줘도 욕먹고 안주면 더 욕먹는 성과급…딜레마 빠진 기업들
상태바
줘도 욕먹고 안주면 더 욕먹는 성과급…딜레마 빠진 기업들
  • 김상록
  • 승인 2023.02.22 15: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기업들이 성과급 딜레마에 빠졌다. 최근 파격적인 성과급을 지급하는 기업이 늘어나는 가운데, 직원들 사이에서는 타 기업 및 다른 직원들간의 성과급 규모를 비교하면서 '왜 나는 이것밖에 못 받나'라는 식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다소 적은 금액의 성과급을 지급하면 직원들의 반발만 사게 되고, 그렇다고 해서 아예 지급을 하지 않을 수도 없는 상황에 놓였다.

앞서 2022년 사상 최대 실적을 낸 CJ올리브영은 파격적인 성과급 잔치를 벌였다. 직무에 따라 차등 지급한 결과 본사 소속 상품기획(MD) 직군은 연봉의 최대 160%에 달하는 성과급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MD 직군을 제외한 다른 사업부의 성과급 지급 규모는 연봉의 20~40% 수준으로 전해졌다. 이후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동기가 1월에 성과급으로 8000만원 받았다'는 글이 돌면서 부서와 직군에 따라 다른 성과급 격차로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글들이 올라오기도 했다.

LG생활건강은 지난 1일 성과급 설명회를 진행하고 기본급의 100% 지급을 통보했다. 지난해 매출, 영업이익이 모두 감소한 데 따른 영향이다. 이후 LG생활건강 회사 게시판에는 '직원들의 노력은 성과급과 상관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경영 성과급은 자발적으로 반납할 테니 회사 입금 계좌를 알려 달라'는 글이 올라오는 등 일부 직원들의 반발이 이어졌다.

네이버는 성과급을 전년 대비 20% 이상 축소하기로 결정한 뒤, 반발이 거세지자 최수연 대표와 김남선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수습에 나섰다. 실적 발표 이후 임직원 소통 행사인 '컴패니언 데이'를 열고 성과급 축소 배경을 설명한 것이다.

이 자리에서 김 CFO가 구글 등 글로벌 빅테크의 생산성 지표를 비교하며 네이버의 직원 1인당 순이익이 현저히 떨어진다며 위기의식을 강조했는데, 오히려 이같은 발언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에 김 CFO는 "의도와 다르게 메시지가 전달됐다. 경영 지표는 네이버 직원 여러분의 잘못이나 책임이 절대 아니고 경영진의 책임"이라며 사과했다.

성과급 규모를 둘러싼 갈등은 좀처럼 사그라들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정유업계 '맏형'으로 꼽히는 SK이노베이션은 지난 20일 기본급의 최대 800%를 성과급으로 책정하기로 했으나, 이에 만족하지 못한 노조는 "실적은 늘고 성과급은 800%로 오히려 작아졌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회사의 일방적인 성과급제도 변경과 규모에 대해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며 "이 시간 부로 노조가 할 수 있는 투쟁을 하나씩 전개해 나갈 것을 (사측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회사는 SK온이나 이익이 감소한 SK지오센트릭 등 계열사의 이익을 모두 고려해 성과급 규모를 책정했다며 노조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성과급 책정은 회사 고유의 권한"이라며 "재협상 여부는 아직 확정된 바 없다"고 했다.

이외에도 삼성, 신세계 등 주요 대기업 또한 성과급에 불만을 토로하는 직원들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신세계는 전 임직원에게 400만원의 특별 격려금을 지급했는데 2022년 올린 성과에 비해 보상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삼성은 사업부 간 성과급 격차에 따른 불만이 적잖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상록 기자 kdf@kdfnews.com


관련기사
더보기+

주요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