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앞에만 서면 작아지는 현대차…고객들 눈총 안보이나 [KDF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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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앞에만 서면 작아지는 현대차…고객들 눈총 안보이나 [KDF시선]
  • 김상록
  • 승인 2023.09.14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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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노사가 13일 울산공장 본관 동행룸에서 교섭대표 7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임단협 상견례를 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현대자동차가 기본급 11만1000원 인상, 성과급 400%+1050만원 지급 등을 골자로 한 올해 임금협상안에 잠정 합의하기로 했다. 노조의 핵심 쟁점이었던 '정년 연장'은 통과되지 않았지만, 임금·성과급 인상 등 대부분의 요구를 수용하면서 사측이 노조에 무릎을 꿇는듯한 그림이 연출됐다. 

현대차 노사는 지난 12일 이동석 부사장, 안현호 노조 지부장 등 교섭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열린 23차 임금·단체협약(임단협) 교섭에서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

노사는 올해 6월 13일부터 임단협 상견례를 시작한 지 91일 만에 이번 합의에 성공했다. 오는 18일 노조 조합원 찬반 투표에서 찬반 투표가 과반 이상으로 가결되면 이 합의안을 최종 확정하고 임단협을 마무리 짓는다. 이대로 확정될 경우 창사 이래 처음으로 5년 연속 무분규 임단협 타결이다. 정년 연장은 내년 상반기에 재논의할 예정이다.

이번 임금교섭 합의안을 두고 기본급과 성과급 모두 역대 최대 규모라는 평가가 나온다. 현대차는 이외에도 난임 유급 휴가를 기존 3일에서 5일(유급)로 확대하고, 난임 시술비(시술 1회당 실비 100만원)를 무제한 지원한다. 출산축하금도 대폭 확대해 첫째 300만원, 둘째 400만원, 셋째 이상 500만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현대차의 올해 임금협상안 소식을 접한 대다수 고객들은 기본급 인상이 결국 차 값 인상으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며 우려하고 있다. 노조를 향한 소비자들의 불만과 비난이 점점 거세지는 가운데, 현대차 불매운동을 해야한다는 극단적인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14일 '노조의 요구를 너무 많이 들어주는 것 아니냐는 소비자들의 지적이 있는데 이를 어떻게 보고 있나'라는 기자의 질의에 "세계 지정학적 리스크 등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 이룬 최고의 경영 실적과 올해 사업 목표 초과 달성 격려의 의미를 담아 임금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졌다"고 답했다.

현대차 울산공장. 사진=연합뉴스

현대차의 올해 2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42조 2497억원, 4조 2379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영업이익이 4조원을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실적이 잘 나와서 직원들에게 그에 따른 보상을 해주는 것은 문제될 게 없다. 하지만 실적이 좋지 않을때도 동일한 수준의 보상을 요구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노조는 매년 기본급 인상이 당연한 것처럼 인식해선 안된다. 원하는 수준의 임금 협상이 이뤄지지 않을 시 파업 카드로 사측을 압박하려는 행동은 자제해야한다.

사측은 노조의 요구를 합리적인 차원에서 수용하되, 과도한 요구라는 판단이 서면 단호하게 'NO'를 외쳐야 한다. 그간 현대차는 노조에 매번 끌려다니는 듯한 인상을 심어주면서 '귀족 노조'라는 달갑지 않은 별칭을 얻었다. 

앞서 현대차 관계자는 임단협 합의안 도출 이후 "올해 노사 협상을 바라보는 고객과 협력사 등 많은 이해관계자들의 걱정과 관심 속에서 노사가 대화로 마무리를 지을 수 있었다"며 "고객들의 변함없는 성원에 보답하기 위해 최고 품질의 자동차를 만들 수 있도록 노사가 함께 더욱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결함으로 인한 잦은 리콜, 각종 불량 문제 등이 개선되지 않으면 이같은 외침은 공염불로 남을 것이다. 현대차는 직원들을 생각하는 것 만큼 고객의 목소리에도 귀 기울이기를 바란다.

김상록 기자 kdf@kdf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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