며, 원하는 상품을 향해 꼬리에 꼬리를 물어 찾아가기 때문이다. 각 업체들이 인터넷 면세점의 상품구색을 늘리고, 소비자 중심 인터페이스 개발, 프로모션을 통한 피드백 등을 통해 개별고객의 선호도와 쇼핑유형, 구매까지 이어지는 일련의 단계를 분석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면세업계의 이런 빅데이터 활용은 수요예측을 보다 정확하게 만들어주며, 장기적 마케팅 전략을 짜는 데 있어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더욱 체계적인 물류시스템과 고객맞춤서비스가 가능해지며, 위기상황에 대한 시뮬레이션도 더욱 넓은 범위에서 진행될 수 있다. 정우수 팀장은 “변수가 많아지는 산업생리상 빅데이터 활용은 필연적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다”며 “정부에서도 최근 빅데이터 활용에 대한 의지가 높다. 개인정보 문제 등 제도개선이 이루어진다면 활용범위가 좀 더 커질 것으로 기대 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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