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군마현, 2004년 세운 '강제동원 추도비' 철거 [KDF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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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군마현, 2004년 세운 '강제동원 추도비' 철거 [KDF World]
  • 이태문
  • 승인 2024.01.30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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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간 한일 우호의 상징이던 일본 군마(群馬)현의 강제동원 추도비가 철거된다.

29일 아사히(朝日)신문에 따르면 군마현은 이날 오전 행정대집행법에 근거해 다카사키(高崎)시에 있는 현립공원 '군마의 숲'에 설치된 ‘군마현 조선인·한국인 강제연행 희생자 추도비'의 철거 공사를 시작했다.

지난 2004년 4월에 지역 시민단체와 기업, 주민들이 십시일반으로 돈을 모아 세운 추도비 앞면에는 ‘기억 반성 그리고 우호’라는 글이 일본어와 한글, 영어 순으로 크게 쓰여 있다.

뒷면에는 한국인에게 큰 손해와 고통을 입힌 역사를 반성해 잘못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글이 일본어와 한글로 새겨져 있다. 

당시 군마현의회는 만장일치로 추도비 건립에 찬동했으며 군마현은 정치적 행사를 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설치 장소를 제공했다.

하지만 일본 우익 세력이 2012년 이곳을 추도하는 집회에서 '강제 연행'과 같은 정치적 발언이 나왔다며 문제를 제기했고 군마현은 시민단체가 조건을 위반했다며 2014년 연장 설치를 불허했다.

이에 추도비를 지키는 시민단체는 위법이라며 소송으로 맞대응했으며 일본고등재판소는 군마현의 결정이 적법하다고 판결을 내렸고 2022년 최고재판소까지 군마현의 손을 들어줬다.

군마현은 2023년 4월에 철거 명령을 내렸으며 그해 10월 연내에 자진 철거하지 않을 경우 대신 집행할 뜻을 통지했다.

군마현은 안전상의 이유로 공원을 완전히 폐쇄하고서 2월 11일까지 추도비 철거를 완료할 방침이다. 

야마모토 이치타(山本一太) 군마현 지사는 "추도비를 공원에 두는 것은 공익에 반하기 때문에 지사로서 결단을 내렸다"며 "규칙 위반으로 철거를 결정한 거고 추도비를 '반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시민단체는 "군마현의 철거 집행은 가해 역사를 지우려는 행위를 가시화하고 조장하는 것"이라고 반발하면서 "철거돼도 다음 세대에 추도비의 정신을 이어가는 운동을 계속 하겠다"고 밝혔다.

글 = 이태문 도쿄특파원  kdf@kdf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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