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후생노동상 "하루 2만건 PCR 검사한다고 말한 적 없다"
상태바
日 후생노동상 "하루 2만건 PCR 검사한다고 말한 적 없다"
  • 이태문
  • 승인 2020.05.03 05: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검사조차 받지 못하고 사망 뒤 발견된 '고독사' 15명이나 달해
일본 정부의 애매한 대응... 안 하는 것인지 못하는 것인지 궁금
긴급사태선언 기간 연장으로 중소기업과 영세업자 줄도산 우려

일본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누적 확진자 수는 이미 1만 5천 명을 훨씬 넘어섰으며, 사망자도 530명에 달한다.

감염 폭발이라는 말을 빌리지 않아도 의료현장은 붕괴 직전이며, 감염이 의심돼도 의료현장의 일손 부족과 정부의 미진한 대응으로 검사조차 받지 못하고 '고독사'로 발견된 환자만 4월 중순까지 15명이나 발생했다.

총체적 난국이라는 말이 더 어울리는 지금의 일본 상황,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지난 4월 7일 TV에 출연해 "유전자증폭(PCR) 검사 능력을 하루 2만 건까지 올리겠다. 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분들이 확실히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현실은 주부서인 보건소에 전화를 걸어도 연결되지 않고 겨우 통화가 이뤄져 증상을 설명해도 검사와 입원할 곳이 없어 기다리라는 대답을 받는 경우가 많다.

코로나19 대책의 중심인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후생노동상은 4월 30일 중의원 예산위원회에 출석해 하루 PCR 검사 처리 능력을 현재 1만5천 건에서 2만 건으로 확충하겠다고 강조하면서 "2만건 검사한다고는 말한 적 없다"고 밝혔다. 아울러 "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뒤 검사를 실시하겠다"고 덧붙여 종전과 같은 태도를 취했다.

아베 총리가 하루 2만 건을 약속한 지 거의 한 달이 지난 시점에서 담당 장관의 입에서 나온 말에 일본 국민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금까지 가장 많은 PCR 검사는 지난 4월 17일로 9369건이었다. 1000건에 못 미치는 날도 많다. 17일 도쿄의 신규 확진은 '1일 최다'인 201명이 발생했으며, 전국적으로는 555명이 넘는 새로운 감염자가 확인됐다.

가장 큰 문제는 검사를 받고 싶어도 받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후생성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상담센터에 증상을 호소하면 상담한 사람들 가운데 실제로 PCR 검사를 받은 사람은 평균 9.6%에 그친다. 10%에도 못 미치는 낮은 비율로 많은 사람들이 제대로 검사조차 못하고 있다.

검사 결과도 1주일 이상 걸리는 경우도 있어 도쿄의 50대 남성 회사원은 의심 증상이 나타나 보건소에 몇번이고 연락해도 상담을 받지 못하다가 며칠 뒤 회사 상사가 확진 판정을 받아 검사를 받으라는 회사 지침에 따라 다시 연락했지만 실패했다. 회사를 통해 겨우 검사를 받고 아내에게 1주일 뒤에 결과가 나온다고 연락한 다음날 회사 기숙사에서 숨진 채로 발견됐다.

한국의 '질병관리본부'가 없는 상황이라 일본은 전국의 감염 현황과 경로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신규 확진자의 60~70%는 감염 경로가 불투명하며, 집계도 언론마다 다르고 광역자치단체의 발표조차 늦어지기 일쑤다.

 

보건소를 통해 겨우 PCR 검사를 받으면, 체취된 검체는 공적 의료기관과 민간 회사로 보내져 양성과 음성을 판정해 보건소로 결과를 통보한다. 이 결과는 다시 각 광역자치단체에 전달해 기자회견 등의 형태로 감염자와 사망자가 발표된다.

아베 총리는 PCR 검사 2만 건을 약속한 지난 7일 도쿄도를 포함해 7개 광역자치단체를 대상으로 긴급사태를 선언했으며, 전국적으로 감염이 확대되자 16일에는 긴급사태를 일본 전역으로 확대했다.

황금연휴가 끝나는 5월 6일까지가 긴급사태 선언 기간이지만 사태가 갈수록 심각해져 아베 총리는 4월 30일에 "5월 7일부터 예전의 일상으로 돌아가기는 어렵다. 어느 정도의 지구전(장기전)을 각오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긴급사태를 한 달 정도 더 연장하기로 굳혔다.

휴업 권고에 자발적으로 가게문을 닫고 버티던 자영업자들은 추가 연장 조치로 거의 회생 불가능의 상태에 빠질 우려가 크다. 강제 휴업에 따른 보상과 혜택이 없는 자발적 휴업을 유도하는 지금의 긴급사태 선언으로는 자금이 부족한 중소 기업과 영세업자들의 줄도산을 막기 힘들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글 = 이태문 도쿄특파원 gounsege@yahoo.co.jp


관련기사
더보기+

주요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