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림표는 많은데…SKT 'AI 피라미드', 무엇을 먹어야 할까요 [KDF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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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림표는 많은데…SKT 'AI 피라미드', 무엇을 먹어야 할까요 [KDF 현장]
  • 김상록
  • 승인 2023.09.26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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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T 유영상 대표

국내 빅3 통신사 중 하나인 SK텔레콤(이하 SKT)이 '글로벌 AI 컴퍼니'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자사의 강점 분야인 전화, 통신 서비스를 기반에 둔 AI서비스 상용화 및 관련 사업을 추진하며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예정이다. 자체 경쟁력 강화와 전방위 협력이라는 '투 트랙 전략'을 필두로 한 여러가지 사업 전략을 선보였으나 단숨에 눈길을 끌만한 혁신적인 모델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SKT는 26일 오전 10시 서울 중구 을지로 SKT타워 수펙스홀에서 SKT AI 사업전략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유영상 SKT 사장은 40여분이 넘는 시간 동안 홀로 사업 전략 발표를 진행하며 의욕적인 모습을 보였다.

유 사장은 본인이 직접 이름을 지었다는 'AI 피라미드 전략'을 통해 사업 추진 계획을 설명했다. 'AI 피라미드 전략'은 SKT의 AI 기술을 고도화하고 AI 서비스를 만들어 고객과 관계를 밀접하게 만드는 '자강(自强) 스스로 힘써 몸과 마음을 가다듬음)'과 AI 얼라이언스 중심의 '협력 모델'을 피라미드 형태의 단계별로 묶어낸 전략이다.

SKT는 이같은 전략에 대해 새로운 산업 혁신을 만들어 줄 주체이면서 SKT의 지향점인 글로벌 AI 컴퍼니까지 실현 시켜 줄 열쇠라고 강조했다.

'AI 피라미드 전략'을 요약하면 데이터센터, 칩셋 등 AI 기술(1층 AI 인프라)을 바탕으로 모바일, 브로드밴드, 엔터프라이즈 등에 AI를 접목(2층 AIX)해 변화를 추진하며 '나만의 개인비서'(3층 AI 서비스) 출시를 통해 AI 서비스 시장을 선점해 나가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탄탄한 인프라 구축은 물론이고 AI를 결합한 다양한 사업, AI 인공지능 서비스까지 AI와 관련된 모든 것들을 방대하게 섭렵하겠다는 계획으로 비춰진다.

SKT 김용훈 AI서비스사업부장

SKT는 자사의 AI 기술 브랜드를 '에이닷엑스(A.X)'라고 확정하고 초거대언어모델(LLM, Large language model) 이름은 '에이닷엑스(A.X) LLM'으로 정했다. 아울러 한국어 LLM 서비스 '에이닷'을 1년여 만에 정식 출시한다고 발표했다.

에이닷의 핵심 서비스는 전화와 관련된 기술이다. 특히 양방향 통역 서비스가 인상적이었는데, 통화 시 어떤 내용을 한국어로 말하면 이를 영어로 번역해 전달하는 기능이다. 또 통화 내역을 바탕으로 전화할 사람을 추천해주고, 이전에 나눴던 통화 내역을 1~2줄로 요약해서 보여주기 때문에 업무 관련 통화가 많은 이들에게는 유용한 기능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간 아이폰에서 쓸 수 없었던 통화 녹음 기능도 에이닷에서는 사용이 가능해진다. SKT 김용훈 AI서비스 사업부장은 "아직 출시 전이라서 말하긴 그렇지만 수신과 발신을 포함해서 아이폰에서 통화녹음이 가능할 것이라 말할 수 있다"고 했다.

이외에도 에이닷의 음악 추천 서비스, 수면 패턴을 분석하고 관리해주는 서비스 등을 소개했으나 이는 기존에 나온 AI 서비스와 큰 차별점은 없어 보였다.

SKT는 이번 기자 간담회를 2시간 넘게 진행했다. 유 사장의 1차 프레젠테이션을 시작으로 사업부 임원, 기술 개발 담당자 등 4명이 추가 발표에 나섰다. 기자 Q&A까지 마무리되자 시계 바늘은 낮 12시를 지나고 있었다.

보여주고 싶은게 많았던듯 SKT는 여러가지 전략 발표에 공을 들였다. Q&A 순서에서도 유 사장을 비롯해 9명의 관계자가 나오는 이례적인 순간을 연출했다.

기자는 간담회 종료 후 '그래서 SKT가 궁극적으로 하려는 AI서비스, 목표가 도대체 무엇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공격적인 투자와 자체 기술 개발, 협력 모델을 구축해 AI 시장에 도전하는 모습인데, 다소 산만한 인상을 남겼다.

‘SKT AI 사업전략 기자간담회’에서 Q&A를 진행하는 모습. 왼쪽부터 류수정 사피온 대표, SKB 최성균 DC CO담당, SKT 김지원 대화 담당, SKT 정석근 글로벌/AITech 사업부장, SKT 유영상 사장(가운데), SKT 김용훈 AI서비스사업부장, SKT 김경덕 엔터프라이즈 CIC장, SKT 한명진 최고전략책임자, SKT 하민용 최고사업개발책임자.

'챗GPT'가 AI서비스의 상징처럼 굳어지는 상황 속에서 에이닷이 SKT만의 특화된 AI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을지, 글로벌 시장에서 에이닷의 이름을 명확하게 새길 수 있을지 의문이다. 

유 사장은 '구글, MS, 아마존의 LLM 대비 에이닷엑스의 경쟁력'을 묻는 질문에 "처음에는 그들과 경쟁해서 이기려고 했다. 맞짱을 떠 보려고 투자도 많이 하고 사람도 고용하고 그랬다"며 "근데 챗GPT가 나오고 그 자본 규모를 보니 맞짱으로는 안 되겠다 생각하고 전략을 수정했다. 그들과 제휴를 하고 우리만의 좁고 깊게 파는 버티컬 전략으로 수정했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 회사의 모든 리소스를 쓰고도 성공을 보장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이어 "현 에이닷엑스는 오픈AI나 앤트로픽과 단순히 경쟁하지 않는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면서 "다만, 언젠가 우리가 돈을 많이 벌고 기술이 쌓이면, 한번쯤은 메이저리그에 구단주로 진출하고 싶은 욕망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간담회가 끝나고 가진 점심 식사 자리에서 SKT 관계자는 "유영상 대표님은 AI에 진심"이라고 전했다. 당일 오전까지 간담회 프레젠테이션을 수정했다고 하는데, 성공적인 발표를 위해 애를 쓴 것으로 보인다. 

유 사장의 진심과 열정이 어떤 결과를 만들어낼지 주목된다. 다만, 이제 초기 단계인 만큼 SKT의 AI 서비스에는 느낌표보다 물음표가 더 많이 떠오른다.

사진=SK텔레콤 제공

김상록 기자 kdf@kdf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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