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점 직원 울리는 ‘진상고객’,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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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세점 직원 울리는 ‘진상고객’, 나는?
  • 서미희
  • 승인 2016.12.03 14: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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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세점 직원 울리는 ‘진상고객’ 유형
반말부터 욕설·폭력까지... 다양한 진상고객 유형
면세점, 서비스 노동자 보호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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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세점 판매직은 유통업계 중에서도 연봉이 높은 편이다. 외국어 능력뿐만 아니라 면세, 관세에 대한 전문 지식도 풍부해야 하기 때문이다. 여성 친화적 직장일뿐더러 화장품, 주얼리, 주류 등 각 판매 품목별로 전문성도 키워나갈 수 있다.

그렇지만 면세점 직원도 판매직이기 때문에 다양한 진상고객을 만나야 하는 애로점이 늘 따라다닌다. 서비스 직종 중에서도 가장 힘든 직종으로 꼽히는 판매직. 바로 소위 말하는 ‘진상고객’이 있어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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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면세점에서 20년째 일하고 있는 L 모 씨는 “중국인 등 외국인 관광객보다 한국인 진상고객이 더 많다”고 전했다. 면세점 판매직원들은 하나같이 한국인 고객보다 중국인 관광객이 훨씬 더 응대하기 편하다고 한다.

면세업계 종사자들의 의견을 토대로 면세점 ‘진상고객 유형’을 정리해 봤다.

1.반말형

다짜고짜 반말부터 시작한다. 면세점 직원을 아랫사람으로 인식하는 ‘갑질 고객’의 대표적 유형이다. 면세점 직원들은 극존칭을 쓰며 고객 응대를 하는데, 아무렇지 않게 반말로 종 부리듯 직원을 대하는 고객 유형이다.

2.언어폭력형

말로 꼬투리를 잡고 작정하고 시비를 건다. 질문에 대해 어떠한 대답을 해도 클레임 걸 ‘건수’를 만들어 직원을 괴롭힌다. 인격모독에서부터 욕설, 성희롱까지 언어폭력으로 면세점 직원을 울리는 경우가 많다.

3.행동형

물건을 집어 던지거나 심지어 직원을 상대로 물리적 폭력을 행사하는 고객 유형이다. 이들은 보통 본격적인 행동에 나서기 전부터 무례하고 거친 태도로 험악한 분위기를 조성해 영업을 방해하기도 한다. 직접 구매하는 관광객과 국내 소비자뿐만 아니라 여행사 가이드에게 폭력을 당하기도 한다. 한 면세점 관계자는 여행사 가이드에게 뺨을 맞고도 아무런 말을 못했다며 그 당시 억울함을 호소했다. 시내 면세점 매장에서는 판매 건수마다 여행사 코드를 입력한다. 면세점 직원이 여행사 코드 입력을 실수로 한두 개 빠트린 걸 가지고 중간에서 돈 빼먹으려고 그런 거냐며 욕설을 퍼붓고 뺨을 때렸다는 것이다. 직접 물건을 사는 고객뿐만 아니라 여행사 관계자의 ‘갑질’까지도 참아내야 할 때도 있어 면세점 판매직들의 고충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4.억지형

고의성을 가지고 상품의 하자를 과장해 교환, 환불, 보상 등의 무리한 요구를 하는 고객이다. 고객의 관리 소홀로 훼손된 상품인데도 본인 과실을 인정하지 않고 환불을 요구하거나, 적정 기준 이상의 보상을 요구하는 경우다. 면세점에서 구매한지 10년이 넘은 제품을 가져와 낡았으니 환불해 달라고 떼쓰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고객은 왕이다’라는 말은 서비스 종사자들에게 틀린 말은 아니다. 고객들은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정당한 비용을 지불하기에 어느 정도의 대우를 받을 만하다. 그렇지만 돈을 지불했다고 해서 직원들의 인격까지 산 것처럼 비정상적인 요구를 하거나 무조건적인 복종을 강요하는 진상고객은 왕이 아니다.

면세점도 고객만족을 내세워 노동자의 신체적·감정적 고통을 모른척해서는 안 된다. 고객만족 못지않게 서비스 노동자들을 존중하는 직무와 분위기 조성에도 힘을 쏟아야 한다. 비정상적인 요구, 폭력 등의 행동을 계속적으로 할 시에는 고객 응대를 하지 않아도 되게 하는 등의 ‘고객응대 매뉴얼’ 마련, 진상 고객 대응 전담 부서 설치 등과 같은 제도 확립이 필요한 때이다.

곧 해외여행을 할 예정이라면 나도 이런 진상고객 유형에 들지는 않는지 스스로 돌아볼 일이다. 소비자 뿐만 아니라 '감정 노동자'에게도 감정이 있다. 다양한 유형의 진상고객으로 인해 일하면서 상처받고, 병드는 면세점 판매 직원에게 따뜻한 미소 한 번 건네고 비행기로 오르는 게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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