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승호 교수 “면세점 특허방식·제도운영 등, 발상의 대전환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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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승호 교수 “면세점 특허방식·제도운영 등, 발상의 대전환 필요해”
  • 서미희
  • 승인 2016.11.21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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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실대 경영대학원장·전 유통학회장 등 업계 최고 전문가, “허가제 방식·Pass-Fail” 제안
면세점 특허 심사도 완전 공개하면 오히려 “특정업체 로비 절대로 못한다”

면세점 사업은 ‘황금 알을 낳는 거위’라는 별칭과는 거리가 멀어진 지 오래다. 초기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신규 업체들까지 12월 진행될 새로운 특허를 따내기 위해 뭐든지 할 기세로 공격적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이대로의 흐름이라면 2년 만에 두 배로 양적인 증가가 이뤄지는 면세점 업계의 경쟁 과열 양상은 계속될 것이다.

정치적 논란을 넘어 전 국민의 이슈가 된 ‘국정 농단 사건’으로 면세점 특허 심사의 본질이 흐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숭실대 경영대학원장이면서 전 유통학회장을 지녔던 안승호 교수는 한국면세뉴스와 인터뷰를 통해 “면세점은 정치의 영역이 아닌 경제의 영역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하며 특허 심사 또한 정치논리가 아닌 경제논리로 논의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as4 사진 : 김선호 기자 / 안승호 교수

 

안승호 교수는 “정치논리가 주로 논의되다 보니 등장하는 면세점 독과점 논란에 대해 우선 면세점 시장에 대한 ‘정의(define)’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소비자 입장에선 철제 책상이든, 나무로 만든 책상이든 다 책상입니다. 산업적인 구분이란 게 의미가 없어요. 특히 유통은 마찬가지죠. 시장이라는 정의를 따진다고 하면, (독과점 부분에서) 명품을 살 수 있는 기회 중 면세점을 운영하는(특정 회사가 운영하는) 기업이 몇 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느냐 그렇게 정의를 내릴 수밖에 없잖아요. 그러면 명품을 살 수 있는 매장이라고 했으니 백화점도 들어가 있는 거고 면세점도 들어가 있는 거고 아웃렛도 들어가 있는 거죠. 해외에서 사기도 하고요. 이런 게 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같은 시장으로 보일 수밖에 없어요. 자꾸 사업자, 생산자 공급자적인 측면에서 소매점을 명칭을 다르게 가려고 하느니 무리수가 되는 거예요.” 면세점은 소매업 영역이라고 그는 단언했다.

면세점은 소매업이기 때문에 전문가적인 시각이 필요한 아주 예민한 사업이다. 또한 안 교수는 면세점 정책이 규제 위주로 가는 것도 위험하다고 지적한다. 규제를 위한 규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여기서 안교수는 국내 특허제도를 산업적 관점에서 보완하기 위해서는 현행 특허 심사 제도 대안으로 “Pass-Fail”의 방식을 제안했다.

“제가 생각하기에 “Pass-Fail” 방식이란 면세점 사업을 원하는 사업자라면 누구나 시장에 진출할 수 있게 해주는 거죠. 단지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타당한 사업계획서를 제출하게 하고 이를 일정 기간 동안 지켜보다가 검증하는 겁니다. 사업 계획서대로 진행을 착착 해나가면 ‘패스(Pass)’ 즉, 특허권을 연장하고 사업계획서대로 진행하지 못한다. 예컨대, 지역사회와 상생하겠다. 사회 공헌 하겠다 해놓고 제대로 하지 않거나 약속 지키지 않으면 퇴출 이러면 됩니다.” 아주 명쾌한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과열되고 경쟁이 치열한 특허심사에 관해서도 안교수는 명쾌하게 해법을 제시했다. 그는 “특허심사 그거 공개하면 안 되나요? 이렇게 반문하면서 특허 신청업체가 심사위원을 한 명씩 추천하는 겁니다. 이들 심사위원들이 자기를 추천한 업체는 평가하지 못하고 다른 경쟁업체만 평가하게 하는 겁니다. 더불어 심사를 공개적으로 하게 하는 겁니다. 그러면 절대적으로 객관적인 평가가 이뤄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역시 의미심장한 제안이다. 관세청과 관계당국은 이러한 방식에 대해 심각히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한편, 면세업계의 효자 역할을 해 온 중국인 관광객 숫자가 조금씩 줄고 있다. 단체관광객의 시대가 저물고 싼커(개별 관광객)의 시대가 온다고들 한다. 면세점들이 치열한 경쟁을 하는 순간 그들은 면세점 업계를 외면할 수도 있다.

안교수는 “롯데도 갔다가 신세계도 갔다가 동네 남대문시장도 갔다가 머무는 시간을 높이는 걸 목표로 함께하자 이거에요. 업계가 함께 협력하지 않으면 경쟁은 이제 자기 자신을 옥죄는 밧줄과도 같이 작용할지도 모릅니다. 시내 중심가 면세점들은 서로 협력하고 거리가 떨어진 면세점들도 차별화하여 궁극적으로 방문하고 싶은 사이트를 만들어야 해요”라고 지적했다.

한 놈만 살고 한 놈은 죽는 식의 고리타분한 경쟁 논리는 이제 통하지 않는다. 지자체도 면세업계도 윈윈(Win-Win) 할 수 있는 상생의 길은 이러한 역발상으로부터 시작되는 게 아닐까? 상식적으로 불가능한 일에 너도 나도 뛰어들어 다 함께 적자를 만드는 일보다 훨씬 생산적이다. 이번 신규 시내 면세점 특허 심사는 침체된 국민 경제를 살릴 수 있는 마지막 선택지 일 지도 모른다.

얀 칩체이스는 『관찰의 힘』이라는 책에서 “소비자들이 제품이나 서비스를 선택하는 것은 경제 행위의 합리성 여부와는 아무 관련이 없다. 왜냐하면 모든 경제적 선택은 어떤 의미에서는 합리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고 했다.

소비자가 어떤 선택을 하는지는 소비자 스스로 합리적으로 결정한다. 거듭된 규제로 면세업계뿐만 아니라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누릴 수 있는 파이의 몫까지 줄어들지 않도록 객관적인 기준을 바탕으로 투명한 심사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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