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칼럼] 삼익면세점이 그럴 수밖에 없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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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칼럼] 삼익면세점이 그럴 수밖에 없던 이유
  • 조 휘광
  • 승인 2018.04.25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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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익악기가 25일 철수하겠다고 공시한 인천국제공항 삼익면세점 매장.


삼익면세점은 4월 10일 중견면세점 가운데 가장 먼저 인천공항공사의 임대료 인하안 27.9%를 받아들였다.

당일까지도 삼익을 포함한 중견면세점 4사는 인천공항에 맞서 연합전선을 구성하고 있었다. 함께 붉은 띠를 두르고 시위를 벌인 적도 있다. 투쟁의 대오가 굳건한 듯 보였다. 그랬기에 삼익의 갑작스런 이탈은 많은 이들을 의아하게 했다.


며칠 뒤 한 삼익면세점 관계자는 가장 먼저 대오를 이탈한 이유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다. 나중에 알게될 것"이라 답하며 말을 아꼈다. 힘없는 중견면세점에는 울트라 슈퍼 갑인 인천공항공사의 유무형 압박을 견디기 어려웠다는 얘기로 해석했다.


보름이 흐른 25일 삼익면세점의 모회사인 삼익악기는 인천국제공항 출국장 면세점을 영업종료하겠다고 공시했다. 적자사업장 폐지 차원이라고 했다.


불과 보름간의 시차라면 삼익으로서는 머지 않아 사업을 접게 되리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을 만한 시점이다. 그렇다면 한 발 앞서 인천공항 제시안을 수용한 데 대해 다른 해석도 가능하다. 사업철수 시점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조기에 임대료 인하안을 타결해 위약금이라도 조금 줄여보자는 것일 수 있다. 사실이라면, 좋게 말해서 '전략적 선택'을 했고 나쁘게 말하자면 '꼼수'를 부린 것이다.


기업의 본질은 이익을 남기는 것이지만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행태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며 너도나도 뛰어들었다가 적자를 보니 배 째라는 것인가. 고객 불편은 물론 직원의 고용과 생계에 주는 타격은 누가 책임질 것인가.


흥행 위주로 기획된 것 같은 면세점 입찰방식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그 과정을 주관하는 인천공항공사와 상급기관은 잇단 사업철수에 대해 우리 책임 아니라고 발뺌만 해서는 안될 것이다. 드러내놓지 못하는 을들의 원성이 높다.


삼익면세점은 자사가 이번에 스스로 떠나기로 한 자리에 지금보다 낮은 최저임대료로 재입찰공고가 나오면 다시 입찰에 도전할 것이라고 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번에도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는 것인가. 사실이 아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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