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뱅크 도전 현대해상, 본업 리스크는 어쩌나…정경선 능력 시험대 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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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뱅크 도전 현대해상, 본업 리스크는 어쩌나…정경선 능력 시험대 올라
  • 김상록
  • 승인 2024.03.21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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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해상화재 본사. 사진=연합뉴스

제4인터넷전문은행에 출사표를 던진 현대해상화재보험이 각종 리스크로 몸살을 겪고 있다. 사업 확장 이전에 본업에서 여러가지 잡음이 나오는 상황. 인터넷뱅크 진출을 정몽윤 현대해상 회장의 장남이자 오너 3세인 정경선 전무의 업적으로 삼고자 무리한 도전에 나서는 게 아닌지 우려스럽다.

■ 소송 패하고 휘말리고

현대해상은 지난 10일 4000만원대 보험금 반환 소송에서 패소했다.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현대해상이 A씨를 상대로 낸 구상금 청구 소송에서 원심의 원고일부승소 판결을 지난달 15일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군인으로 복무하던 2017년 6월 운전병이 운전하는 군용 구급차를 타고 이동하다 사고가 나는 바람에 경추 탈구 등 상해를 입었다.

A씨의 부친과 모친은 각각 삼성화재해상보험과 현대해상 자동차 종합보험계약에 가입한 상태였다. 자녀까지 무보험차상해를 보장하는 담보 특약에 따라 A씨도 이를 통해 보험금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런데 보험 담보 특약은 '손해에 대해 배상의무자가 있는 경우'에 보험금을 지급한다고 정해져 있다. A씨의 사고에는 배상의무자가 없었다. A씨가 군복무 훈련 중 다쳤기 때문에 국가배상을 받을 수 있어 보험금 지급 대상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이를 나중에 안 현대해상은 보험금 중 자신들이 분담한 4000만원을 돌려내라며 A씨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1심과 2심은 A씨가 4000만원을 돌려주라고 판결하며 현대해상의 손을 들어줬지만 대법원은 이를 뒤집었다.

대법원은 "보험금은 A 씨와 삼성화재 둘 간의 계약에 의한 것이고, 현대해상 몫이 포함된 걸 알았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A씨는 어디에든 보험금 전액을 청구할 수 있고 그 이후 정산은 두 보험사가 해결할 문제"라고 판단했다.

현대해상은 최근 중국에서 잇따른 소송에 휘말렸다. 19일 '더그루'에 따르면 현대해상 중국 합작법인 현대재산보험(중국)유한공사는 올해 들어서만 베이징, 성도, 하남, 요녕, 강소 지역에서 총 13건의 소송을 당했다. 개인보험 계약 분쟁과 자동차 교통사고 책임 분쟁이 주를 이뤘다.

현대해상은 지난 2020년 4월 중국 내 1위 차량 공유업체인 디디추싱과 중국 대표 정보기술(IT)·투자그룹인 레전드홀딩스와 손 잡고 합작법인을 설립했다. 기존 한국계 기업 영업 위주에서 벗어나 현지인들을 위한 보험 사업을 시작하며 외형을 확대한다는 차원이었으나, 개인보험 계약과 교통사고 책임과 관련 법적 분쟁이 늘어나며 중국 시장 내 영향력 확대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 민원 발생 가장 많은 보험사

지난해 손해보험사 중 현대해상의 연간 민원 발생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소비자연맹은 손해보험협회 공시자료를 전수조사해 분석한 결과, 지난해 손해보험사 전체 민원이 4만381건으로 전년(4만8477건)보다 16.7% 감소했다고 지난 7일 밝혔다.

보험사별로는 현대해상의 민원건수가 7243건으로 전체의 17.9%를 차지해 가장 많았고, 삼성화재(7021건), DB손해보험(6711건), KB손해보험(5965건), 메리츠화재(5472건) 등의 순이었다.

정경선 현대해상 CSO. 사진=현대해상

■ 실적도 위태

현대해상은 올해 성과급 규모를 지난해보다 낮췄다. 지난 13일 현대해상은 전년 대비 12%포인트 낮은 연봉의 18% 수준을 성과급으로 지급했다. 

현대해상이 성과급 규모를 줄인 배경에는 전년 대비 당기순이익이 줄어든 것과 금융당국의 성과급 자제 주문이 반영됐다. 현대해상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1조246억원으로 전년 대비 42.4% 감소했다. 당기순익은 8057억원으로 전년 대비 37.1% 감소했다. 5대 대형 손해보험사 가운데 지난해 순이익이 감소한 곳은 현대해상과 DB손해보험뿐이다. 

현대해상은 지난해 실적이 줄어든 이유를 독감 및 호흡기질환 증가 등으로 실손보험금 손해액이 크게 상승했으며 대형화재사고 및 고액사고 증가로 순익이 감소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형화재 사고 발생과 고액 사고 증가에 따른 재보험비용이 상승하면서 일반보험 보험 손익도 전년동기대비 18.3% 감소한 764억원에 그쳤다. 

■ 정경선 능력 발휘될까

현대해상은 국내 1호 개인신용 중금리 대출 핀테크 스타트업 '렌딧'을 필두로 △세금 환급 플랫폼 삼쩜삼을 운영하는 '자비스앤빌런즈' △외환 송금과 결제 스타트업 '트래블웰렛' △AI 헬스케어 서비스 '루닛' 등과 '유뱅크(U-Bank) 컨소시엄'을 꾸려 인터넷은행 출범을 준비하고 있다.

인터넷은행은 현대해상이 새로운 비즈니스 산업으로 키워나가기 위해 공을 들이는 분야다.

현재 언급되고 있는 제4인터넷은행 주주사 중 제도권 금융사로는 현대해상이 유일하다. 하지만 인터넷은행이 도입된지 5년이 지나며 기존 은행과 사업영역 면에서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 드러났고, 시장을 이미 포화상태로 보는 시각이 존재한다. 현대해상이 신사업 발굴보다 본업 경쟁력 회복에 집중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앞서 현대해상은 작년 12월 조직개편에서 미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임원직인 최고지속가능책임자(CSO)를 만들었고, 이 자리에 정 전무를 앉혔다. 정 전무는 입사 2개월 만에 CSO 자리에 오르며 디지털전략본부, 브랜드전략본부, 커뮤니케이션본부 등 3개 조직을 총괄하게 됐다. 다만, 그간 보험에서 경험을 쌓지 않은 정 전무가 능력을 입증하며 인터넷은행 사업으로 결실을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현대해상의 인터넷은행 진출 도전은 2015년, 2019년에 이어 세 번째다. 인터넷전문은행특례법에 따르면 인터넷은행은 250억원의 최소자본금을 마련해야 한다. 수익성이 과거보다 떨어진 여파로 인해 현대해상의 자본력에 대한 의구심이 적지 않은 것도 불안요소로 꼽힌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한국면세뉴스에 "현대해상 컨소시엄 등 신규사의 참여는 분명 관련 산업에 메기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다만 은행업의 특성상 리스크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한데 이런 부분을 담보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전했다.

또 "금융당국은 신규사가 기존 은행이나 인터넷뱅크와는 다른 차별성이나 긍정적 파급효과 여부 등을 고려할 것으로 보인다"며 "신청하려는 기업들의 면면을 보면 아직까지 눈에 띄는 점은 찾아보기 힘들다"고 했다. 

김상록 기자 kdf@kdf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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