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점! 입국장면세점] ① 잘 짜인 한 편의 시나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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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점! 입국장면세점] ① 잘 짜인 한 편의 시나리오?
  • 조 휘광
  • 승인 2018.08.23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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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청와대, 정부, 인천공항 손발 '착착'
대통령이 나서 검토 지시할 사안이냐 이견도




"잘 짜인 한 편의 시나리오를 보는 것 같다"


최근 이슈가 된 입국장면세점 설치 논의에 대한 면세업계 한 관계자의 말이다.


16년 동안 수차례에 걸쳐 좌절됐던 입국장면세점이 이번에는 '허용' 쪽을 향해 한 치 오차도 없이 착착 다가가는 모양새라는 뜻이다.


지난달 17일 이태규 의원 등 중견 의원 10인에 의해 발의되면서 과거 어느 때보다 성사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점쳐지기는 했다. 그러나 이때까지만 해도 기재부, 관세청 등 관련부처는 원칙적 반대 입장을 보였다. 그러던 분위기는 예상 못했던 대통령의 한 마디에 '검토' 쪽으로 급격히 기울었다.


지난 13일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관계부처에 입국장 면세점 도입 방안을 검토해 달라고 주문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입국장 면세점 도입은 해외여행 국민들의 불편을 덜어주면서 해외 소비 일부를 국내 소비로 전환하고 아울러 외국인들의 국내 신규 소비를 창출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발언 배경을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입국장 면세점이 가져올 긍정적 효과에 대해서 주목한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이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언급할 만한 사안이냐는 데 대해서는 이견이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대통령이 입국장 면세점 설치를 검토하라는 지시를 했다기에 좀 의외였다"면서 "면세 시장 생리에 대해 좀 아는 업계 종사자로서는 국가적으로 고용참사 등 더 중요한 현안이 많았던 시기에 대통령이 굳이 나서서 지시할 사항은 아니라고 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잘 짜인 시나리오 같다고 말하는 이유는 또 있다.


현정부 '실세' 중 한 명인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이 과거 입국장면세점 관련 입법발의를 2번(2003, 2005년)이나 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한병도 청와대 정무수석도 의원시절(2007년) 유사법안을 대표발의한 적 있다. 뿐만 아니다. 2013년 국무조정실에서 ’입국장면세점‘ 관련 부처간 협업과제로 선정돼 논의됐을 당시에도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당시 국무조정실장을 맡은 인연이 있다. 입국장면세점에 대해 우호적이거나 관심을 갖고 있는 실세들이 현정부 곳곳에 포진해 있는 것이다.


게다가 '적절한 시기'에 중견 의원 10명이 관세법 개정안을 발의한 것이다. 결과에 따라 가장 큰 손해를 입게돼 그간 필사적으로 반대해온 양대 항공사가 최근 겪고 있는 내우외환으로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시기이기도 하다.


이번 입법발의를 한 이태규 의원은 발의 근거로 국민 여론조사 결과를 내세웠다. 2만여명의 공항 이용객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응답자의 84%가 여행객 편의증대를 위해 입국장 면세점 설치를 찬성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설문조사 주체는 인천공항공사다. 입국장면세점이 허용되면 300억원 수준의 '새로운 임대료 수익'이 떨어지는 최대 수혜자가 될 기관이다.


직접적인 인과관계는 확인된 바 없지만 앞에서 끌고 뒤에서 밀어주는 식으로 장단이 착착 맞는다고 볼 수 있는 개연성은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모든 면에서 입국장면세점 설치가 우호적으로 돌아간다는 점에서 공교로운 부분이 있는 것은 맞다"면서 "입국장 면세점은 이해관계와 장단점이 극명하게 갈리고 한 번 설치하면 되돌리기도 힘들기 때문에 좀 더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전문가는 "소비자 편익이라는 관점에서는 당장 허용해야 할 것 같지만 왜 아직도 훨씬 많은 외국 공항에서 입국장 면세점을 허용하지 않는 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전제하고 "눈앞의 여론과 인기보다는 국익과 정책이라는 원칙적 관점에서 냉정하게 따져보고, 담당 공무원과 전문가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해야 할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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