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개 항공사 경쟁 현 체제, 구조조정-개편시기도래" 위기의 항공산업 해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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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개 항공사 경쟁 현 체제, 구조조정-개편시기도래" 위기의 항공산업 해법은?
  • 김윤미
  • 승인 2019.11.11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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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항공산업은 미국의 사이클을 쫒아가는 경향이 있다. 미국이 70년대말 규제완화로 항공사들이 난립하다가 파산, 부도 등 여러 일들이 있었고 인수, 합병 등의 여러 과정을 거쳐 지금의 상황이 됐다. 지금 우리는 자율경쟁을 통해 9개 항공사들이 바다에 내몰린 상황인데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시점이다. 구조조정, 인수-합병 등을 통해 항공사대형화, 구조개편의 방향으로 갈 수 있다. 산업구조개편에 대한 중장기적 준비가 필요하다."(황용식 세종대 교수)

산학연관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위기의 항공운송산업의 해법을 찾는 시간이 마련됐다. 한국항공협회는 11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윤관석 국토교통위원회 간사를 비롯해 박홍근 안호영 김철민 박재호 조응천 이규희 이후삼 의원 등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국회의원 8명 주최로 ‘일본 수출규제 대응 및 항공운송산업 경쟁력 강화방안’에 대한 정책 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에 앞서 윤관석 국토교통위원회 간사는 “현재 대한민국 항공산업의 위기는 대외 변수, 구조적 문제, 정책적 문제, 규제 문제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며 “이번 토론회가 국내 항공산업의 위기의 원인을 제대로 짚어내고, 이를 토대로 항공산업의 장기적 생존을 위한 합리적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번 정책토론회에서는 김광옥 한국항공협회 총괄본부장, 김병재 상명대 교수가 주제 발표를 했다. 좌장 역할을 맡은 허희영 한국항공대학교 교수를 비롯해 황용식 세종대학교 교수, 김기대 국토교통부 항공정책과장, 장호상 한국공항공사 본부장, 송기한 한국교통연구원 본부장 등 산·학·연·관 전문가들이 토론자로 나섰다. 또, 업계에서는 우기홍 대한항공 대표이사, 김태엽 아시아나항공 상무, 이석주 제주항공 대표이사, 최정호 진에어 대표이사 등 항공사 대표들도 토론에 참여해 국내 항공업계가 처한 위기 타개 방안을 모색했다.

이 날 토론회에서는 일본 수출 규제, 미-중 무역분쟁 등으로 심각한 피해를 입은 국내 항공업계의 위기상황을 진단했다. 또, 이와 같은 국내 항공산업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방법으로 우리나라에만 존재하는 갈라파고스 규제를 완화하는 한편, 보다 적극적인 정책적 지원의 필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첫번째 주제인 ‘일본 수출규제에 따른 피해와 정책지원방향’을 발표한 김광옥 한국항공협회 총괄본부장은 일본 수출규제로 인해 10월 기준 한-일노선 여행객이 전년대비 43%가 감소했고, 이로 인한 국제선 매출 피해도 연간 7800여억원에 달한다고 설명하며 메르스 사태나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같이 항공산업에 대한 정부의 정책적 지원을 촉구했다. 항공유 관세의 한시적 면제, 공항시설사용료 감면, 항공기 투자 세액 공제, 항공기 도입 시 정부 보증지원 등의 다양한 아이디어도 제시했다.

두번째 주제인 ‘항공운송산업의 지속가능 발전전략’을 발표한 김병재 상명대 교수는 국내 항공업계에 대한 규제 개혁을 비롯해 신성장동력 확보의 필요성에 대해 언급했다. 특히 김 교수는 "대한민국에만 있는 규제, 예를 들어 항공기 취득세/재산세 부과, 항공기 부품 관세 부과 등을 과감히 철폐해 공정 경쟁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MROMaintenance Repair Operation, 유지보수운영) 산업의 전략적 육성을 통해 항공산업의 지속 성장가능한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며 "2016년 이후 현재까지의 국제 경쟁력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해운산업 사례가 되풀이 되지 않도록 이번 위기를 계기로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 정부의 정책 운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뒤이어 진행된 지정토론에서도 이와 연관된 다양한 정책적 제언들이 제기됐다. 

황용식 세종대 교수는 항공사간 인수합병, 대형화를 통해 경쟁력을 제고한 미국 및 EU 사례를 언급하며 지금의 국내항공업계의 위기는 구조적 부분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했다. 황 교수는 미국이나 유럽의 경우 항공자유화로 촉발된 항공사들의 난립과 과잉 경쟁은 결국 메가 캐리어(Mega-Carrier) 체제로의 변화로 이어진 바 있다고 언급했다. 생존을 위해 규모의 경제 실현을 목적으로 인수합병을 통한 구조조정이 이뤄졌던 것으로 9개의 항공사가 경쟁 중인 대한민국도 이와 같은 구조조정의 시기가 도래했다며 선택과 집중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제주항공, 진에어 등 토론에 참석한 국내 항공업계 관계자들도 지금의 위기가 항공산업의 생존과 직결되어 있다고 역설했다. 특히 글로벌 항공업계의 최근 트렌드가 자국의 항공산업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한민국도 이와 마찬가지로 운임 규제, 과도한 과징금 규제 등을 탈피해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도록 제도 개선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래야만 국적 항공사들이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불공정한 경쟁을 하는 상황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장호상 한국공항공사 본부장은 현 항공산업 위기타개 방안으로 △지방공항 직항 국제노선 확대 등 활성화 △지방공항 활주로 용량 확대 및 운영 효율성 강화 △김포공항의 효과적 활용 등을 제기하기도 했다. 송기한 한국교통연구원 본부장은 "항공교통은 대중교통"이라는 점을 한 번 더 강조하고 "단기 대책 역시 중장기적 그림 하에서 움직여야 한다. 정부와 산학연이 똘똘 뭉쳐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고 다시금 도약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김기대 국토교통부 항공정책과장은 "한국 항공산업은 70년 역사 속에서 오일쇼크, IMF, 사드, 사스 등 숱한 위기와 파고를 잘 넘어왔고 항공역사 1세기를 어떻게 써내려갈 것인가를 고민해야할 시기"라며 "이번 파고를 잘 넘다보면 1등 항공국가가 될 수도 있겠다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보일 수도 있다"고 운을 뗐다. 

김기대 과장은 "지자체-지역공항의 새로운 모멘텀, 즉 관광, 경제, 산업과 지역공항의 연계를 고민해야하고, 포화상태가 된 일부 공항의 슬롯(시간당 항공기 이착륙횟수) 확대 문제는 관련 부처와 적극 협력해나갈 예정이다. 또, 수입 부품 세제 지원 부분은 각 부처의 시각이나 이해가 달라서 협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금융 지원에 대해서도 계속 해법을 찾고 있으며, 공급과잉 등 구조적 문제는 새로운 시장창출로 봐야하는 측면도 있는 것 같다"고 현안에 대해 언급했다. 

토론회 좌장을 맡은 허희영 항공대 교수는 "현재 업황이 좋지않다는 얘기가 한목소리로 나오고 있다. 전반적 경영환경이 안좋은 상황이고 일본의 무역규제, 보이콧 유탄을 항공업계가 직격탄으로 맞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매각은 구조조정의 신호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고, 이 어려운 상황이 단기간에 해소가 안된다면 구조조정의 늪에 빠질 수도 있을 것 같다. 항공기의 취득세-재산세 면제, 수입부품 관세 면제 등 부처간 이견이 있는 문제들은, 업계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정부가 필히 해결해야 할 해묵은 과제들이다"고 한 번 더 강조했다.

글/사진 김윤미 기자 kdf@kdf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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