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강조하는 농협, 지역농협 내 괴롭힘 사건부터 돌아봐야 [KDF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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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강조하는 농협, 지역농협 내 괴롭힘 사건부터 돌아봐야 [KDF 시선]
  • 김상록
  • 승인 2023.04.17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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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이 2023년 기업활동의 비재무적 지표인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강화하기 위한 행보에 나서고 있다. 탄소절감, 사회공헌, 봉사 등의 키워드를 내세워 이미지 포장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직원이 괴롭힘을 호소하며 극단적인 선택을 한 '장수농협' 사건이 공론화되면서 정작 기업 내 근로 문화 개선에는 소홀하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앞서 고용노동부는 16일 "전북 장수농협에 대해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한 결과 스스로 목숨을 끊은 A(32) 씨에 대해 다수 상급자의 직장 내 괴롭힘이 있었으며, A 씨가 신고 이후 불리한 처우를 받았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A 씨는 지난 1월 12일 해당 농협 간부 B 씨 등 2명으로부터 지속적으로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는 유서를 남기고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고용부에 따르면 다른 부서로 발령받은 A 씨는 내부 전산망이 접속되지 않는 컴퓨터를 배정받고, 직무에서도 배제됐다. 

사측이 선임한 공인노무사는 지인인 가해자 편을 들어 조사 과정에서 알게 된 비밀을 누설하고, 편향적인 조사를 통해 "직장 내 괴롭힘이 아니다"라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장수농협은 또 4억원 이상의 임금 체불, 연장근로 한도 293차례 위반 등 다수의 법 위반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고용부 전주지청은 이중 6건은 형사입건하고 총 67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또 괴롭힘 행위자 4명에 대해서는 사측에 징계를 요구하고 그 결과를 제출하도록 했다.

농협은 올해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기획해 실행 중이다. 올해 1월 '새해맞이 나눔활동'으로 사랑의 떡국, 우리농산물 나눔, 방한용품 지원 등 지역사회 소외계층을 지원했다.

2월에는 지진 피해로 어려움을 겪는 튀르키예 농업인들을 위해 현지 협동조합을 통해 긴급 구호금 40만달러를 전달하며 '협동조합 간 협동'을 실천했다. 대한한적십자사와 협력해 월 1회 중앙본부 헌혈의 날을 지정, 정기적으로 헌혈도 실시하고 있다.

또 농협은 갑작스러운 산불로 피해를 입은 강원, 충남, 전남 등 지역 농업인들의 빠른 일상회복이 가능하도록 지역 농축협을 통해 무이자 재해지원자금 400억원을 지원한다고 16일 밝혔다.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은 "앞으로도 농협은 나눔과 상생활동을 지속적으로 전개하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이행하는데 앞장서 지역사회와 함께 동반성장하는 100년 농협을 만들어 가겠다"며 "'기부와 봉사'가 농협의 기업문화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회사 차원에서 적극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ESG의 한 부분인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겠다는 농협의 의도 자체는 좋다. 다만, ESG 강조가 보여주기식 메아리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기업 문화를 깨끗하게 만드려는 작업도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 100번 잘 하다가 1번의 실수로 공들여 쌓은 것이 무너질 수 있다.

한국면세뉴스는 직장 내 괴롭힘 사건에 대한 농협 중앙회 측 입장을 듣고자 문자, 전화를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농협 측은 "지역 농협이고 은행은 상관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

김상록 기자 kdf@kdf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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