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전주에 비가 내렸다-삼백집 선지온반, 남노갈비 물갈비 [전주 맛집-추억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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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전주에 비가 내렸다-삼백집 선지온반, 남노갈비 물갈비 [전주 맛집-추억 1221] 
  • 박홍규
  • 승인 2023.12.21 15: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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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주말 전후로 전국에 강추위가 내렸다. 지난주 겨울비가 내린 전주 방문이 생각난다. 추울 때는 국밥만한게 없다. 음식은 역사다. 맛집은 인문학이기도 하다. 전주는 완벽한(全) 고장(州)이다. 자주 가도 늘 새로운 맛집이 여객을 반긴다. 

삼백집, 콩나물국밥을 즐겼다면 이제는 선지 온반, 고추군만두도~ 

'삼백집 가면 선지국을 먹어야 해요…(강0봉 전문기자)' '그래? 나는 영화제오면 늘 해장으로 콩나물국 먹었는데?' 
'잘 아는 후배가 선지국을 먹으래요 이제는' '그래? 나 선지 잘, 못 먹는데…' 

삼백집, 콩나물국밥을 즐겼다면 이제는 선지 온반, 고추군만두도~

전주영화제는 부산영화제와 달리, 영화와 음식이 비빔밥처럼 잘 어우러진 축제다. 그리고 늘상 숙취를 삼백집 콩나물국밥으로 풀었다. 그런데 선지국이라니. 그런데 삼백집이 내가 아는 그 집이 아닌 거 같다. 주저하는 내게 '몇 년전에 리모델링 했다'고 일행 중 누군가 알려줬다. 그제야 마음이 놓이고 '선지온반'을 주문했다. 2000원 더 비쌌지만. 

정말 선지가 특이했다. 특히 깍뚝썰기한 선지는 처음 봤다. 정사각형으로, 각지게 선지를 썰었다는 건 정성이 더 첨가됐다는 얘기다. 소 육수 베이스의 국물은 깔끔했다. 전날 음주가 과했다면 단백질 보충용으로 적당했다. 그리고 삼백집 김, 늘 먹어도 맛있어서 2봉지 기본, 3봉지 선택이다. 삼백집은 사실 서울 등 수도권 곳곳에도 지점은 많다. 그래도 본점에서 먹는 맛은 다른 거 같다.  

남노갈비, 짜그리 아니고 물갈비 입니다 당면을 먼저 드세요 

점심 메뉴가 물짜장과 물갈비 중 택1 이었다. 일행은 각자 선택에 따라 홍해처럼 겨울비 속에 갈라졌다. 남노갈비 분위기는 여전했다. 1970년대에 시작했으니 50년을 넘긴 맛이다. 

'충청도에서 짜그리라고 하는데, 저희 물갈비가 먼저 입니다' 
주인장은 힘주어 말했다. 그런거 같기도 하다. 1970년대 충북에는 '짜그리'라는 식당 메뉴가 없었다. 식당 자체가 그다지 많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다만 집밥 메뉴로 큰어머니나 사촌형수가 '짜그리 끓여 드릴까요? 도련님'하던 기억은 있다. 물갈비 보다는 짜그리가 더 정감스럽기는 하다. 

남노갈비, 짜그리 아니고 물갈비 입니다 당면을 먼저 드세요 

각설하고, 물갈비의 특징은 돼지갈비에 육수를 부어 자작하게, 시간을 두고 쫄여 먹는 맛이다. 특히 목살이나 등심이 아닌, 갈비여서 누린내도 없고 담백하다. 전주 식당에서 내오는 갈비는 대부분 진짜 갈비다. 접착 갈비가 아니다. 거기에 당면사리를 수북하게 내온다. 그게 특이하다. 

당면은 한국전쟁 때 구호물자로 들어온 고구마를 전분으로 내려 먹던 게 시초다. 그리고 잡채나 비빔면을 만들어 먹었다. 그런데 고구마 전분은 찰기가 떨어졌다. 밀국수처럼 햇볕 바람에 널었는데 자주 부서져 자투리가 떨어지기 일수였다. 이걸 모아서 시장 순대를 만들어 먹었다고 어디선가 읽었다. '차별받은 식탁'이었는지, '소울푸드' 였는지 가물가물하지만…    

남노갈비 주인장은 친절하게 '드시는 방법'을 걸어두었다. 당면사리-콩나물-갈비(쌈) 수순이었다. 그리고 볶음밥도 가능하다 알려주었다. 배가 심하게 불렀다. 식당 앞을 나와 한숨을 돌리고 다시 자리하니, 일행 중 전문가가 밥을 완벽하게 눌러논 상태였다. 비빔채 등이 첨가되니 꿀맛이었다. 삶이란, 음식이란 얼마나 많은 변신이 가능한가. 그날 남도 전주에는 겨울비가 내리고 있었다. 남노갈비에는 갈비가 넘치고 있었다. (짧지만 굵었던, 겨울 전주 미식 여행은 좀 더 계속 됩니다. 편집자 註) 

박홍규 기자 kdf@kdf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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