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류 50%, 향수·화장품 35%, 기타품목 15%선 예상
인테리어·판매원 떠넘기는 화장품 공급사 갑질도 영향
글 싣는 순서
<상>주류(酒類)가 주류(主流) 된다
<중>매듭짓고 가야 할 '듀프리 논란'
<하>신규 진출 업체의 애환
인천공항은 입찰 공고 때 화장품 매출 비중을 65%로 예상했다. 하지만 면세점이 추정하는 매출비중은 30~35% 정도다. 업계는 오히려 주류 비중이 50%로 가장 많고 나머지 15~20%를 기타 품목이 차지할 것으로 전망한다.
■ "주류 공급업체도 매출 증가 전망 적극적 입장"
업계가 그렇게 전망하는 이유는 우선 기본적으로 부피가 크고 무거운 주류 제품의 특성 때문이다.국내에서 구매해 여행기간 내내 갖고 다니거나 해외나 기내에서 사서 들고 오려면 무겁고 거추장스러운 데 비해 입국장에서 구매하면 그런 불편이 없다. 한 병(1리터, 400달러 이하)까지는 면세품 구매한도에 포함되지 않아 한도가 찼어도 마음만 있다면 구매를 망설일 필요도 없다.
주류 공급사들도 입국장 면세점에 적극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공급사들은 입국장 면세점이 점차 자리잡으면서 매출이 올라갈 것으로 보고 적극적인 영업 의사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주류 핵심상품은 출국장과 기내 면세점에서 20~30% 상시 세일을 하기 때문에 입국장 면세점 역시 동일한 가격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부담은 있다. 하지만 출국장 면세점이 최소보장액(정액) 방식으로 임대료를 내는 데 비해 입국장은 파는 만큼(요율제) 내면 되므로 세일을 해도 오히려 출국장 면세점보다 부담이 크지 않다. 가격경쟁력도 있다는 얘기다.
■ 화장품 브랜드 유치도 순조롭지 않아
입국장 면세점 운영사들이 화장품에 주력하기 힘든 환경도 주류 판매에 힘을 실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전통적으로 화장품 공급사들은 콧대가 높다. 중견기업에 대해서는 더 그렇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인천공항 2터미널(T2) 면세점 입점 때 중견 면세점들은 화장품 업체의 '횡포'에 시달렸다고 설명한다. 인테리어 비용을 100% 부담하고 판매원도 지원해 주지 않아 직접 고용해야 했다.
브랜드 유치도 순조롭지 않다. 실제로 T2 중견 면세점에는 LVMH와 로레알 등 해외 브랜드는 물론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등 국내 주요 브랜드 계열 제품 입점이 안 된 곳이 많다. 고율의 임대료 부담에다 인테리어 비용, 직원 급여까지 부담하려면 밑지는 장사다. 입국장 면세점에서도 이런 행태가 예상되기 때문에 면세점들은 화장품에 배정된 의무공간(20%)을 제외하고는 매출에 주력하지 않을 공산이 크다는 예상이다. 일각에서는 입국장 면세점이 화장품 코너에 판매사원을 따로 두지 않고 진열대와 카운터만 설치해 '마트형' 매장을 구성할 수 있다는 소문이 있을 정도다.
■ 엔타스, 화장품 팔면 팔수록 임대료 부담
특히 엔타스 입장에서는 팔면 팔수록 임대료 부담이 커지는 화장품 비중을 줄이는 대신 주류를 주력 품목으로 밀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2터미널(T2)입국장 면세점 사업자로 선정된 엔타스는 화장품 입찰요율로 50%(T1, T2 동일)를 제시했다. 반면 주류는 30%(T1)와 29%(T2), 기타품목은 24%(T1, T2 동일)를 써냈다. 에스엠이 화장품에 35%(T1)와 33%(T1)를 써낸 것에 비하면 훨씬 높은 수치지만 주류와 기타 품목에서는 같거나 오히려 낮은 요율을 제시했다.
화장품 품목 판매액 대비 50%를 내더라도 전체 매출에서 화장품 비중이 높지 않으면 임대료 총액부담이 크지 않을 수 있다. 때문에 엔타스가 입찰 과정에 화장품 임대 요율을 높게 써냄으로써 높은 임대료를 제시하는 효과를 거두면서(임대료 점수 만점 확보) 막상 실제 영업을 하면서는 임대료 부담을 경감할 수 있는 '전략적 선택'을 했다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