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 '가야본성-칼과 현'…'임나일본부說' 빌미 제공해 충격, 日 전시도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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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 '가야본성-칼과 현'…'임나일본부說' 빌미 제공해 충격, 日 전시도 추진
  • 박홍규
  • 승인 2020.02.04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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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서기'에 야마토왜가 지배하는 땅으로 나오는 '기문(己汶)'을 전남 남원에, '대사(帶沙)'를 순천에 표기, 거짓 기록을 그대로 수용<br>
'일본서기'에 야마토왜가 지배하는 땅으로 나오는 '기문(己汶)'을 전남 남원에, '대사(帶沙)'를 순천에 그대로 수용한 전시물

'No Japan'의 열기가 여전한 가운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지난해 12월 3일부터 열리고 있는 '가야특별전시회'에서 일본의 일부 극우 사학자가 주장하는 '임나일본부說'을 두둔하는 듯한 내용이 전시돼 따가운 질타를 받고 있다.

특히 국민의 혈세로 운영되는 국립 박물관에서 이런 전시가 진행돼 일본의 극우 세력들에게 빌미를 제공할 가능성 등으로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전망이다.  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여파로 1월 30일부터 전시해설을 잠정 중단여서 이후의 전시 진행에도 관심이 쏠리게 됐다. 

또 이미 '임나일본부說 옹호하는 국립중앙박물관 가야전시 당장 중단하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1월부터 올라 있는 상태다. 관련된 국민청원에서는 "이번 가야유물 전시는 지도의 지명과 연대표 설명, 유물 배치 등이 일본의 한반도(한국) 침략이론인 '임나일본부說'을 옹호하거나 빌미를 제공하고 있다”며 전시회 전면 폐기는 물론 책임자 문책 등을 강력히 촉구하고 있다. 

인터넷신문 '미디어 시시비비' 4일 자 ''임나일본부說 선전장'…국립중앙박물관 '가야 특별전' 즉각 중단해야'에 따르면 서울 용산구의 국립중앙박물관은 기획전시실에서 지난해 12월3일부터 오는 3월1일까지 가야유물 2600여 점을 모아서 '가야본성-칼과 현'이라는 주제로 특별 전시회를 진행 중이다. (최근 코로나 바이러스 여파로 잠정 중단).

지난 1991년 '신비한 고대왕국 가야' 기획전을 한국과 일본에서 순회 전시해 당시 한일 양국 학계는 물론 일본의 관객들에게 가야문화를 재조명했다는 호평을 받았기 때문에, 28여 년 만에 다시 마련된 이번 전시회는 학계는 물론 범국민적 관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야심 차게 개최된 이번 가야 전시회는 초반부터 곳곳에서 잡음이 쏟아지면서 "가야사 재조명이라는 당초 취지를 벗어난 수준 이하의 전시"라는 혹평과 함께 "그동안의 가야사 연구성과에 오히려 혼란과 갈등만 부추겼다"는 비판에 직면한 상태다.

특히 일본의 '임나일본부설'에 동조하거나 빌미를 제공하는 등 심각하게 역사를 왜곡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집중 제기됐다.

일본교과서에 실린 가야 지도. 이미지 출처= 오마이뉴스<br>
일본교과서에 실린 가야 지도. 이미지 출처= 오마이뉴스

'임나일본부설(任那日本府說)'은 '4세기~6세기에 왜국(야마토왜)이 한반도 남부의 가야지역에 통치기구를 세워 한반도 남부 지방을 다스렸다'는 주장이다. 일본은 메이지유신 이후 조선 침략의 구실을 마련하기 위해 일본군 참모본부의 주도하에 '한반도는 과거 일본의 영토였다'는 이론을 내세워 고토 회복의 열풍이 일본 전역을 휩쓸도록 했고, 당시 일본이 한반도 침탈의 근거로 삼고 있다.

현재 한일 역사학계에서는 "'임나일본부'는 없었다"고 잠정 결론을 내린 상태지만, 일부 극우 사학자들은 임나일본부라는 단어만 언급하지 않을 뿐 "임나는 한반도 남부 땅에 있었다, 임나는 가야다"라는 프레임을 그대로 밀어붙이고 있는 형국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이번 가야 특별전에서 '임나일본부'의 문헌적 근거로 삼고 있는 '일본서기'의 '임나 관련 사건 기록 속 지명'들을 그대로 한반도 남부의 가야 지도에 옮겨 놓았고, 가야의 역사 연대표에도 일본서기의 거짓 기록을 그대로 포함시켰다. 침략적 야망을 부채질하기 위해 일부 내용이 왜곡 날조된 것으로 의심받는 '일본서기'에 기록된 '임나의 시간과 공간' 설정을 그대로 구체화시킨 것이다. 

구체적으로 박물관에 전시된 지도에는 '일본서기'에 야마토왜가 지배하는 땅으로 나오는 '기문(己汶)'을 전라남도 남원에, '대사(帶沙)'를 전라남도 순천에 표시해 이 지역을 고대 야마토왜가 지배했다고 인정하고 있다.

'일본서기'에는 야마토 왜왕에게 백제 임금이‘신이 엎드려 원하건대 기문 땅을 하늘의 은혜로 돌려주십시오’라고 빌자 야마토 왜왕이 기문과 대사를 백제에게 하사했다고 구절이 적혀있다. 그런데 국립박물관의 전시물에 이 허황된 내용이 그대로 지도로 그려져 있는 것이다. 

또한 야마토왜가 백제에게 하사했다는 이른바 임나 4현의 '상타리'를 전라도 여수에, '사타'를 순천 부근에 그려놓아서 이들 지역이 고대 야마토왜의 식민지였던 것처럼 그려놓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에 게시된 가야 연대표에는 '513년 가라국, 백제로부터 기문지역 반환을 요청받음'이라고 적고 있다. 아울러 괄호에 ‘(서기)’라고 적어놨는데 이는‘일본서기’를 뜻한다. '일본'이라는 나라 이름은 빼버리고 ‘서기’란 기록만 남겨놓음으로써 관람객들에 혼란을 배가시켰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어 또 다른 전시물에서는 "김수로왕과 허황옥의 가야 건국은 신화이자 상상이며 허구다" "초기에 변한 12국이 있었다. 3-4세기에 이르러 변한은 가야로 성장한다" "요약하면 4세기에서 6세기 한반도 남부의 가야는 임나" "남해안 일대 연안 항로의 요충지를 따라서 왜와 관련되는 유적과 유물이 발견되고 있고…"라는 내용의 설명문에도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관람객들에게 ‘임나일본부설’을 역사적 사실로 착각을 일으키게
만드는, 전시장 곳곳의 왜계(倭係) 유물들(위)과 가야유물들(아래). 

게다가 전시회 개최한지 일주일 가량이 지난 후 '일본 사학계를 추종한다'는 비판을 받아온 한국 일부 사학자들이 일부 언론을 통해 '가야 '건국신화'를 '역사시대'처럼 전시했다'며 박물관에 유물과 설명교체 압력을 넣자, 박물관은 전시 도중에 일부 유물을 구석진 곳으로 옮기고 '관람 주의사항'을 따로 붙이는 등 이례적인 일들이 발생하기도 했다.

특히 가야 건국 쪽 파사석탑 전시공간에서 다음 공간으로 넘어가는 바닥에 '신화에서 역사로'라는 안내문를 크게 새겨놓고 "여기까지는 신화였습니다. 다음은 역사공간으로 들어가겠습니다"라고 안내함으로써 관람객들에게 '가야 건국은 물론 김수로왕과 허왕후와의 결혼 등이 모두 신화이며 허구, 상상'이라는 인식을 굳혀놓기도 했다. 

'김해 김씨'의 시조인 김수로왕을 그냥 '수로'라고 표기한 안내 책자.<br>
'김해 김씨'의 시조인 김수로왕을 그냥 '수로'라고 표기한 안내 책자.

또 박물관은 전시장 내 설명문은 물론 전시회 안내책자 등에 김수로왕을 그냥 '수로'(首露)라고 표기해, 김해(金海) 김씨의 시조(始祖)를 아예 삭제시키는 만행(?)까지 저지른 상태다. 

전시회를 찾은 한 시민은“관람하는 동안 은연 중에 '임나일본부'는 왜(倭)가 고대에 한반도 남부를 지배했고, 한반도 북부는 한사군이라는 중국 한나라 식민지가 있었다는 일본 식민주의 논리에 세뇌당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며 “대한민국의 중앙박물관에서 이런 전시가 열리다는게 믿어지지 않는다”고 질타했다.

또 '겨레얼살리기 국민운동본부'의 이찬구 박사는 "지금 아베 정권은 한국과 치열한 역사전쟁을 펼치면서 '독도는 일본 땅'이라는 주장 위에 '고대 한반도가 야마토왜의 영토였다'는 임나일본부설을 주입해 미래의 영토전쟁을 위한 역사적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일본 역사 교과서의 절반 이상이 임나일본부설을 기록하고 있는 것이 이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명백한 증거”라면서 “이 같은 시대적 흐름을 간과하고 자칫 ‘임나일본부설’의 빌미가 될 수 있는 국립중앙박물관의 가야 전시회는 지금 당장 중단하는 것이 마땅하고 박물관장은 이에 대해 즉각 해명하고 국민들 앞에 용서를 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박사는 또 “문재인 정권이 지난 2017년 6월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 가야사 연구와 복원을 100대 국정과제에 포함시킨 이후 지방자치단체들은 가야사 복원 관련 예산을 신청하고 발굴 성과도 잇따랐다. 그런데 이런 일이 벌어져 어처구나가 없다"고 개탄했다.

한편 국립중앙박물관은 1월 30일부터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여파로 전시해설을 잠정 중단한 상태다. 당초 오는 3월 초 서울 전시가 끝난 다음에 부산 전시를 거쳐 일본 지바현 국립역사민속박물관, 후쿠오카현 규슈국립박물관 등으로 순회 전시회를 가질 계획이었다. 따라서 이후 박물관 전시 계획에 한국은 물론 일본 극우 세력들에게도 관심을 끌 전망이다. 

사진 / 국립중앙박물관, 시시비비 

박홍규 기자 kdf@kdf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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