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대 대통령 선거가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지난 5일 전국 사전 투표소에선 확진자 투표 혼선이 빚어졌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코로나 확진·격리자의 투표 부실 관리 사태에 대해 선관위에 대한 질타를 한목소리로 쏟아냈다.

지난 5일 서울 은평구 신사1동 주민센터 투표소에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이름에 이미 기표가 된 투표용지가 배부돼 유권자들의 항의로 잠시 투표가 중단되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이외에도 기표한 투표용지를 투표함에 바로 넣어야 함에도 쇼핑백이나 종이상자, 바구니 등에 넣고 이를 투표사무원들이 다른 곳에 마련한 투표함으로 이동해 투표함에 넣은 웃지 못할 상황도 연출됐다.

이에 대해 일부 선거 관리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에 대해 "투표지는 기표 후 그 자리에서 기표한 내용이 다른 사람에게 보이지 않도록 해 투표참관인 앞에서 투표함에 넣어야 한다는 공직선거법이 있는데 이번에 발생한 투표 부실 관리는 공직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주요 SNS에는 선거 진행 요원들이 확진자가 기표한 표를 봉투나 바구니, 종이상자, 쇼핑백 등에 담아 옮기는 모습이 계속해서 올라오고 있다.

한편, 서초구에선 투표 참관인이 감염 우려를 이유로 참관을 거부하는 상황까지 벌어져 투표 관리인이 기표한 표를 수거 후 다른 곳에 마련된 투표함에 수거한 기표지를 넣는 상황도 벌어졌다. 방호복을 입고 표를 수거해 간 직원이 투표함에 해당 투표지를 넣었는지에 대해 확진·격리자는 확인할 수조차 없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사전투표 부실 관리 논란은 '부정선거' 의혹으로 번질 수 있는 여지를 남기고 말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아울러 지난 2020년 4·15 총선에서 발생한 '부정선거' 논란이 헛된 주장이 아니란 점을 방증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 목소리도 다시 높아졌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직접투표와 비밀투표라는 민주주의 선거의 근본원칙을 무시한 이번 사태가 주권자의 참정권을 크게 훼손하고 전국민적 불신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선관위에 대한 여야의 날 선 질타도 이어졌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는 전날 페이스북에 "코로나19에 확진된 분들이 투표하는 과정에(서) 많은 불편을 겪으셨다고 한다. 참정권 보장이 최우선"이라며 "본투표에서는 확진자의 불편과 혼선이 재발하지 않도록 철저히 조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낙연 민주당 총괄선대위원장은 페이스북에 "선관위 이게 뭐냐, 코로나 확진자 및 격리자 사전투표 부실 관리에 대한 입장표명도 왜 이렇게 불성실하냐"며 "이것을 해명과 사과라고 받아들일 수 있겠나, 어디가 고장이 난 것이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국민의힘 비난의 수위는 더욱더 높았다.

윤석열 후보는 페이스북에 "코로나19 확진·격리자분들의 사전투표에서 발생한 혼선, 우려했던 문제가 현실로 드러났다"며 "정부와 중앙선관위는 엄중한 책임 의식을 갖고 선거관리에 온 힘을 쏟아달라"고 촉구했다.

이준석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확대선대본회의에서 "독립헌법기관인 선관위는 독립성을 지키기 위해 다른 기관보다 엄중하고 사려 깊은 처신이 요구됨을 명심해야 한다"며 "중앙선관위는 확진자 등 사전투표에서 일어난 사태에 대해 전체적으로 책임질 인사의 즉각적인 거취표명이 있어야 한다"고 압박했다.

권영세 선대본부장은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실시되는 투표가 맞는지 엉망진창이었다"며 "초등학교 반장 선거도 이렇게 허술하지 않다"고 격분했다.

이런 와중에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노정희 위원장은 선거 관리 부실 대혼란이 발생한 지난 5일 온종일 사무실에도 출근하지 않아 정치계 후폭풍은 일파만파로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트위터 캡처

민병권 기자 kdf@kdfnews.com