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점] 정부의 방향성 없는 면세점 제도...피해는 고스란히 업체들의 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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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점] 정부의 방향성 없는 면세점 제도...피해는 고스란히 업체들의 몫
  • 백진
  • 승인 2016.03.16 19: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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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당국자 간 신규 추가에 대한 논의 이뤄진 것으로 보여
찬반논란 들끓어 결론에 귀추 주목

다시 면세시장이 들끓고 있다.

이달 말로 예정된 정부의 면세점 제도개선안의 발표와 이를 미리보기 하는 의미로 열린 16일 공청회에 업계의 상반된 반응 때문이다. 특히 이달 초 관세청장이 서울 시내 신규특허를 추가할 가능성을 내비쳐 갓 면세시장에 진출한 신규업체들의 항의가 빗발치고 있다.

실제로 지난 11월 특허심사 이후, 특허를 상실한 롯데 월드타워점과 SK워커힐이 폐점수순을 밟는 사이 빚어진 인력 문제, 여행업계에 미치는 파장, 지역 여론 등 여러 부작용이 발생하자, 기획재정부와 관세청 사이에 신규추가에 대한 논의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관세청에서 서울 시내면세점 업체들에게 서울지역 추가 특허에 대한 의견을 묻는 공문을 발송했던 것도 이런 배경이었던 것으로 여기고 있다.

사진=김선호 기자/ 공청회에 참석한 신규면세점 사장단 사진=김선호 기자/ 공청회에 참석한 신규면세점 사장단

신규업체들은 “면세점은 진입장벽이 높기 때문에 사업의 이점이 있는 것이고, 지난 15년간 단 3개의 특허만이 나왔다”며 “브랜드 유치와 모객이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인데, 신규를 더 늘린다면 입찰을 통해 사업권을 취득한 자체가 어떤 의미가 있느냐”는 성토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추가특허에 대해선 아직 결정된 바가 없으며, 신규 업체들의 어려움에 대해서도 공감한다. 하지만 엄밀하게 따진다면 관세청은 특허를 주고, 이를 제대로 운영하는지 관리‧감독하는 기관”이라며 책임소재에 선을 그었다. 수익이 많이 나는지 알고 뛰어들었던 사업이 기대했던 성적을 내지 못했을 때, 이에 대한 대안을 마련하거나 손실을 떠안는 것도 입찰 전에 업체들 스스로 고려했어야 한다는 것.

실제로 면세점 특허는 작년 7월과 11월 입찰 당시 ‘황금알을 낳는 사업’으로 인식돼 2번 모두 업계의 과열경쟁을 야기했다. 조세형평성 측면에서 면세점을 늘리는 것이 곱지 않은 여론상, 관세청이 그동안 입찰공고 자체를 신중하게 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독과점 시장구조 개선에 대한 필요성과 경제 활성화 측면에서 3곳의 신규 시내면세점이 서울에 추가되며 신규업체들의 도전은 받아들여졌다. 특히 지난해 11월 면세점 운영노하우를 가진 기존 업체들을 탈락시킨 동시에 심사평가와 관련한 것들에 대해서도 철저히 비공개 방침을 밝히며 의혹을 키운바 있다. 작년까지만 해도 독과점 개선을 위해 면세산업 전반을 뒤흔들었던 정부가 다시 신규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것은 정책의 일관성에서 심각하게 벗어난 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00 사진=김선호 기자/ 사회를 맡은 이만우 고려대 교수

공청회 자리에서도 이 부분에 대한 지적이 이어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기존 특허 업체들이 특허를 다시 취득하지 못했을 때 벌어질 각종 부작용들을 업계에서는 이미 입찰심사 전에 여러 차례 지적해 왔으나, 관련당국이 이를 무시했다”며 “시장 환경 변화에 따른 예측 없이 특허를 결정했던 점, 국가경쟁력 관점에서 보지 못하고, 장기적인 정책방향성을 제대로 제시하지 못한 정부의 태도가 무책임하다”고 토로했다.

제도의 오락가락 정책의 폐해는 국내 면세시장의 국제경쟁력 측면에서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최근 한국 면세시장의 가장 큰 손인 중국이 자국 내 소비 진작을 위해 입국장 면세점 신설 및 구매제한 조건을 푸는 등 면세산업의 장벽을 걷어내는 모습이다. 일본 역시 탄탄한 관광 인프라를 기반으로 외국인의 쇼핑편의를 위해 한국의 시내면세점을 벤치마킹하는 등 국제사회의 면세제도 경쟁력 강화와 효율성을 강조, 자국의 이익을 위해 급격한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관계 당국은 “모든 판단은 국내 면세산업 활성화와 국제경쟁력 강화라는 원칙아래 이뤄지고 있다”고 해명하지만, 명확한 기준과 근거가 부족한 현행 제도의 개선 없이는 위 문제가 지속적으로 반복될 우려가 다분하다.

현행 제도 내에서 심사를 통해 적합한 업체를 골라낼 수 없다면, 시간이 좀 더 걸리더라도 더 세밀한 분석과 대안을 제대로 마련해야 될 지점에 와 있다. 지금의 개선안으로는 당장 관련업계의 숨통을 트일 수는 있겠지만, 장기적 관점에서는 면세업계와 정부, 관련 산업 등 그 어느 쪽도 만족시킬 수 없다. 명확한 근거와 타당성을 지닌 제도 개혁이 뒷받침되지 않는 한 지금과 같은 상황은 무한반복 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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