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비'로 여성성 고민 기회 갖게 하고파"…섹시스타 마고 로비의 모순 [KDF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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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비'로 여성성 고민 기회 갖게 하고파"…섹시스타 마고 로비의 모순 [KDF 시선]
  • 김상록
  • 승인 2023.07.03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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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고 로비가 3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호텔에서 열린 영화 '바비' 내한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전형적인 바비가 제 배역이었다. 1959년에 처음 만들어진 금발의 이미지다. 그래서 중요하게 생각한 것이 스테레오타입(어떤 특정한 대상이나 집단에 대하여 많은 사람이 공통으로 가지는 비교적 고정된 견해와 사고. 고정관념)이었다. 인형은 여성이 아니고 사물일 뿐이다. 그런데 여성성을 상징하는 물건이다. 그런 상징을 통해 여성의 여성성에 대한 고민을 하는 기회를 갖게 하고 싶었다" 

호주 출신 할리우드 배우 마고 로비(33)가 영화 '바비'를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밝혔다. 흔히들 인형 같은 외모와 몸매를 지녔다고 말하는 '여성의 미(美)'에 대한 고정관념을 바꾸고 싶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하지만 정작 본인도 그간의 작품에서 '섹시 스타' 이미지로 주목 받았던 점을 떠올려보면 이같은 행보는 다소 모순적이다.

3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진행된 영화 '바비' 기자간담회에는 주연 배우 마고를 비롯해 그레타 거윅 감독, 아메리카 페레라가 참석했다.

이날 마고는 핑크색 재킷과 치마를 입고 등장했다. 이너웨어로 착용한 톱은 복부를 드러냈으며, 치마는 다리와 무릎 위로 올라갔다. 화려한 의상과 화장은 마치 바비 인형을 그대로 옮겨놓은것처럼 보였다. 마고의 외모와 몸매를 한껏 부각시켰다.

이런 시선과 표현에 거부감을 느끼는 이들은 마고가 검은색 수트와 바지를 입은 채 몸을 꽁꽁 가리고 나오기를 바랐을지 모른다. 아쉽게도 마고는 그런 의상을 선택하지 않았다. 그전에 열린 내한행사에서는 가슴이 훤히 보이는 한복을 개조한 의상을 입기도 했다.

마고 로비가 2일 서울 영등포구 타임스퀘어 아트리움에서 열린 영화 '바비' 핑크카펫 행사에서 팬들의 생일 이벤트를 지켜본 뒤 소감을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마고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는 외적으로 뿜어냈던 이미지와 다른 결의 발언을 했다.

그는 "이렇게 보이지만 나는 어릴 때 바비 인형을 많이 가지고 놀지 않았다, 나는 진흙탕에서 노는 스타일의 여자아이였다, 주머니에 도마뱀을 넣어 다니고 다녔다"며 "나 말고 다른 애들은 바비 인형을 가지고 놀았다. 친구 집이나 친척 집에서 바비 인형을 가지고 같이 놀았었다. 장난감 인형은 자기 자신을 반영하는 도구가 된다, 그런 것을 가지고 어른들을 이해하고 왜 이럴까, 생각도 해보고 그랬다"고 회상했다.

거웍 감독은 "바비가 굉장히 다양하게 등장하는데, 이 모든 여성이 바비이고 모든 바비가 여성이라고 할 수 있다"며 "바비의 정체성이 모든 사람의 정체성을 대변한다고 보면 된다. 이런 정체성이 나눠지는 게 멋졌고, 그 부분부터 출발하는 게 굉장히 좋았다"고 말했다.

실제로 마고는 피부색, 체형, 머리 등이 다른 175개의 바비 인형을 모두 영화에 반영하길 원했다고 한다. 

'바비'의 줄거리 소개글을 보면 원하는 무엇이든 될 수 있는 '바비랜드'에서 살아가던 '바비'가 현실 세계와 이어진 포털의 균열을 발견하게 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켄'과 예기치 못한 여정을 떠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라고 나온다. 뚜껑을 열어봐야 알겠지만, 영화 '바비'가 전달하려는 메시지를 유추하기는 어렵지 않다.

영화 '바비' 스틸컷. 사진=워너브라더스 코리아 제공

아름답지만 주체적이지 못하고 나약해 보이는 장난감 인형 바비에서 탈피해 주도적이고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당당하고 강한 여성 캐릭터를 구현하려는 것으로 예상된다. 아름다움은 외적인 모습 한가지 측면으로만 정해지지 않는다는 메시지도 빠질 수 없을터.

물론, 깎아놓은듯 뚜렷한 이목구비와 군살 없는 늘씬한 몸이 여성의 아름다움을 상징해야하고, 그것만이 정답인 것처럼 따라갈 필요는 없다. 그럼에도 남성이든 여성이든 화려하고 정돈된 외모에 끌리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다. 그것을 애써 부정하면서까지 다양성이라는 명목 하에 진정한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찾아야 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다.

여성의 아름다움에 대한 기준이 각자 다르듯이, 피부가 하얗고 눈이 크고 코가 오똑한 겉모습만이 아름다운게 아니라는 주장을 주입하지 않았으면 한다. 다양한 아름다움을 전파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개개인의 다양한 시각을 존중하는 것이다. 

김상록 기자 kdf@kdf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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