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개입 의혹에 휩싸인 박지원 국정원장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를 향해 "왜 잠자는 호랑이 꼬리를 밟느냐"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윤 후보 캠프는 지난 13일 '윤석열 검찰 여권 인사 고발 사주' 의혹 제보자 조성은 씨와 박 원장, 성명불상자 1인을 국가정보원법 및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CBS 권영철 기자는 14일 방송된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박 원장과) 어제 밤늦게 통화를 했는데 왜 잠자는 호랑이 꼬리를 밟느냐?고 이렇게 말했다"고 전했다.
진행자인 김현정 앵커가 "그거는 무슨 말이냐"라고 묻자 "국민의힘 윤석열 전 검찰총장 쪽에서 박 원장을 향해 공작설, 대선개입 의혹을 제기하고 있지 않는가. 그에 대해서 경고하는 말로 들렸다"고 답했다.
이어 "박 원장은 '국정원은 정치 개입하지 않는다. 법과 제도에 의해서 개혁했다면서 과거에는 국정원장이 날아가는 새도 떨어뜨렸지만 지금은 국정원장인 제가 지나가도 새도 안 날아간다'"며 "'그렇게 음모를 하면 김대중, 문재인 대통령님을 어떻게 뵐 수 있고 국민을 배반할 수 있겠냐. 그런 거 안 한다'고 단호한 어투로 말했다"고 덧붙였다.
또 박 원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 사건을 국회에서 내가 제일 먼저 터뜨린 사람이다. 모든 걸 잘 알고 있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 기자는 "그 내막을 잘 알고 있는데 나를 건드리면 이런 것들을 폭로할 수 있다. 잠자는 호랑이 꼬리를 밟으면 호랑이가 움직이지 않겠는가? 그런 의미일 것"이라고 했다.
윤 전 서장은 윤 후보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윤대진 법무연수원 기획부장의 친형이다.
윤 전 서장은 지난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인천 영종도 개발 사업과 관련해 한 사업가로부터 수억 원대 금품과 향응을 제공받고, 검찰 간부나 고위 공무원에 로비를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강력수사1부는 지난 10일 윤 전 서장의 자택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김상록 기자 kdf@kdf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