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백화점면세점 출범 석달] 후발주자가 직면한 '네 가지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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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백화점면세점 출범 석달] 후발주자가 직면한 '네 가지 딜레마'
  • 조 휘광
  • 승인 2019.01.31 07: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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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매출 실적 미흡 2. 마케팅 과열 논란
3. 브랜드 유치 부진 4. 한 곳 뿐인 점포


▲ 현대백화점면세점 무역센터점 외벽을 장식한 초대형 디지털 사이니지의 지난 18일 모습. 국내 최대 가로37, 세로 36미터 규모로 설치 작업이 마무리돼 테스트 중이다. 서울시의 설치 승인이 끝나는대로 공식 가동할 예정이라고 면세점은 밝혔다. / 조휘광 기자

현대백화점면세점이 출범한 지 31일로 석달이 된다. 면세점 후발주자의 징크스를 뛰어넘지 못하고 있다는 게 냉정한 평가다. 매출 기준 국내 백화점 2위 현대백화점그룹의 후광에도 불구하고 매출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지나친 마케팅 공세로 업계의 눈총을 받는가 하면 면세점의 생명인 유명 브랜드 유치에 애로를 겪고 있다. 무역센터점 단일 매장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점포 수를 늘리는 것도 필요하지만 하루이틀에 되는 일이 아니다.


■ 1. 매출 - 하루 10억 남짓…기대만큼 안 올라

현대백화점면세점은 작년 639억원 매출을 올렸다. 11월 1일 오픈 후 만 두 달 간 거둔 성적이다. 첫 달인 11월 289억원, 12월에 350억원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국회 추경호 의원실, 관세청 자료). 오픈 초기 하루 50~60만 달러 매출밖에 못 올린다는 항간의 소문보다는 낫지만 기대보다 저조하다는 게 일반적 평가다.

12월 매출이 전달에 비해 21% 늘어나긴 했다. 두 달간 일평균 매출은 10억4800만원으로 11월 9억6000만원대에서 9000만원 정도 늘어났다. 하지만 같은 기간 668억원 매출을 기록한 신세계면세점 강남점 실적을 밑도는 수치다.

황해연 현대백화점면세점 대표는 지난해 그랜드오픈 당시 올해 매출 목표로 6000억~7000억원을 제시했다. 6500억원으로 잡으면 하루 18억원을 달성해야 한다.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다만 현대백화점면세점은 "목표대로 잘 가고 있으며 구체적 매출은 과당경쟁을 안 하려는 차원에서 밝히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 2, 마케팅 - "출혈경쟁, 업계 물 흐린다" 눈총

동종 업계 시선도 곱지 않다. '차별화된 마케팅' 수준을 뛰어넘어 업계 물을 흐린다는 혹평까지 받는 부분이다.

최근 여행쇼핑 분야 한 인터넷 카페에는 '현대백화점면세점 쇼핑 후기' '현대면세점 후기' 등 제목의 글이 다수 올라왔다. 1월 말까지 면세점을 방문하면 받을 수 있는 3만원+신규가입 5000원 총 3만5000원 선불권 득템 비결을 전수하느라 법석이다. 파격 할인과 후한 선불카드 인심을 적절히 활용하는 비결도 앞다퉈 소개한다.

현대백화점면세점은 지난달 말부터는 구매금액의 약 10%에 달하는 페이백 행사를 진행했다. 1000달러 당 10만원 씩 현금을 돌려주는 행사다. 면세점에서 적립금을 쌓아주거나 선불카드를 주는 경우는 많지만 캐시백 행사는 흔치 않다.

뿐만 아니다. 보통 15~25%인 여행사 송객수수료를 때로는 40%까지 높였다는 의심도 받았다. 고객을 데려온 가이드에게 주는 이른바 '입점비'를 타사의 두 배 정도 질러대는 것은 “알만한 사람은 이는 공공연한 비밀"이라는 게 한 업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아무리 적게 잡아도 매출액의 40% 이상을 마케팅에 쏟아붓는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현대백화점면세점은 다른 면세점의 눈총에도 불구하고 "(다른) 강남지역 면세점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말한다.

온갖 구설에도 불구하고 후발주자로서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공격적 마케팅 전략을 포기할 수 없다는 게 또 하나의 딜레마다.


■ 3. 브랜드 유치 - 현대백화점그룹 후광 잘 안 통해

브랜드 유치 지연은 현대백화점면세점의 아킬레스건이다. 신세계면세점 명동점이 루이비통을 조기 입점시킨 게 면세점 사업 안착 계기가 된 것에 비춰 보더라도 마음이 급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현실은 냉정하다. 루이비통·샤넬·에르메스 이른바 3대 명품은 물론 크리스찬디올, SK2도 아직 입점 전이다. 콧대 높은 베르나르 아르노 LVMH(루이비통모에헤네시) 회장이 "No" 했다는 후문이 들릴 정도다.

3대 명품을 다수 입점시킨 현대백화점의 저력과 황해연 대표가 유통업계에서 쌓아온 화려한 경력도 무용지물이라는 데서 현대백화점면세점의 답답함이 더해진다.

현대백화점면세점이 올해 목표 달성과 면세점 사업 안착을 위해서는 브랜드 확충 전략 재점검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라고 업계는 말한다.


▲ 현대파크원 프로젝트 자료에 따르면 호텔, 오피스 외에 현대백화점 여의도점 입점 계획이 들어 있다. 이를 근거로 업계에서는 2020년 완공되는 이 건물에 현대백화점면세점도 입점 계획이 진행될 것으로 추측하기도 한다.


■ 4. 점포 수 확대 - 규모의 경제 위해 필요하긴 한데…

현대는 롯데, 신세계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백화점 강자지만 면세점에서는 까마득한 후발 주자다. 게다가 특허를 따놓고 오픈까지 2년의 시간을 허비했다. 주요 업체들이 국내외에 10개 안팎, 중견면세점들도 3개 이상의 특허를 갖고 있는데 비해 무역센터점 하나를 겨우 오픈했을 뿐이다.

규모의 경제를 통한 구매파워를 높이기 위해서라도 매장 확대를 통한 몸집 늘리기가 절실하다. 하지만 면세점은 특허 사업이라 점포 수를 늘리고 싶다고 마음대로 늘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특히 대기업은 정부의 허가가 필요하다.

서울 시내 면세점 기준 올해 특허 추가 허용 조건은 넉넉히 충족되긴 한다. 4.5월께 출범할 면세점제도운영위원회에서 결정할 사안이다. 적어도 한 곳은 추가하지 않겠냐는 전망이 우세하지만 면세점 산업 불확실성을 감안하면 없을 수 있다는 기대 섞인 관측도 있다.

신규 점포 후보지로 여의도 IFC 빌딩 옆에 건설 중인 '파크원'이 거론되기도 한다. 현대백화점면세점의 한 관계자는 금시초문이라는 반응이긴 하다.

2020년 완공 예정인 이 건물에는 현대백화점 입점이 예정돼 있어 현대 면세점의 새로운 교두보로 활용되지 않겠냐는 추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물론 신규 특허 획득이 우선돼야 한다. 일각에서는 시내 특허를 반납하는 업체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기회를 노린다는 추측도 나온다. 오픈 당시 황해연 사장은 국내 뿐 아니라 해외 면세점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하겠다고 밝혔지만 아직 확실한 건 없다.


내딛는 걸음마다 진퇴를 고심해야 할 위치에 서 있는 현대가 그동안의 관록을 바탕으로 어떻게 앞길을 헤쳐나갈 지는 업계의 관심사다. 빅3 체제인 기존 면세점 판도에 새 바람을 불러올 것인지 아니면 그냥 '또 하나의 면세점'으로 남을 것인지 주시하고 있다.

한 후발 면세점 관계자는 "현대가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얼마나 빨리 면세업계에 연착륙할 지 관심 가지고 지켜보는 중"이라며 "긍정적인 효과가 나서 면세점 모두가 윈윈했으면 좋겠다"는 기대감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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