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들로 우주를 느끼게 하는 '한 점 하늘 김환기' 展, 호암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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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들로 우주를 느끼게 하는 '한 점 하늘 김환기' 展, 호암미술관
  • 이수빈
  • 승인 2023.06.11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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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문화재단 호암미술관이 1년여 기간의 리노베이션을 마치고 한국현대미술의 선구자 수화 김환기의 회고전 '한 점 하늘 김환기'전을 개최한다. 지난 5월 18일부터 시작된 김환기 회고전은 입소문을 타고 많은 관람객을 호암미술관으로 결집시키고 있다.

이 전시는 여느 미술관에서 본 김환기 전시보다 특별한 이유가 있다. 수화 김환기의 작품을 유학 시기부터 1974년 말년까지의 작품을 전시, 근 40년간의 작가가 추구하는 작품세계의 변화를 한 장소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점 하늘_김환기' 전시회 ©(재)환기재단·환기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된 이건희 컬렉션 중 일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전시됐던 이건희 특별전 '어느 수집가의 초대' 전에서 일부 공개된 그의  작품에 대한 아쉬운 부분을 '한 점 하늘 김환기' 전시에서는 김환기 화업 업력 40년에 걸친 막대한 양의 작품들을 맘껏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이다.

또 김환기 작품을 눈으로도 감상하고 또, 자유롭게 촬영해 그의 작품을 원하는 대로 즐길 수 있다는 점도 이번 전시가 특별한 이유다.

©(재)환기재단·환기미술관
'한 점 하늘_김환기' 전시회 ©(재)환기재단·환기미술관

김환기 전시하면 아무래도 서울 종로구 부암동에 수화의 아내인 수향 김향안 여사가 작가를 기리며 유작을 공개하는 공간으로 조성한 '환기미술관'을 빼놓을 수 없다. 하지만 이곳은 작품 보호를 위해 관람객에게 사진 촬영을 허락하지 않아 작품에서 느꼈던, 미술관에서 느꼈던 감동을 사진으로나마 남길 수 없어 관람객들들은 아쉬움이 많았다.

그런 면에서는 호암미술관의 김환기 전시는 관람객으로 하여금 김환기와 김환기의 작품을 맘껏 자유롭게 향유하게 하는 기회를 제공한다고 생각된다.

©(재)환기재단·환기미술관
'한 점 하늘_김환기' 전시회 ©(재)환기재단·환기미술관

총 120여 점이 전시되는 이번 김환기 회고전에는 작가의 시대별 대표작은 물론 그간 도록으로만 확인되던 초기작들과 미공개작, 드로잉과 스케치북 등 다양한 작품과 아카이브가 공개된다.

'한 점 하늘_김환기' 전시회,
'한 점 하늘_김환기' 전시회 ©(재)환기재단·환기미술관

또 작가가 소장했던 도자기들과 화구들, 지인들과 가족들에게 보낸 편지와 사진, 스크랩북 등의 다양한 자료들이 유족의 협조로 전시를 통해 처음으로 공개된다. 작가의 인간적으로 세세한 면모를 일반 관람객들이 알아볼 있는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

수화 김환기는 1913년 전남 기 좌도(현 안좌도) 섬에서 유복하게 태어나 자라 일본 유학, 1936년에 니혼대학 예술과 미술부를 졸업한다. 이 '30년대 유학 시절부터 '46년 귀국후 서울대 미대 교수시절, '50년 피란 시절, '56년부터의 파리 시절, 파리에서 귀국 후 '60년대 홍대 미대 교수 시절, '69년부터 '74년 뉴욕에서 사망할때까지 작품세계에 꾸준한 변화를 시도한 작가다. 그만큼 본인이 추구했던 추상미술에 대한 연구와 그 결과물을 도출하기 위한 과감한 시도에 투철했던 작가라 할 수 있다.

호암미술관 2층에서 시작되는 전시는 초장기 작품로부터 김환기의 작품세계를 풀어간다. 김환기와 뗄레야 뗄 수 없는 백자, 달, 여인은 초기 작품부터 꾸준한 모티브가 됐던 것을 시간의 흐름 순서대로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재)환기재단·환기미술관
'한 점 하늘_김환기' 전시회 ©(재)환기재단·환기미술관

많은 작품 중에서 눈에 들어온 것은 김환기 화집, 도록에서도 잘 볼 수 없었던 1950년 부산 피란 시절의 그림이다. 뚝방 위 비뚤어진 축대 위에 세워진 집, 쪽방 네모난 창문으로 보이는 사람들. 그 외 다수 어디서도 볼 수 없었던, 혹은 화집에서나 겨우 볼 수 있었던 작품들이 공개된다. 캔버스에 유채 물감의 덧칠 흔적, 직접 캔버스틀을 제작하던 작가의 꼼꼼함이 깃든 캔버스 가의 붓 자국들을 볼 수 있다.

유학 시절 과감했던 추상화가, 귀국 후 체내 DNA에 새겨진 한국적 정서와 만나 변화해 가는 과정, 이 과정에서 작가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오브제는 백자, 달항아리였다.

©(재)환기재단·환기미술관
'한 점 하늘_김환기' 전시회 ©(재)환기재단·환기미술관

그의 취미는 백자항아리를 수집하는 것으로 예술가 지인들 사이에 유명했을 정도. 작품 중 달과 항아리를 오브제로 한 것들이 많다. 달도 아주 깊은 밤에나 볼 수 있는 푸른 달이다.

'56년 프랑스에 머물게 되면서 자신이 추구해 온 추상미술을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한 것과 달리 수화 김환기는 오히려 자신 안의 한국적 미를 한껏 끌어올려 작품화하고 있었다. 

김환기의 에세이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에서는 지인에게 보내는 편지에 "내 예술은 하나 변하지 않았소. 여전히 항아리를 그리고 있는데 이러다간 종생 항아리 귀신만 될 것 같소' (김환기 에세이, p142, 환기미술관)라고 써 있을 정도다.

이 파리 시절의 김환기는 뉴욕 시절의 김환기의 '점화(點畵)'의 토대를 닦는 시기였을지도.

'한 점 하늘_김환기' 전시회 ©(재)환기재단·환기미술관
'한 점 하늘_김환기' 전시회 ©(재)환기재단·환기미술관

1960년대 이후 수화는 캔버스를 면과 선으로 분할한 후 점들을 등장시킨다. 이후 1964년 수화 김환기는 미국 록펠러재단의 후원으로 뉴욕에서 생활하며 작품활동과 개인전을 개최한다.

'한 점 하늘_김환기' 전시회 ©(재)환기재단·환기미술관
'한 점 하늘_김환기' 전시회 ©(재)환기재단·환기미술관

뉴욕시기는 점화의 깊이와 스케일이 커진 대형작품들을 제작해 선보이다. 점들은 묘한 리듬을 타며 '별들의 일주운행'을 보듯 회전하는 느낌을 주기도 하며, 관람객에게 작품과 공명하는 듯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한 점 하늘_김환기' 전시회 ©(재)환기재단·환기미술관
'한 점 하늘_김환기' 전시회 ©(재)환기재단·환기미술관

김환기의 산울림이나 메아리라는 작품 앞에서 한동안 앉아 있어 본 관람객들을 이 경험을 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한 점 하늘_김환기' 전시회 ©(재)환기재단·환기미술관
'한 점 하늘_김환기' 전시회 ©(재)환기재단·환기미술관

호암미술관에 전시되고 있는 작품들은 국립현대미술관과 환기미술관, 개인 소장품 등을 대거 수집해 전시해 놓고 있다. 대부분의 작품은 사진 촬영이 가능하지만 환기미술관 소장품 같은 몇몇 작품은 사진 촬영이 불가하니 향후 미술관을 방문할 때 염두에 둬야 할 부분이다. 전시는 9월 10일까지 이어진다.

글·사진 이수빈 기자 kdf@kdf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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