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업계, 분쟁∙신설∙표절∙도용 등 각종 이슈로 '시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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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바이오업계, 분쟁∙신설∙표절∙도용 등 각종 이슈로 '시끌'
  • 박성재
  • 승인 2024.03.22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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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바이오 업계들이 경영권을 놓고 표 대결을 예고하거나 회장직을 신설하는 등 표절 광고, 균주 도용 등 각종 이슈로 시끄럽다.

이번 주총 시즌에 관심이 쏠리는 기업은 한미약품그룹의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다. 이번에 개최하는 한미사이언스 정기주총에서는 한미사이언스와 OCI 홀딩스의 통합을 앞두고 표 대결이 이뤄진다.

한미약품그룹은 모녀인 어머니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과 장녀 임주현 한미약품 사장이 형제인 장남 임종윤 한미약품 사징과 차남 임종훈 한미정밀화학 대표와 경영권을 두고 분쟁 중이다.

이번 주주총회는 오는 28일 경기 화성시 라비돌호텔에서 진행된다. 이에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은 주총 장소가 올해부터 경기도 팔탄 근처에서 열리는 점에 의문을 제기했다. 

임 사장은 "한미약품과 한미사이언스는 2003년 이후 송파구 한미타워에서 주주총회를 진행했다"며 "상장 이후 최조로 서울에서 2시간 이상 소요되는 법인소재지 근처 외부 시설에서 개최하는지 저의가 궁금하다"고 말했다.

이어 "굳이 팔탄 공장 부근으로 주총 장소를 옮긴다 할지라도 외부 손님도 자주 왕래하는 팔탄 스마트 플랜트 건물 식당 활용 등도 가능한데 낯선 제3의 장소를 기획하게 된 배경이 의문스럽다"고 덧붙였다.

한미약품그룹은 "그동안 당사는 특별한 경영상황 관련한 이슈가 없었으므로 주주들에 편의를 드리고자 본점 소재지가 아닌 서울 송파구 본사에서 주주총회를 진행해 왔다"고 했다.

이어 "하지만 이번 주총은 표 대결이 예정돼 있으므로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며 "상법 제364조에서는 '주주총회는 정관에 다른 정함이 없으면 본점 소재지 또는 이에 인접한 지에 소집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으며 한미사이언스 정관에도 '주주총회는 본점 소재지 또는 그 인접지역에서 개최한다'고 규정돼 있다. 법과 정관에 보다 부합한 명확한 절차를 위해 주총 장소가 결정됐다"고 말했다.

유한양행은 지난 15일 정기주주총회에서 회장∙부회장 직위 신설 안건을 통과시켰다. 28년 만에 회장∙부회장 직제가 부활한 것이다. 

유한양행은 이날 오전 서울 동작구 본사에서 '제101기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제2호 안건으로 회장·부회장 직위 신설 등을 포함한 정관 변경 안을 의결했다.

주주총회에서는 조욱제 유한양행 대표이사 사장, 이정희 유한양행 이사회 의장, 김열홍 유한양행 R&D(연구개발) 사장, 신영재 법무법인 린 파트너 변호사, 김준철 다산회계법인 회계사 등 5명의 이사 선임 등 안건이 통과됐다.

조 대표는 의안 통과 전에 "제약 산업에서 살아남으려면 혁신 신약을 개발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연구개발(R&D) 분야에서 많은 인재가 필요하다"며 "신설에 다른 사심이나 목적이 있지 않음을 명예를 걸고 말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정관 개정에 반대하는 직원들은 이정희 이사회 의장이 회장직에 앉기 위해 직제를 신설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 지난 11일부터 15일까지 유한양행 본사 앞에는 회장∙부회장 직위 신설을 반대하는 트럭 시위가 벌어졌다. 

이정희 의장은 2015년 21대 유한양행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된 뒤 6년간 유한양행을 이끌어왔다. 대표이사에서 물러난 뒤에도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되면서 대표이사 사장 당시 맡고 있던 이사회 의장직을 유지했다. 이번 주총에서도 기타비상무이사로 재선임되면서 12년간 이사회에 머무르게 됐다. 

유한양행의 역대 회장은 창업주인 고(故) 유일한 박사와 측근인 연만희 고문 2명뿐이었다. 연 고문이 회장에서 물러난 1996년 이후 회장직에 오른 이는 없었다. 미국에 거주하고 있는 유일한 창업주의 손녀이자 하나뿐인 직계 후손, 유일링 유한학원 이사도 주총에 참석했다. 

유 이사는 "할아버지의 정신이 제일 중요하다"며 "회장직 신설은 '기업은 사회와 직원의 것'이라고 했던 할아버지 유지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이같은 임직원과 창업주 손녀의 반대에도 해당 안건은 이번 주총에서 출석주 가운데 상당히 높은 95%가 찬성하며 원안이 가결됐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반대하는 분들의 목소리를) 잘 알고 있다"면서도 "주총에 참석한 분들의 95% 찬성으로 통과가 됐고, 조욱제 대표도 절대 그런 우려(사유화)가 없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고 말했다.

이어 "회장직위를 신설했다고 해서 선임절차에 들어가는 건 전혀 없다. 정관개정이 안건이었고, 유연성을 가질 수 있도록 정관 자체를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사유화 우려는 가능하지도 않고 말이 될 수 없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기업 사유화 논란의 중심에 선 이정희 이사회 의장은 회장직이 생겨도 오를 생각은 없다며 주총장을 빠져 나갔다.

한편 광고대행사 애드리치는 신신제약을 상대로 저작권 침해와 표절 의혹을 제기했다. 자사가 제작해 2021년부터 현재까지 방영 중인 제일헬스사이언스의 케펜텍 광고와 최근 신신파스의 아렉스 광고 후반부가 매우 유사하다고 주장했다.

케펜텍 광고는 '통증엔 Tech 하세요'라는 메시지와 함께 배우 지진희가 기술력을 소개하는 프리젠터 기법으로 구성됐다. 아렉스 광고 역시 같은 장소에서 동일한 기법으로 촬영됐다는 것이다. 

애드리치는 "두 광고 모두 '파스'라는 같은 품목을 다루는 상황에서 동일한 형식과 유사한 연출 기법, 전체적인 톤앤매너까지 겹치는 것은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일"이라며 명백히 저작권을 침해했다는 주장이다. 

신신제약은 "광고 전체 시간인 15초 중 해당 장소가 노출되는 시간은 약 4초로 영상 비중의 약 26%에 불과하며, 배경이 새롭게 창조된 세트도 아니다"라며 "이런 점들을 고려했을 때 케펜텍이 해당 장소를 독점적으로 쓸 수 있는 어떠한 권리는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말했다.

휴젤과 메디톡스는 보툴리눔 톡신 균주 절도 여부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ITC 소송은 오는 6월 예비 판결과 10월 최종 판결이 예정돼 있다.

메디톡스는 지난 2022년 3월 휴젤이 자사의 보툴리눔 톡신 공정∙균주를 도용했다며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휴젤은 사실무근이라며 맞서고 있다.

지난 1월 메디톡스가 소송 간소화 등을 이유로 균주 관련 영업비밀에 이어 제조공정까지 본안에서 철회했다. 남은 핵심 쟁점은 휴젤의 '균주 절도' 여부다.

메디톡스는 유전자 분석 결과, 양사의 균주에는 차이가 있음을 인정했다. 휴젤 균주는 메디톡스 균주에서 발견되지 않는 자체 돌연변이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메디톡스는 이것이 휴젤이 메디톡스 균주를 도용하지 않았다는 증거는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휴젤이 균주를 도용한 이후 휴젤 균주에 돌연변이가 발생했거나, 휴젤의 균주가 가상의 메디톡스 선행 균주로부터 유래됐을 수 있다는 것이다.

휴젤은 보톡스 균주를 부패한 통조림에서 발견했다고 주장해왔다. 지난해 10월 휴젤은 균주가 통조림에서 발견될 수 있었던 경위 중 하나로 실험실에서 누출된 균주가 자연에 방생된 사례를 제시했다. 메디톡스는 "보툴리눔 톡신 균은 인간에게 아주 치명적으로 누출됐다면 기록이 있어야 하지만 기록이 없다"며 "누출됐다 해도 보톡스 균이 자연에서 생존할 확률은 희박하다"고 말했다. 

반면 휴젤은 "실험실에서 병원균이 누출되는 사례는 많다"며 "양사의 유전자 분석 결과가 다른 것은 휴젤이 메디톡스 균주를 도용하지 않은 것을 증명한다"고 말했다. 

ITC는 문제가 된 상품 수입을 금지하거나 특정 불공정 행위를 중단하라는 명령을 내릴 수 있다. 

박성재 기자 kdf@kdf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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