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씽크홀' '블랙아이스' '톨비' '시마이' 쓰지말라구요?… 국토부 국어책임관의 살뜰한 친절 [KDF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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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씽크홀' '블랙아이스' '톨비' '시마이' 쓰지말라구요?… 국토부 국어책임관의 살뜰한 친절 [KDF 생각] 
  • 박홍규
  • 승인 2024.01.12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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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날이 구져서 씽크홀 많고 블랙아이스도 심하니 운전은 시마이하고 다음 TG에서 빠지자구, 톨비는 현금으로~'  

편집국에는 매일매일, 아주 다양한 메일이 날아온다. 주말을 앞둔 금요일 오후, 전국의 도로는 체증을 준비 중이다. 국토교통부 대변인실에는 '국어책임관 간사'도 근무한다. 박은주 사무관이다. 그가 보내온 메일은 알타리처럼 단단했고 친절했다.  

세종시 대규모 추돌 관련 기사 중 '블랙 아이스'라는 표현을 '도로 살얼음'으로 바꿔 달라는 요청이었다. 아주 정중하고 감각있어서 기분도 좋아졌다. 그런데 사실 세종시 발신 안전 문자부터 블랙아이스가 포함돼 있었다. 곤혹스러웠다. 시의 공식 문자를 뜯어내 기사를 고쳐야 했기 때문이다. 

국어책임관의 업무 영역 중에는 어려운 전문용어, 불필요한 외래어, 일본식 한자표현 등을 쉽고 바른 우리말로 바꿔서 사용할 수 있도록 순화어를 발굴하고 이를 국민들께 알리는 역할을 맡고 있다. 중요한 역할이다. 그리고 국토부와 도로공사는 이미 2021년 10월에 행정 규칙 고시를 한 상태다. 국립국어원, 대한토목학회, 한국도로협회, 한글문화연대 등도 참여해 58개 전문용어를 순화시켰다. 대다수 시민들은 잘 모르지만… 

아래는 습관적으로 우리가 쓰는 국적 불명 용어들과 순화된 용어들이다. 

씽크홀 / 포트홀 / 블랙아이스 / 램프 / 싸인보드 / 보틀넥 / 쁘레카 / 스키드마크 / 펜스 / 레커차 / 톨게이트 / 톨비 / 인프라 / 나대지 / 연장 / 노폭 / 시마이 / 오사마리 / 단도리 / 노가다 / 시다 / 함바... 

대략 58개 단어만 순화시켰다. 우리가 늘 쓰던 말들이 국적 불명이었다는게, 새삼 놀랍기도 했다. 

땅꺼짐 / 도로 파임 / 도로 살얼음 / 연결로 / 안전 유도판 / 병목 현상 / 착암기 / 타이어 자국 / 울타리 / 견인차 / 요금소 / 통행료 / 기반 시설 / 빈터 / 길이 /  도로폭 / 끝 / 마무리 / 채비 / 근로자 / 보조원 / 현장 식당... 

순화된 용어들을 읽어보니 무척 부드럽다. 평소 쓰던 말들은 거칠고 날카롭다. 짜증 유발 언어들이다. 도로는 부드럽게 물길처럼 흐르는게 좋다. 용어도 부드러워지면 체증에도 짜증이 덜 할 거 같다. 그러니 교통 안내 문자 등 공식 알림과 '방송국 놈들'부터 나서주면 좋을 듯 하다. 자꾸 들어야 입에서도 자연스럽게 발음될 듯 하다. 2021년이면 벌써 3년 지났는데... 

방학이고 1월 졸업이 요즘 대세다. 주말이면 무조건, 어디로든 우리 국민들은 집을 나선다. 주말 도로는 거대한 주차장이다. 짜증낸다고 길이 뚫리지는 않는다. 잠시 순화된 단어들을 소리내 읽어보면 좋을 듯 하다. 국토교통부 대변인실 국어책임관 간사 박은주 사무관이 바라는 바일 듯 싶다. 아 얼렁 UAM(도심항공) 나왔으면 좋겠다!!!! 이상은 KDF의 생각이었습니다. 

박홍규 기자 kdf@kdf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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