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뽀] 단체관광객 수수료 없이도 FIT ‘알아서 찾아오던’ 월드타워점 폐점...오는 26일 영업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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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뽀] 단체관광객 수수료 없이도 FIT ‘알아서 찾아오던’ 월드타워점 폐점...오는 26일 영업종료
  • 백진
  • 승인 2016.06.24 11: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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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거리 많은 월드타워 매장 폐점에 길 잃은 FIT(개별자유관광객)

“부티크 없는 신규면세점, 고객 유인력 떨어져...브랜드 전체 매출 하락은 예고된 일”

이번 주말까지 영업을 종료해야 하는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은 여전히 관광객들로 붐비고 있다. 폐점이 코앞으로 다가오자 한 달 전 찾았던 모습과 다르게 진열된 물건이 많이 빠져있었다. 일부 브랜드 매장은 찾아온 손님보다 준비된 물건이 더 적은 곳도 여럿 찾아볼 수 있다.

“이 반지도 딱 한개 남았습니다. 다른 컬러랑 사이즈는 다 나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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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직원들은 빈 진열대 사이에서 물건을 고르는 고객을 응대하며 마지막까지 판매에 열중하는 모습이다. 롯데면세점은 이미 한 달 전부터 월드타워점 전체에 추가할인 이벤트 등 고객감사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월드타워점 재고는 다른 지점으로 양수도가 가능하기 때문에 재고 처리가 크게 문제될 사안은 아니지만, 그래도 매장과 창고의 물건들은 되도록 소진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고급스러운 내부 인테리어와 넓은 동선, LED영상으로 휘감은 기둥 등 작은 곳, 쇼핑객이 발 닿는 곳 하나하나까지 섬세하게 고려된 월드타워점 매장은 기약 없는 만남을 예고하며 26일 잠정폐쇄에 들어가게 된다.

 

사진=백진 기자/ 면세점 입구 스타애비뉴엘. 사진=백진 기자/ 면세점 입구 스타애비뉴엘.

 

업계에서는 기업이든 브랜드든 소속을 막론하고 구매력 있는 소비자들이 쇼핑할만한 브랜드 부티크가 많았던 잠실 월드타워매장의 폐장을 안타까워하는 이들이 많다. 이들이 유독 아쉬움을 표현하는 이유는 월드타워 매장 자체가 내국인과 외국인 FIT을 유인하는 흡인력이 컸기 때문이다.

한 면세업계 관계자는 “시내면세점 중 가장 볼거리가 많고, 여유로운 쇼핑을 즐길 수 있는 매장이 제도에 의해 사라지게 된 격”이라며 “경제활성화, 관광수익 증진 등 어느 차원에서 봐도 국가이익에 손해인 셈이다”라며 혀를 찼다.

실제로 월드타워점의 매출 비중에서 FIT가 차지하는 비중은 45%로, 서울 시내면세점 중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작년 6,112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전년대비 26.8%의 신장률을 보였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1인당 개별 구매액이 적은 저가 단체관광객보다 명품과 고가 제품을 선호하는 개별 여행객들이 매출을 견인하고 있는 셈이다. 매년 급속도로 성장한 데에는 이들의 힘이 크게 자리하고 있다.

게다가 서울 시내면세점이 중국인 단체관광객들로 넘쳐나면서 인터넷 구매로 돌아선 내국인들에게도 월드타워점은 ‘모든 명품 브랜드가 입점 돼 있고, 여유롭게 쇼핑을 즐길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 유일한 매장으로 인식돼 있다. 3대 빅브랜드 루이비통, 샤넬, 에르메스가 모두 입점 된 시내면세점 매장 중 내국인과 외국인 모두가 가장 높은 쇼핑만족도를 느꼈던 곳이기도 하다.

 

사진= 백진 기자/ 시계 부티크가 모인 매장 전경 사진= 백진 기자/ 시계 부티크가 모인 매장 전경

한 브랜드 관계자는 “너무 빈번한 노출은 브랜드에서도 원하지 않기 때문에 신규면세점들이 많이 생겼지만 부티크가 제대로 갖춰진 곳이 없고, 그만큼 고객 흡인력이 떨어지는 측면이 있다”며 “매출이 잘 나오던 매장 하나가 사라진 셈이다. 일반적으로 명품은 구매고객과 매출이 다른 지점으로 분산되는 경우가 별로 없기 때문에 브랜드 업체들도 매출하락을 우려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브랜드들은 월드타워점 폐점으로 인한 매출분산 효과보다는 전반적인 소비자 유인력 약화와 매출타격을 우려하고 있었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현 매출이 연말까지 지속된다면 연 7,000~8,000억 원까지도 기대할 수 있었다”며 “월 매출 600억과 공백기간 중 건물 유지관리비 30억이 매달 공중으로 날아간 셈”이라고 토로했다. 월드타워점 직원들을 비롯한 브랜드 관계자들과 일부 타사 관계자들 역시 “잘 되던 매장을 정부가 뺏어감 셈”이라며 “정부 관광수익 향상차원에서도 기업들이 안정된 비즈니스를 할 수 있도록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d_5260 사진= 백진 기자/ 럭셔리 부티크 앞. 쇼핑 중 휴식을 취하는 외국인 관광객들

 

이렇게 타는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월드타워점 곳곳에 배치된 전광판 속 한류스타들은 밝게 미소 짓고 있다. 중국인 관광객들로 붐비는 설화수 매장을 바라보는 롯데관계자들의 한숨이 더욱 깊어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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