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국장 면세점 다시 보기]<하>신규 진출 업체의 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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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국장 면세점 다시 보기]<하>신규 진출 업체의 애환
  • 조 휘광
  • 승인 2019.04.05 17: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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콧대 높은 유명 브랜드 유치 '넘기 힘든 벽'
매출실적·운영경험 따지는 심사규정 곤혹
"남일같지 않지만 업종 특성상 진입장벽 높아"

글 싣는 순서

<상>주류(酒類)가 주류(主流) 된다 http://kdfnews.com/news/view.php?idx=34415

<중>매듭짓고 가야 할 '듀프리 논란' http://kdfnews.com/news/view.php?idx=34442

<하>신규 진출 업체의 애환



"에그머니나, 무슨 돈이 된다고 다들 참가했을까요?"

입국장 면세점 입찰에 무려 9개 업체가 제안서를 제출했을 때 한 중견 면세점 업체 임원이 농반진반 한 말이다. 이번 입찰에는 1터미널 5개사, 2터미널 9개사가 출사표를 던졌다. 사업권을 따낸 △에스엠과 △엔타스 외에 △그랜드관광호텔 △듀프리토마스쥴리코리아 △디에프케이박스가 양대 터미널 모두 참여했다. 2터미널에는 1터미널 참가 5개업체와 △군산항GADF △대동 △대우산업개발 △엠엔이 제안서를 냈다.


■ 대우산업개발 '승부수'…엠엔은 '소신 지원'

이 중 대우산업개발과 엠엔은 신규 업체다. 대우산업개발은 '이안' 아파트 브랜드로 잘 알려진 건설회사로서 외식 등 종합 주거외식문화 기업을 지향하며 면세점 업계를 노크하게 됐다고 밝혔다.

대우산업개발은 "다양한 경력을 갖춘 직원들을 활용해 TF를 구성하고 오랜 기간 스터디를 하는 등 전사적인 노력을 했다"며 "회사 포트폴리오 확장을 위해 소중한 자산을 쌓았다"고 말했다. 공격적인 요율 제안 과정은 밝히지 않았으나 "그만큼 회사 입장이 적극적"이란 말로 설명을 대신했다.

엠엔은 소형전자제품 제조업체로 일본 뷰티 디바이스 브랜드 '야만'의 국내 총판을 겸하고 있다. 롯데면세점(소공본점, 베트남 다낭점), 신라인터넷면세점 등에 야만을 공급하고 있어 면세점과 인연이 없지는 않다.

두 회사는 공항 설명회에만 참석했던 다른 신규업체와 달리 제2터미널 입찰에 참가해 완주하는 저력을 보였다. 대우산업개발은 상당히 높은 수준의 입찰요율을 써내는 승부수를 던졌다. 향수·화장품 38.6%, 주류 31.1%, 기타품목 34.1%로 9개사 중 세번째로 높은 요율이었다. 361억원 매출을 가정했을 때 132억원을 임대료로 제안했다. 이에 비해 엠엔은 각각 24.9%. 27.1%, 25.3%로 91억원을 써냈다. '소신 지원'을 한 셈이다.


■ '을'은 꿈도 못꾸고 '병' '정'도 힘들어

새로이 도전을 꿈꾸는 업체들의 가장 큰 고민은 브랜드 소싱이다. 유명 브랜드 공급사가 우위를 갖고 있는 이 시장에서 브랜드 유치는 기존 중견면세점들도 쉽지 않은 일이다. 공항에 제출해야 하는 브랜드 공급 확약서를 받아야 하는데 여간해서는 주지 않더라는 실토다. 브랜드와 면세점이 갑-을 관계라면 이들은 '병'은커녕 '정'도 되기 힘든 게 현실이다.

인력과 노하우 확보도 어렵다. 엠엔은 면세점 유경험자를 외부에서 영입하고 물품 소싱을 위해 국내외 유명 면세점과 제휴를 타진해 공항 측이 요구하는 조건을 맞춰보려 했지만 쉽지 않다.

특허를 따놓고도 오픈까지 상당기간이 걸리는 큰 이유 중 하나다. 지난해 9월 청주공항 면세점 특허를 따낸 두제산업개발은 오픈 일정을 미루고 미루다가 지난달 29일에야 문을 열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이유 또한 브랜드 소싱 때문이다. 당초 국내 유명 면세점 지원을 염두에 뒀지만 여의치 않았다. 곡절 끝에 중소면세점과 제휴해 일단 오픈은 했으나 브랜드 구색을 갖추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첩첩이다.


■ "작지만 소중한 경험 토대로 다음 기회 준비"

평가항목과 배점기준에 대한 아쉬움도 크다. '전년도 면세점(유통점) 매출실적'과 '최근 3년 운영경험'에서 점수를 얻을 것이 없으니 5점 씩 총 10점을 고스란히 잃은 것 아닌가 싶다. 35점이 배점된 상품 및 브랜드 구성 평가항목에서도 점수를 얻기 힘들어 심사기준이 신규업체에 지나치게 불리하다는 생각도 한다.

이번 입국장 면세점 입찰 과정을 총괄한 구자익 엠엔 이사는 "작지만 소중한 경험을 쌓았고 이를 바탕으로 다음 기회를 준비하고 있다"면서 "재작년 매출 200억원에서 작년 매출이 460억원으로 크게 늘었는데 제안 당시 회계결산이 끝나지 않아 재작년 매출 기준으로 보고할 수밖에 없었던 점이 아쉬움으로 기억된다"고 돌아봤다.

다음 입찰 기회를 보고 있지만 당분간 입찰 기회 자체가 없을까 걱정이다. 공항항만 면세점 특허연장에 따라 임대차계약이 자동 연장되도록 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기 때문이다.


■ 기존업체도 어렵긴 마찬가지…"남 일 같지 않아 안타까워"

게다가 면세 시장이 신규업체의 진입을 쉽게 허용할 만큼 녹록한 상황이 아니다. 작년 시장규모가 19조원에 육박해 사상 최대를 기록했고 전년 14조4669억원보다 32% 급팽창했지만 실속은 레드오션이다. 보따리상 위주로 시장이 왜곡되다 보니 송객수수료 등 판촉경쟁 때문에 앞으로 남고 뒤로 밑지는 현실이다. 메이저 몇 곳을 빼고는 대기업도 중소중견기업도 어렵긴 마찬가지다. 매출 외형이 커진 서울과 제주에는 올해 시내면세점 특허가 추가 발급될 가능성도 높아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를 두고 업체 간 이해관계도 대립된다.

한 중견 면세점 관계자는 "면세점은 초기 투자 부담이 큰 데다 일반 유통과는 다른 노하우가 필요해 신생기업이 발 붙이기 쉽지 않다"면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기존업체와 신규업체가 상생하는 생태계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요원한 얘기라 신규 기업을 보면 남 같지 않고 안타까운 게 사실"이라고 속내를 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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