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독립생활 박영은 대표 "주거 불안으로 꿈과 자기개발 접는 일 없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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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독립생활 박영은 대표 "주거 불안으로 꿈과 자기개발 접는 일 없어야"
  • 박주범
  • 승인 2023.06.15 17:41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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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생활 박영은 대표
독립생활 박영은 대표

알아보기가 엄청 쉬웠다. 

지난 8일 서울 마포 서울창업허브에서 고수플러스 박영은 대표를 만나기로 했다. 로비에 들어선 순간 박 대표를 금방 알아봤다. 그녀의 티셔츠 등판에 큼지막하게 써있는 '독립생활'. 

'쉽게 알아볼 수 있었다'는 기자에게 박 대표는 "저뿐만 아니라 독립생활 옷을 모든 직원들이 입고 다닌다"며 "홍보도 자연스레 되고 여러모로 좋다"고 자랑했다.

독립생활 직원들이 '독립생활'이라고 크게 쓰인 티셔츠를 입고 근무하고 있다. 사무실뿐만 아니라 출근과 퇴근길에도 입는다고 한다. 

독립생활은 고수플러스가 운영하는 '주거구독플랫폼'으로 한 달 단위로 거주지를 찾는 이들에게 고시원을 연결해주는 앱이다. 

Q. 사시는 곳은 어딘가요?
A. 없어요. 한 달마다 고시원을 옮기면서 살기 때문에 고정적인 잠자리는 없습니다.

박영은 대표는 등록 고시원이 500군데가 넘는데 매니저가 반나절 이상 머물러 본 후 앱에 등록한다며 "최소한 이 정도는 해야 고객이 안심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고수플러스는 당장의 수익보다 고시원 산업 이해관계자들과 상생할 수 있는 사업모델을 계속해서 고민한다며 "그러기 위해 고시원장님들과 긴밀하게 만나고 소통하면서 정책을 하나 하나 만들고 있다"고 전했다.

박 대표의 첫 직업은 안경사였다. 무려 15년 경력으로 지금도 서울 강남에 안경점을 운영하고 있다. 독립생활 아이디어는 박 대표가 충남 부여에서 서울로 올라온 것이 계기였다. 이사가 엄청 큰 스트레스였고, 본인과 같은 처지인 이들은 최소한의 짐만 갖고 이동하는 미니멀 라이프에 익숙했기에 '썩 괜찮은' 고시원을 연결해주는 플랫폼이라면 사업성이 있을 거라 판단했다.

현재는 예상 적중 중이다. 2020년 8월에 시작한 이래 올해 매출 목표가 무려 50억원이다. 가입자 5만 명에 누적 이용자 수는 3500여 명으로 해마다 모든 영업 수치들이 증가하고 있다. '전세계 주거를 연결하겠다'는 박 대표의 꿈이 황당하지만은 않았다.

"저는 이른바 시골 출신으로 도시 인프라를 누릴 수 있으면서 쾌적한 곳이면 정말 좋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어요. 하지만 요즘 MZ세대는 폭등하는 집값에 집을 아예 포기하는 등 거주 불안이 사회 문제화되고 있죠. 거주가 불안하면 꿈도 자기개발도 불가능해집니다. 무엇을 하든 어느 무엇보다 주거 안정이 최우선입니다"

고시원이라는 이미지는 그리 긍정적이지 않다. 화재에 취약하고, 노숙자가 되기 전 마지막으로 거쳐 가는 곳, 어둡고 칙칙하며 옆간 소음에 잠들기 쉽지 않은 곳, 보안이나 안전에 돈 쓰지 않는 그런 곳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Q. 주로 어떤 연령대가 이용하나요? 성별은 또 어떤가요?
A. 독립생활을 제일 많이 이용하는 고객은 '20대 여성'입니다. 이 앱에 있는 고시원들은 보안, 거주 환경, 편의시설, 안전 등을 보증합니다. 저희가 실제 살아보기도 했고요.

고시원 이미지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을 20대 여성이 가장 많이 이용한다는 점만 봐도 독립생활이 어떤 이미지의 플랫폼인지 감이 잡혔다. 실제로 회원 중 여성이 60%이고, 연령별로는 20대와 30대가 80%를 차지하고 있다.

독립생활 앱. (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건물 전체 투시도를 3D로 볼 수 있으며 점차 확대할수록 방, 복도 등을 쉽게 볼 수 있다. 일정 수준으로 확대하면 그래픽이 아닌 실물을 3D로 볼 수 있는 화면으로 전환되기 때문에 고시원에 가지 않아도 꼼꼼하게 체크할 수 있다. 

앱을 보면 고시원 전체 호실과 공동시설 등을 3D로 자세히 볼 수 있다.

"등록할 고시원을 80cm 간격으로 9개의 렌즈를 가진 3D 촬영카메라로 찍습니다. 건물 전체를 담는데에는 대략 반나절 정도 걸립니다. 이때 중요한 점은 촬영하는 동안 맡았던 냄새, 소음, 환기 등 직접 느낀 점을 가감 없이 보여줍니다. 고시원 사장님에게는 개선할 점을 권고하기도 하죠. 매월 임차인이 바뀌면 청소비 등 비용이 많이 들어가고 품도 드니 이런저런 것을 바꾸는 편이 결과적으로 이익이라고 설득하는 식입니다"

Q. 회사의 수익원에는 어떤 항목들이 있나요?
A. 가장 큰 수익원은 고시원 중개수수료입니다. 그리고 직영으로 운영하는 매출과 광고 수익이 있습니다.

독립생활은 직영 고시원도 운영하고 있다. 기존 고시원의 공실들을 대리 운영하거나 아예 건물 전체를 통으로 운영하는 방식이다. 최근 직영 고시원인 '엘레지던스 x 독립생활' 78개 호실을 개시 2개월만에 모두 공급한 적도 있다.

"고객들에게 다양한 형태와 조건의 고시원을 제공하기 위해 점차 직영 비중을 늘릴 계획입니다만 서두르지는 않을 겁니다. 우선 기존 고시원들의 중개를 튼실히 해 이 시장 자체를 더욱 활성화시키는 것이 목표입니다. 하루라도 더 빨리 모든 1~2인 가구들의 주거가 안정적으로 변하길 바라고요"

어디 가서 '한달살기'를 하고플 때 독립생활이 추천하는 고시원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덧붙이는 말: 박영은 대표는 구독자 3100여명의 '방소녀'(방을 소개하는 여자)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고시원이나 원룸 수요가 많은 곳들을 찾아 실제 방을 소개하는 채널이다. 수돗물도 틀어보고, 복도 인테리어는 불연성 재질인지 확인하고, 침대에 누워 스프링도 체크한다.

유튜브 '방소녀' 채널. 박영은 대표가 한 원룸의 침대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눕고 있다.

박주범 기자 kdf@kdf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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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희 2023-06-16 09:58:06
실물3D 되게 좋아보이네요. 직접가도 확인못할 정보도 얻을 수 있겠네요

전정미 2023-06-15 22:48:35
주거문제가 나날이 심해져만 가는 시대에서 훌륭하시네요. 고시원의 인식을 바꿔나간다는 점에서도 흥미롭고요ㅎㅎ오올

강시민 2023-06-15 22:27:00
고시원도 디지털환경이 되는군요. 고시원 편견이 있는데 많이 바뀌어 가는군요.

김두수 2023-06-15 22:17:24
유익한 기사 잘 읽었어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