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달러 사면 40만원"…다시 불붙은 면세점 선불카드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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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0달러 사면 40만원"…다시 불붙은 면세점 선불카드 경쟁
  • 조 휘광
  • 승인 2019.04.08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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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신라·신세계 빅3 면세점 앞서거니 뒤서거니
따라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중소면세점은 속앓이
"대기업 사회적 책임 느껴 자정 기능 발휘해야"

한동안 잠잠했던 주요 면세점의 선불카드 경쟁이 재연되고 있다. 여행사에 주는 송객수수료를 제외하고도 외국인 단체관광객(주로 중국인 보따리상)에게 최대 10% 이상의 선불카드를 제공해 제살깎기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보통 15~20% 수준인 송객수수료와 다른 마케팅 비용을 포함하면 30~40%를 밑지고 시작하는 장사인 셈이라 시장 왜곡의 주요인이라는 지적이다.


■ 송객수수료 포함하면 30~40% 밑지고 시작

롯데, 신라, 신세계 등 주요 면세점은 이달 들어 중국인 단체 관광객에게 제공하는 선불카드 혜택을 너도나도 확대하면서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다이공들이 SNS에 공유하는 주요 면세점 프로모션 안내문에 따르면 이들 빅 3는 이달 들어 구매금액의 10% 안팎을 선불카드로 제공하고 있다.


▲ 중국인 보따리상들은 SNS를 통해 면세점 프로모션 정보를 공유한다. SNS에 올라온 롯데면세점 선불카드 제공 정보. 3월 24일부터 명동본점에서 외국인고객을 대상으로 구매금액 10%에 해당하는 선불카드를 증정한다는 내용이다.


▲ 롯데면세점이 4월 5일부터 명동본점에서 외국인 3000달러 구매 시 40만원 선불카드를 제공한다는 내용을 알리는 SNS 정보.

롯데면세점은 지난달 24일부터 명동본점에서 화장품과 패션제품을 구매하는 외국인 고객에게 구매금액의 약 10%를 선불카드로 지급했다. 이달 5일부터는 구매금액이 커질수록 선불카드를 가중 지급하는 프로모션에 나섰다. 외국인 단체관광객이 700달러 이상 구매하면 3만원, 1000달러 이상이면 8만원, 1500달러 이상이면 17만원, 2000달러 이상이면 22만원, 3000달러 이상이면 40만원 선불카드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1일부터는 본점에서 1000달러 이상 구매하면 월드타워점 선불카드 5만원을 추가로 지급하는 프로모션에도 나섰다.

이에 뒤질세라 신라와 신세계도 맞불을 놓고 있다. 신라면세점 서울점은 이달 4일부터 외국인고객 구매액이 1000달러 이상이면 8만원, 1500달러 이상이면 15만원, 2000달러 이상이면 20만원을 지급한다. 이밖에도 구매금액에 따라 아티제 커피 상품권 3만원, 5만원, 호텔숙박권을 별도로 제공한다. 선불카드 지급액은 롯데보다 조금 낮지만 다른 선물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고객 유인책을 쓰고 있다.

신세계면세점 또한 5일부터 1000달러 이상 8만원, 1500달러 이상 17만원, 2000달러 이상 22만원, 3000달러 이상 40만원의 선불카드를 준다.

▲ 신라면세점도 4월 5일부터 구매금액에 따라 선불카드를 제공한다. 롯데보다 금액은 작지만 아티제 커피 상품권과 호텔 숙박권을 추가로 제공한다.


▲ 신세계면세점도 5일부터 명동점에서 외국인 대상 구매금액별 선불카드 제공 프로모션을 시작했다.

■ 점유율 빠질 때마다 공세 가열…'잠실점 띄우기' 관측도

시장 질서 왜곡과 면세점 수익성을 갉아먹는 주범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한 업체가 선공에 나서면 다른 업체들도 따라 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는 업체간 시장점유율 경쟁 때문이다. 특히 한 때 70%를 넘던 롯데면세점 점유율은 2017년 41.9%, 작년에는 39.9%로 사상 처음 40% 아래로 떨어졌다. 롯데면세점은 점유율 목표수준에서 떨어질 때마다 공격인 마케팅 경쟁에 앞장서는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특히 지난 1일부터 본점에서 1000달러 구매 시 월드타워점 선불카드를 추가로 지급하는 것을 두고 업계 일각에서는 잠실점 붐업을 겨냥한 총공세에 나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신동빈 롯데 회장 행보에서도 명동보다 잠실에 무게를 두는 게 느껴지고, 작년 말 취임한 이갑 롯데면세점 대표도 포화된 명동점보다 월드타워점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을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특이한 점은 빅3 면세점 사이에 '서로 네 탓' 분위기가 팽배하다는 점이다. B사는 A사가 먼저 과당경쟁을 주도했다고 주장하고 C사는 B사가 경쟁을 선도했다고 주장한다. 그런가 하면 A사는 과당경쟁의 시발점은 C사라는 주장이다. 물고 물리는 책임론이다. A사 관계자는 "면세점간 프로모션 경쟁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닌데 특정업체 때문이라고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면서 "서로 상대 업체를 탓하지만 서로 질 수 없어 따라할 뿐 누가 먼저 했기 때문에 따라한다는 면책이 통하는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는 입장을 밝혔다.

■ "송객수수료 제한 등 법제화도 대기업이 반대해"

주요 대기업의 이런 움직임에 대해 시장 질서 저해 외에 업계 상생이라는 화두에 정면으로 역행한다는 비판이 쏟아진다. 대기업 마케팅 공세를 따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중소중견 면세점은 고래등 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꼴이다. 한 중견 면세점 관계자는 "어차피 따라서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이미 대기업과 시내면세점에서 경쟁할 수 있는 위치가 아니기 때문에 이젠 별로 신경 쓰지도 않는다"고 냉소적인 입장을 밝혔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사회적 책임을 져야 할 대기업들이 출혈경쟁에 앞다퉈 나서면서 빅3 이외의 대기업은 물론 중소중견기업은 다 죽어가는 상황"이라면서 "업계 차원에서 자정하는 방안을 찾기는 이미 어려운 단계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면세점 정책을 빅3가 좌지우지하면서 과도한 송객수수료 제한 방안을 법제화하자고 했을 때 반대하는 쪽도 대기업이라 해결 방법 찾기가 쉽지 않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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