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함 뒤편의 민낯?…'조작의혹' 미쉐린가이드, 120년 역사 흔들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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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함 뒤편의 민낯?…'조작의혹' 미쉐린가이드, 120년 역사 흔들리나
  • 김상록
  • 승인 2019.11.14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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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식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미쉐린 가이드'가 조작 의혹에 휘말렸다. 미쉐린의 상징인 '별'을 받는데 필요한 사전 정보를 레스토랑 측에 주는 대신 금품을 요구했다는 논란이 불거진 것. 

미쉐린 측은 이 같은 의혹에 대해 자체적으로 조사를 진행했지만 명확한 증거를 찾지 못했다며 신중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올해 4회째를 맞은 '미쉐린 가이드 서울 2020' 에디션 발표를 앞둔 시점에 이런 논란이 터지면서 축제가 되어야 할 분위기는 차갑게 식었다.

미쉐린 가이드는 14일 서울 광진구 비스타 워커힐에서 '미쉐린 가이드 서울' 4번째 에디션을 발간하고 '미쉐린 가이드 2020'에 선정된 레스토랑을 공개했다. 미쉐린 가이드의 평가 기준은 '요리재료의 수준' '요리법과 풍미의 완벽성' '요리의 개성과 창의성' '가격에 합당한 가치' '전체 메뉴의 통일성과 언제 방문해도 변함없는 일관성' 등 총 5가지다.

앞서 KBS는 미쉐린의 내부 정보를 속속들이 알고 있는 미국인 어네스트 싱어가 2014년부터 2015년까지 한식당 '윤가명가'에 컨설팅비 명목으로 항공료, 호텔비 등 1년에 4만 달러(5천만 원) 가량을 제안했다고 지난 12일 보도했다. KBS에 따르면 싱어는 '미쉐린 가이드 서울'이 2016년 말에 발간될 것을 이미 알고 있었고 협상 중이던 미쉐린과 한국관광공사의 진행상황까지 꿰뚫고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윤가명가' 윤경숙 대표는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미슐랭 가이드가 한국에 입성을 하게 될 거고 거기에 맞는 3 스타급 레스토랑을 오픈하면 좋겠다. 그리고 언제까지 오픈을 해줬으면 좋겠다는 제안을 받았다"고 밝혔다.

윤 대표는 "(미쉐린 가이드의 식당 평가 방식으로) 대중이 알고 있는 것은 미쉐린 가이드 측에서 비밀리에 본인들이 누구인지 밝히지 않는 상태에서 불특정 다수의 레스토랑을 점검하고 심사해 그들만의 엄격한 방식으로 채점을 해서 별을 준다고 알고 있다. 그런데 사전에 언제쯤 심사를 들어갈 것이라는 걸 (식당이) 미리 알 수 있다는 점이 의문이 가는 부분이었다"고 했다.

이에 미쉐린 가이드는 윤 대표에게 컨설팅을 제안했다는 싱어라는 사람은 모르는 인물이며 지난해 비슷한 의혹 제기가 있어 자체 조사를 했지만 사실이 아니었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거듭된 의혹에도 미쉐린 가이드 측은 결국 '미쉐린 가이드 서울 2020' 행사를 강행했다. '미식의 성서' '미식업계의 바이블' 등 각종 수식어를 통해 세계적인 레스토랑 안내서로 이름을 알린 만큼 행사 자체에는 대단한 공을 들였다. 입구부터 협찬사의 전시 부스를 비롯해 시종일관 럭셔리한 이미지를 강조하려 했다. 

이날 행사는 미쉐린 코리아 이주행 대표의 기념사, 미쉐린 가이드 인터내셔널 디렉터 그웬달 뿔레넥의 미쉐린 가이드 선정 과정을 전하는 순으로 진행됐다. 이어 1스타 레스토랑 셰프 22명, 2스타 레스토랑 셰프 7명, 3스타 레스토랑 셰프 2명 등 총 31명의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을 발표하고 축하하는 순서를 가졌다.

각 레스토랑의 셰프들이 한명 한명 단상에 오른 뒤 수상하고 내려가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다소 지루한 느낌까지 들 정도였다. 이후 몇몇 셰프들의 수상 소감과 사진 촬영을 끝으로 공식 행사는 마무리됐다.

논란을 의식한 듯 최대한 좋은 분위기로만 끝내려는 듯한 의도가 역력했던 순간, 몇몇 기자들이 이번 컨설팅 의혹과 관련해 미쉐린 측의 입장을 요청했고 결국 행사가 끝난 후 별도의 Q&A 시간이 마련됐다.

대표로 참석한 그웬달 뿔레넥은 공식 행사와는 다르게 무거운 표정으로 취재진의 질문에 답했다. 뿔레넥에 따르면 미쉐린 측은 내부적으로 조작이 의심되는 증거를 찾지 못했다. 그리고 이런 의혹을 '루머'라고 표현하면서 미쉐린 가이드 선정 방식에 문제가 없음을 강조했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는 미쉐린 가이드 인터내셔널 디렉터 그웬달 뿔레넥
기자들의 질문을 듣고 있는 미쉐린 가이드 인터내셔널 디렉터 그웬달 뿔레넥

그는 "정보 유출 의혹을 내사했지만 아무런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새로운 가이드를 내놓을 때마다 항상 이러한 루머가 있었지만 루머는 팩트가 아니다"고 말했다.

또 뿔레넥은 "평가원들은 익명을 유지한 채 레스토랑에 방문해 식사를 하고 떠난다. VIP 대접을 받지 않고 일반인과 동일하게 움직인다. 셰프 입장에서는 평가원이 몇명 방문했는지 모르는 상황이다. 선정과정 역시 익명성에 기반한다"고 전했다.

미쉐린 가이드가 서울편 발간을 철수하는 게 아니냐는 설에 대해서도 그럴 의도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뿔레넥은 "미쉐린 가이드는 요식, 미식업계에 힘을 실어주고 있고 여러가지 방식으로 대화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한국, 특히나 서울은 미식산업이 상당한 붐을 일으키고 있기 때문에 번영하는 도시에서 철수한다는 건 후회할 만한 일이다"고 이야기했다.

미쉐린 가이드 측 국내 관계자는 법적 조치 여부에 대해서는 "검토 중이다. 상황이 100% 파악되지 않았기 때문에 어떤 말씀을 드리기가 조심스럽다. 충분한 시간을 못 드려서 죄송하다. 추가로 궁금한 사항은 PR팀에게 전달하면 답변을 드리겠다"며 서둘러 질의응답 순서를 마쳤다.

글/사진=김상록 기자 kdf@kdf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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