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혼란 가중시키는 '정부 마음대로 고시'에 업계 갈등 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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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혼란 가중시키는 '정부 마음대로 고시'에 업계 갈등 심화
  • 백진
  • 승인 2016.03.20 14: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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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에 따라 활용가능한 모호한 규정...유연성 도넘어

오락가락 행정으로 면세점 대량부도 사태 반복될 수도 

최근 열렸던 면세점 제도개선 관련 공청회에서 서울 시내면세점 신규특허에 대한 논란이 수면위로 떠오른 가운데, 정부의 일관성 없는 면세점 정책방향이 모호한 법과 고시규정 때문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명확한 근거와 타당성 없이 필요에 따라 수시로 개정되는 고시가 현재 시장상황을 더욱 교란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외국인 관광객  판매비율 50%과 이상과 지역별 관광객 증가수만 30만 명을 넘으면 관세청장이 정하는 대로 신규특허를 추가할 수 있는 설립규정이 문제가 됐다. 이 부분에서 근거로 삼는 자료가 문체부의 관광동향연차보고서인데, 2015년 자료는 올해 하반기에 나올 예정이어서 메르스 사태 이전인 2014년도 방문자수를 적용하기 때문이다.  작년 전체 방한 외국인이  마이너스임에도 현재 기준으론 신규추가가 얼마든지 가능하다.

KakaoTalk_20160319_223507939 사진=보세판매장운영에 관한 고시 (2017. 07. 01 개정)

 

지금 규정상으론 기준점만 넘으면 관세청장이 정하는대로 특허 1개를 내도 10개를 내도 법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셈이다.

이번 공청회에서 신규 업체들이 항의한 대목도 이 지점이다. 신규업체 사장단은 "발표내용을 보면 작년 서울지역 외래관광객이 88만명 늘었다는 예측은 과대평가 됐다. 전체 방문객 감소라는 확실한 데이터를 놓고도 신규추가를 고려한다는 것은 비합리적이다"는 성토다. 정부가 자신들 입맛에 맛게 법을 해석한다는 비판이다. 심지어 이러한 불명확한 기준으로 문제가 되는 고시는 놔두고, 관세청은 지난 7월 고시개정 때 민감한 심사관련 규정만 변경해 논란을 산 바 있다.

과거 정부는 내국인 이용자의 급격한 증가로 2008년 설립기준이 현 보세판매장운영에 관한 고시 제7조 1항대로

-1. 전년도 전체 시내면세점의 이용자 수 및 매출액(판매액) 중 외국인에 대한 비율이 각각 50% 이상인 경우

2. 광역지자체별 외국인 관광객 방문자 수가 전년대비 30만 명 이상 증가하는 경우(외국인 관광객 방문자수는 문화체육관광부의 관광동향연차보고서로 확인하며, 전년도 실적을 확인하기 곤란한 경우 직전년도 자료로 확인함)


신고제에서 허가제로 변경해 신규설립을 제한해왔다.

KakaoTalk_20160318_180835394

그러나 중국인 관광객의 증가로 작년 15년만에 3곳의 신규특허가 서울에 나왔다. 그동안 신규특허 자체를 자제해왔던 관세청의 태도에 입찰과정에서 기업들의 경쟁이 치열했다. 이번이 아니면 다음 기회가 오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었으나, 정부가 올해 신규특허 추가의사를 보이고 일부에선 신고제 논의가 나오는 등 지금까지의 입장과는 전혀 다른 태도를 보이면서 업계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특히 작년 11월 특허심사에 관한 공정성 시비에 관해 그 어떤 보완책을 내놓지 못한 상황에서, 신규를 검토하는 방향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정부의 무책임함이 산업전반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는 양상이다.

한 면세업계 고위 관계자는 "먼 길을 못보고 눈앞만 보고 가는 이런 정책 아래에선, 예전 90년대 초와 같이 면세점들 다수가 망하는 일을 반복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업계는 면세점 제도의 합리적인 개선을 위해선, 운영사항을 명시해놓은 고시에 세세하고 명확한 내용들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 면세업계 관계자는 “면세점 정책이 경제나 정치적 상황, 사회적 여론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선 자신들이 정한 기준점을 좀 더 분명하게 나타낼 필요가 없다. 모호한 문장과 언어로 표시된 고시부터 바로잡는 것이 급선무”라며 “가령 올해 전체 매출액이 10조원이고, 전년도에 비해 10%이상 늘어났다고 가정하는 경우, 신규를 1~2개 더 추가하도록 구체적인 수치를 지정하는 등의 방식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관세청이 말하는 국제경쟁력 확보와 경제활성화 측면에서 봐도 시장에 대한 정확한 분석과 객관적인 판단이 고시에 반영돼야만, 여론에 따라 달리 해석될 수 있는 여지를 줄일 수 있다. 지금과 같이 관세청이 떠안아야 할 신규업체들의 반발과 시장혼란의 책임, 비난 여론도 잠재울 수 있는 근거도 마련되는 셈이다.

박상인 서울대행정대학원 교수도 이를 지적한다. “현재 제도 안에서는 정책의 일관성도 없고 불확실성만 높인다”며 “신규 설립요건의 구체화, 경매제도 도입, 심사방식의 투명화 등 근본적인 제도의 변화가 없다면, 결국 사회갈등으로 번지기 마련이다”고 말했다. 또한 “특허수수료 역시 마찬가지다. 0.05%의 10배, 100배 개선안들이 쏟아져 나오는데, 대체 0.05%자체도 어떤 근거에서 나온 수치인지 해석도 없고 근거도 불충분하다”며 면세점 관련 법안과 시행령, 고시 등이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방향으로 가야 함을 강조했다.

사실 정부는 ‘경제 활성화’라는 명목아래 법치주의에서 벗어난 행정 처리로 지난 심사 때 의혹을 키운바 있다. 시기에 따라, 혹은 현 구조를 탈피해 데이터에 기반한 타당성 있는 근거를 마련한다면 적어도 ‘오락가락’행정이라는 비판은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 그때그때 들어오는 민원을 해소하는 안일한 방식은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더욱 어렵게 만드는 일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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