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점협회장 2년째 공석] ㊥ 선장 없는 배는 어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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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세점협회장 2년째 공석] ㊥ 선장 없는 배는 어디로?
  • 조 휘광
  • 승인 2018.10.08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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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이 '적폐'로 몰려도, 현안이 쌓여도 각자도생
마케팅 무한대결로 대기업-중소중견기업 실적 양극화
올해 보도자료 단 1건, 성명은 아예 없어 "폐쇄적 조직" 비판


▲ 한국면세점협회는 국민들의 인식이 면세산업에 긍정적으로 전환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지만 올해 단 한 건의 보도자료만을 배포하는 등 업계 대변자 역할에 소홀하다는 평가다. /한국면세점협회 홈페이지 캡처.


<글 싣는 순서>

㊤ 왜 계륵같은 자리가 됐나?

㊥ 선장 없는 배는 어디로?

㊦ 대안을 찾아서…


2017년 기준 연매출 14조5000억에 달하는 한 산업이 '적폐'로 몰렸다. 국내 면세점 호황의 젖줄노릇을 하던 중국인 관광객은 돌아올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면세점 특허료는 치솟았고 과도한 임대료, 지나친 마케팅경쟁, 때로 40%가 넘는 제살 깎아먹기 식 송객수수료 등 업계 공동 이익을 위해 풀어야 할 숙제가 산적하다.

회장이 공석이라 상근부회장 격인 한국면세점협회 이사장이 실질적 운영을 총괄해서 끌어간다고 하지만 역할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현 이사장을 포함한 역대 이사장은 모두 관세청 출신라는 것도 약점이다. 관피아 논란 이후 민간공모를 해보기도 했지만 2016년에도 결국 관세청 국장 출신인 김도열 현 이사장을 선임했다. 협회 특성상 이 분야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필요하고 관련기관 업무 조율을 위해 불가피했다는 게 협회 측 논리다.

하지만 협회 운영에 구심점이 없다는 평가가 안팎에서 들려온다. 게다가 국회 기획재정위는 지난 4일 관세청 퇴직자 재취업과 관련해 김도열 협회 이사장을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했다. 25일께는 국회 증언대에 서야 한다. 이래저래 업계 현안에 매진하기에는 어려운 환경이다.


◆ 사실상 대기업 협회…중소중견 기업은 "찬밥신세 우려"

한국면세점협회는 사실상 대기업 위주 협회다. 롯데, 신라, 신세계 빅 3와 신라아이파크, 두타면세점, 갤러리아면세점이 가입해 있고 동화면세점, SM듀티프리, JDC면세점, 제주관광공사 면세점이 회원사로 등록해 있다.

협회 홈페이지 자료에 따르면 국내 면세점은 25개사다. 회원사는 13개 법인이므로 면세점 절반 정도는 협회에 가입하지 않은 셈이다. 반면 매출 점유율 기준으로 하면 회원사 비중이 90%가 넘는다. 관세청 자료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7월까지 국내 면세점 매출은 10조7085억원을 기록했다. 이 중 대기업면세점 매출이 91.7%가 넘는 9조8275억원이었던 반면 중소중견기업은 5780억원으로 5.3%에 그쳤다. 그만큼 면세점 업계 양극화가 심하다는 얘기가 된다. 면세점 업계를 대표하는 협회가 업계의 상생을 위해 도대체 무슨 기여를 하느냐는 물음도 던져진다.

중소중견 면세점에 대해 문호가 닫혀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대부분 가입하지 않고 있다. 운영에 도움이 될 지 안 될지도 모르는데 수천만원에 달하는 가입비를 감수면서 선뜻 가입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협회에 가입하지 않은 한 중소중견 면세점 관계자는 "가입을 검토하긴 했는데 대기업 위주로 운영되고 있는 곳이라 목소리를 내기는커녕 찬밥대우나 받지 않을까 걱정스러웠다"면서 "솔직히 가입비도 부담스러운 금액이고 중소면세점 입장에서 득 될 것이 있을 지 미지수"라고 속내를 털어놨다.


◆"산업 이미지 개선 노력" 말 뿐...언론에 언급되는 것도 기피

한국면세점협회 홈페이지에 따르면 '한국면세점협회는 국내 면세점산업의 건전한 성장과 회원사 권익 향상을 위해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돼 있다. 또한 '면세산업의 진흥과 외화획득 및 고용증진에 공헌하고 있다'고 소개한다.

최근 2~3년 면세점 업계는 특허권 관련 뇌물 시비, 사드 후폭풍 등으로 격동의 시기를 겪었다. 올해 상반기에는 공항면세점 임대료 건으로 인천공항공사와 갈등을 겪기도 했다. 그밖에 인도장 확충과 통합, 물류센터 확충, 입국장 면세점 설치 등 이슈가 이어지고 있다. 어느 때보다 면세산업 진흥과 회원사 권익을 위한 노력이 필요한 시기다. 

김도열 이사장은 작년 4월 한국면세뉴스와 인터뷰에서 "앞으로 협회는 면세산업이 가지고 있는 순기능 역할에 대해 다양한 홍보활동에 매진할 것"이라고 말하고 "오피니언 리더를 통한 기고문 게재, 협회차원의 보도자료 적극 배포, 면세점 관련 세미나 개최 등을 계획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국민들의 인식이 면세산업에 긍정적으로 전환되도록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올해 산적한 이슈에도 불구하고 협회가 언론에 공표한 보도자료는 단 한 건에 불과했다. 5월 17일자로 낸 '인천공항공사에 면세품 인도장 문제 근본해결을 촉구'하는 내용 뿐이다. 업계가 당면한 이슈에 대해 흔한 성명서 하나 발표하지 않았다. 홍보담당자는 기자의 질문에 노코멘트로 일관한다. 조직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오해가 있다면 바로잡아야 할 본분과 달리 언론에 언급되는 것 자체가 싫다는 태도다.

과거 협회 부회장을 맡은 적 있다는 한 업계 간부는 "회원사 차원에서 요청하는 사항을 해결해 주려고 노력하는 모습이었는데 요즘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협회 가입을 타진하다 보류했다는 한 면세점 관계자는 "운영이 폐쇄적이고 많이 고인 물 같더라"면서 말을 아꼈다.

협회 운영이 폐쇄적이라는 지적은 협회 홈페이지에서도 고스란히 엿볼 수 있다. 여느 협회 홈페이지에는 있는 협회규정이나 회장 인사말은 커녕 이사장 인사말도 없다.

회장 공석 2년만에 풍파에 몸을 맡긴 채 방향타 없이 떠도는 표류선 신세가 된 것이다.

대안은 없는 것일까?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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