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송 참사' 제방 시공한 금호건설, 원가 절감 위해 저렴한 축조 방식 선택 의혹…감리단장 구속 기소
상태바
'오송 참사' 제방 시공한 금호건설, 원가 절감 위해 저렴한 축조 방식 선택 의혹…감리단장 구속 기소
  • 김상록
  • 승인 2023.12.26 12: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작년 여름 25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청주 오송 지하차도 침수 사고 원인으로 꼽히는 미호강 임시제방 시공사인 금호건설이 원가를 절감하고자 저렴한 축조 방식을 선택하는 등 부실 공사를 하고 책임을 면피하려 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시사저널은 참사 원인으로 지목된 임시제방의 공사를 맡은 금호건설과 감리사,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이 작성한 문건을 입수해 지난 22일 보도했다.

해당 문건에는 임시제방의 축조 방식과 비용, 결재 라인 등이 담겨 있다. 시사저널은 여기에는 금호건설이 원가 절감을 위해 저렴한 축조 방식을 선택했고, 참사 후 승진한 신임 사장이 임시제방 설치안을 최종 결재했다고 했다. 아울러 감리사는 침수 위험을 알고도 수정 없이 설치안을 통과시킨 사실이 나와 있다고 했다.

보도에 따르면 2022년 8월 금호건설 현장사무소에서 작성한 실정보고서에는 임시제방의 설치 배경과 축조 방식 등이 기재돼 있다. 현장사무소는 축조 방식으로 두 가지를 제시했다. '외부 순성토 운반'과 '신설부 추가깎기 및 영내 운반' 방식이다. 전자는 4100만원, 후자는 3100만원 가량 필요할 것으로 판단했다.

이 중 현장사무소는 신설부 추가깎기 및 영내 운반 방식을 적용안으로 제시했다. 실정보고서에 따르면 "흙깍기('흙깎기'의 잘못) 토사 물량을 이용하여 금회 반영되는 제방 축조 예정"이라며 "순성토 대비 약 1000만원 절감"이라고 기재돼 있다. 

또 금호건설은 임시제방 재료로 '다짐도(토양의 밀도를 나타내는 비율) 95% 이상'의 흙이 아닌 재료비와 공임비가 싼 '다짐도 90% 이상'의 흙을 사용했다. 시사저널은 이렇게 하면 적은 양의 흙으로도 제방을 높게 쌓을 수 있지만 견고함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고 했다.

금호건설이 낮은 제방으로 인해 초래될 위험을 이미 예상하고 있었음에도 이같은 방식을 강행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실정보고서에 따르면 "2017~2020년 사례를 보아 우기 시 현재 원지반보다 수위가 높아져 공사구간 내로 하천수가 유입돼 공사구간 침수가 불가피하다"며 "침수 시 궁평1교차로까지 하천수가 유입돼 도로 침수 및 이용자들의 통행 제한이 예상됨"이라고 명시돼 있다. 실정보고서를 만든 금호건설 현장사무소장 A씨는 지난 12일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구속됐다. 

청주지검은 22일 업무상 과실치사상, 사문서위조, 증거위조 교사 등의 혐의를 받는 감리단장 B씨를 구속기소 했다고 밝혔다. B씨는 시공사가 오송∼청주 도로 확장공사 편의를 위해 기존 제방을 불법 철거하고 임시제방을 부실하게 쌓아 올린 사실을 알고도 이를 묵인 및 방치해 인명피해를 초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오송 참사 직전 임시제방 공사. 사진=연합뉴스

오송 참사의 배경이 된 공사의 정식 명칭은 '오송∼청주(2구간) 도로 확장공사'다. 2018년 2월부터 시작된 이 공사의 발주처는 행복청, 수주처·시공사는 금호건설, 감리사는 (주)이산이다.

한편, 금호건설이 오송 참사의 원인으로 지목된 임시제방의 축조안에 결재한 조완석 사장을 대표이사로 승진시킨게 부적절하다는 논란과 더불어 금호건설이 안전보다 성장만을 앞세운 경영을 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조 사장은 부사장일 때인 2022년 10월 임시제방 공사를 반영한 예산안을 승인했다. 참사 발생 약 2주 후인 올 7월28일 수해복구비 집행예산안을 승인한 사람도 조 사장이다. 조 사장은 오송 참사 발생 4개월여 후인 11월30일 대표이사가 됐다.

금호건설은 지난 2021년에 매출액이 사상 처음 2조원을 넘겼다. 그러나 △2023년 6월 세종시 주상복합 공사현장 근로자 1명 사망 △2023년 4월 분당 정자교 붕괴로 시민 2명 사상 △2022년 8월 수원시 오피스텔 공사현장 근로자 1명 사망 등이 모두 서재환 사장-조완석 부사장 경영하에서 일어나는 등 해당 기간 내에 각종 사고가 끊이질 않았다.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는 지난해 7월 15일 오전 8시 40분쯤 인근 미호강 제방이 터지면서 유입된 하천수로 시내버스 등 차량 17대가 침수됐다. 이 사고로 14명이 숨지고, 11명이 부상을 입는 등 25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국무조정실은 같은달 28일 발표한 감찰 조사 결과에서 "미호천교 아래의 기존 제방을 무단 철거하고 부실한 임시제방을 쌓은 것과 이를 제대로 감시 감독하지 못한 것이 이번 사고의 선행 요인"이라며 충북도, 청주시, 행복청 등 7개 기관 36명에 대한 수사를 검찰에 의뢰했다.

금호건설 관계자는 26일 한국면세뉴스와의 통화에서 원가 절감을 위해 저렴한 축조 방식을 선택했다는 의혹 관련해 "지금 조사 중인 사안이지 않나. 회사 측 입장은 따로 없다"며 말을 아꼈다.

김상록 기자 kdf@kdfnews.com


관련기사
더보기+

주요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