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천하 속 가성비甲 '젠더리스' 향수의 이유있는 돌풍[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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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천하 속 가성비甲 '젠더리스' 향수의 이유있는 돌풍[기획]
  • 김윤미
  • 승인 2020.03.02 2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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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시장 지속 성장세...연간 6000억원 돌파 전망
고가 '니치향수' 두드러진 상승세...중저가 '젠더리스' 향수도 몇년새 판매↑
합리적 가격-가성비-가심비-섬세한 소비자 취향 맞춤형
왼쪽부터 포맨트, 클린, 러쉬코리아
올리브영
CJ올리브영

최근 몇 년 사이 국내 향수시장의 성장세와 트렌드의 변화가 주목된다. '소수 마니아를 위한 고가 프리미엄 향수'를 뜻하는 '니치(niche) 향수'의 빠른 성장, 그리고 이와 대비되는 '가성비갑' 중저가 라인의 선전. '양극화'라고 하기에는 여전히 럭셔리브랜드가 시장을 이끌어 가는 형국이지만 그 속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한 중저가 '젠더리스' 향수의 활약상도 두드러진다.

시장조사기업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뷰티&퍼스널케어 시장 규모가 16조에 육박하는 가운데(2018년 기준 약 134억6500달러), 향수 부문의 성장이 눈길을 끈다. 국내 향수 시장 규모는 2013년 4408억원에서 2018년 5896억원으로 추산되며, 5년 연속 증가 추세다. 국내 뷰티 시장이 성숙기에 진입한 만큼 타 카테고리의 성장세가 주춤하거나 다소 하락한데 비해 향수 시장은 연평균 6% 이상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며 성장 중이다. 2019년 향수 시장 규모는 처음으로 6000억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향수 시장 5년 연속 꾸준히 성장...여전히 대세는 럭셔리브랜드

향수 시장 성장세를 견인하고 있는 것은 역시 럭셔리브랜드 프리미엄 라인이다. 프라다, 장폴고티에, 에트로 등 다수의 럭셔리브랜드, 베스트셀러로 주목받고 있는 클린과 존바바토스 등의 국내수입사 씨이오인터내셔널 관계자는 "몇몇 중저가 라인 제품들이 두각을 나타내기도 하지만 대세는 여전히 럭셔리 프리미엄 라인이라고 할 수 있다. 유통채널에 의해 좌우되고 달라질 수 있는 부분이지만 큰 흐름에서 그렇게 보여진다"고 말했다. 

최근 두드러진 '니치 향수'의 성장세도 이를 뒷받침한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소개한 스웨덴 니치 향수 '바이레도'의 국내 매출은 2018년 79% 증가했고 작년 상반기에만 전년 대비 35% 늘었다. 프랑스 브랜드 딥티크와 영국의 럭셔리향수 조 말론의 작년 상반기 매출 증가세도 각각 50%, 30%에 육박한다.

왼쪽부터 바이레도, 딥티크
왼쪽부터 바이레도, 딥티크

프리미엄 향수의 주요 구매처라 할 수 있는 면세점의 향수 매출 신장세도 눈길을 끈다. 신라면세점의 최근 3개년 향수 매출 증가율은 대략 2017년 30%, 2018년 60%, 2019년 40%에 이른다. 신라면세점 관계자는 "중국인들과 내국인들의 수요가 크게 늘면서 니치 향수 브랜드가 성장을 많이 했고, 원래부터 유명했던 조 말론 외에 바이레도, 르라보, 딥티크, 아쿠아 디 파르마 등이 향수 매출을 견인했다"고 설명했다.

'작은 사치' 니치 향수 신장세 두드러져

중저가 라인 향수 시장을 넓힌 것으로 평가받는 H&B스토어 '올리브영'에서도 니치 향수의 인기는 감지된다. 지난달 1~11일 향수 특화 매장인 ‘올리브영 홍대’의 딥티크·에르메스·디올·프라다 등 주요 프리미엄 향수 매출이 전월 동기간 대비 56% 늘었다. 

이 같은 '럭셔리 프리미엄 향수' 대세 속에서 '가성비'에 '가심비'까지 갖춘 중저가 라인, 특히 '젠더리스' 향수들의 돌풍도 만만치않다.

올리브영은 올해 밸런타인데이 향수 구매 트렌드로 '여심 공략에 성공한 남성 향수' '남녀 구분 없는 젠더리스 콘셉트 향수'의 인기를 꼽았다. 지난달 1~11일 매출 분석 결과 '포맨트 포맨 시그니처 퍼퓸' 매출이 전년 동기간 대비 무려 30배 이상 증가하며 향수 부문 1위에, 젠더리스 향수로 유명한 '클린 웜코튼 EDP'가 2위에 올랐다. 향수 대신 가볍게 사용할 수 있는 '바디미스트' 부분에서도 '바디홀릭'의 '다우트리스 헤어&바디미스트'가 '여심 저격 향수'라는 별칭과 함께 입점 3개월 만에 2배 가량 매출이 늘었다. 

특히, 올리브영에서 10여종의 향수를 선보이고 있는 '클린'은 '올리브영 어워드'에 매년 이름을 올리는 인기 브랜드로 지난해 '웜코튼 EDP'로 향수 부문 1위를 차지했다. 2위 '존바바토스 아티산 EDP'는 인기 남성 향수, 3위 '끌로에 EDP'는 로즈향의 여성 향수이지만 이 TOP3 모두 남녀 모두에게 거부감 없이 사랑받는 중저가 라인 향수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CJ올리브영 담당자는 "작은 사치를 추구하는 스몰럭셔리 소비트렌드와 함께 향수 수요는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소비심리를 반영하듯 연초부터 가성비 좋은 향수가 인기"라고 설명했다.

남녀 모두에게 선택받는 깔끔한 향의 중저가 '젠더리스' 향수 인기

'클린' '존바바토스'의 국내수입사 씨이오인터내셔널 관계자는 "'클린'의 인기를 최근 중저가 라인 향수 돌풍과 연결 짓는 것이 적절한 지는 모르겠다. 향수 시장 전체로 볼 때 중저가 라인의 비중이 여전히 크다고 보긴 어렵기 때문이다. '클린'의 경우도, 최근 흐름에 편승했다기 보다 이미 4~5년 전부터 두드러지게 인기를 모았다"라면서 "다만 '남녀 구분 없이 사용할 수 있는 깔끔한 향취를 가진 데일리 퍼퓸'이라는 점은 최근까지도 계속 부각되는 인기 요인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여성이 선택하는 남성 향수'로 소비자 공략에 성공한 '포맨트'의 '포맨 시그니처 퍼퓸'은 '20대 여성이 선호하는 향 1위'인 코튼 향을 베이스로 개발, 2018년 출시부터 완판을 기록하며 인기를 끌었다. 남성 향수이면서도 남녀 모두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젠더리스 트렌드를 적극 활용한 결과다. 

젠더리스 경향은 '러쉬' 향수에서도 두드러진다. 애초부터 남녀 구분이 없는 것으로 유명한 러쉬의 향수 라인은 크게 '퍼퓸'과 '바디스프레이'로 구분된다. 러쉬는 지난해 12월 향수 라인의 대대적 리뉴얼과 함께 신제품을 선보이며 '퍼퓸' 매출이 '바디스프레이' 비중을 뛰어넘었고, 전년 대비 3배 이상 성장했다. 러쉬코리아 관계자는 "올해도 새로 선보이는 제품이 많아 향수 매출 비중이 바스 다음으로 2위를 유지할 전망"이라고 예상했다. 

러쉬의 향수 라인은 제품과 가격대가 다양해 중저가 라인으로 분류되긴 애매하지만 인기 TOP3 제품인 '더티' '카마' '팬지' 등은 합리적 가격에 차별화된 향으로 관심을 모은다. 러쉬코리아 관계자는 "최근 '나만의 향'을 찾는 트렌드와 함께 러쉬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독창적 향기가 인기 요인인 것 같다. 약 30가지의 다양한 향이 있어 내가 원하는 향을 찾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가성비+가심비 다 충족 '섬세한 소비자 취향' 맞춰

향수 보다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는 '바디미스트' 부문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포착된다. '바디홀릭'의 향수(바디미스트) 부문 작년 매출은 전년 대비 10% 이상 증가했다. 올 밸런타인데이 선물로 각광받은 '다우트리스' 제품은 뛰어난 가성비로 완판행진을 이어갔고, 작년말 선보인 '스테이누디'도 출시 2달 만에 초도물량이 완판됐다. '바디홀릭' 관계자는 "명품 향수를 사용하고 싶지만 가격이 부담되는 소비자, 유니크하고 고급스러운 향기를 원하지만 너무 독한 향은 부담스러운 소비자들에게 '프리미엄 바디미스트'가 대안이 되고 있는 듯하다"면서 "이러한 소비트렌드와 맞물려 고품질 제품을 합리적 가격에 제공하면서 매출 시너지가 발생한 것으로 분석한다"고 밝혔다.

'장 아떼' 'SPPC' 등 유럽 향수 브랜드 수입사 뷰애드 관계자도 한국면세뉴스에 "일단 젊은 층들이 고가의 향수를 구매하는 것이 그리 쉽지 않다고 여겨진다. 그들은 데일리로 부담없이 자신의 취향에 맞고 합리적 가격이라 생각되면 구매를 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상대적으로 가격은 저렴하지만 좋은 향과 퀄리티를 원하고 이를 충족시키는 제품들이 나오면서 인기를 끌게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럭셔리 향수들이 물론 꾸준히 사랑을 받고 인지도도 높지만 요즘에는 새로운 것도 경험해보고 싶고 자기 개성도 다양한 시대여서 꼭 고가 향수에만 관심이 쏠리진 않는 것 같다. 기분 전환이나 뭔가 다른 것을 표현하고 싶을 때 찾게 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사진=각사 제공

김윤미 기자  kdf@kdf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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